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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이란 핵협상 타결 이후…북핵 협상은? ②

김인기 기자

입력 : 2015.07.26 09:21|수정 : 2015.07.27 15:00


협상의 방식으로 미국은 이란 핵 협상처럼 일괄타결 방식으로 끌고 가려고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면 북한은 과거처럼 단계마다 요구를 달리하는 방식인 이른바 '살라미 소시지' 방식을 선호할 것입니다. 북한의 협상력이 만만치 않은 만큼 협상 방식부터 합의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협상을 질질 끄는 것은 북한에 유리하게 작용한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미국이나 한국은 정권이 바뀔 수 있지만, 북한은 일단 그런 면에서는 상황을 일관되게 끌고 갈 수 있는 이점이 있습니다.

이렇게 협상 방식에 합의하고, 협상의 틀이 만들어진다 해도 문제는 또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북한에 줄 카드가 마땅치 않다는 데 있습니다. 북한은 워낙 오랫동안 외부와 접촉이 차단된 국가이다 보니 경제 제재 정도는 끄떡없이 넘길 수 있는 내성이 생긴 듯 합니다. 그러니 이란처럼 경제 제재 해제라는 정도의 보상으로는 협상이 어려울 것입니다. 북한이 우선적으로 요구하는 체제 보장 문제는 대외적인 명분에 불과할 수도 있습니다. 지금 같은 유일 독재 체제에서는 내부의 반발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일단 세계가 북한을 주목하고 있지만 협상 시기는 예단하기 어렵습니다. 미국의 정치 상황이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될 텐데, 내년 말에 대통령 선거가 있습니다. 오바마 행정부로서는 임기 끝나기 전에 쿠바와 관계 정상화를 이뤘고, 이란 핵협상도 마무리했습니다. 외교적으로 더 이상의 성적을 바라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오바마 정권도 북한 핵 협상 같은 어려운 문제는 차기 정부로 넘기기를 원할 것입니다. 시일이 지날수록 협상 동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차기 대선에서 민주당 정권이 계속될지, 아니면 공화당이 정권을 탈환할지에 따라서도 북한에 대한 태도가 달라지기 때문에 북한은 누가 차기 대통령이 되느냐에 대해서도 관심을 기울일 것입니다.

이는 한국도 마찬가지입니다. 박근혜 정부의 임기가 2018년 2월까지입니다. 2017년은 본격적인 대선 국면에 들어가기 때문에 내년 정도가 대북 협상에 매진할 수 있는 시기입니다. 그런데 내년은 미국의 대선 기간입니다. 미국이 나서지 못하는 상황에서 우리가 독자적으로 협상을 끌어가기는 어렵습니다. 결국 다른 변수가 없다면 북한 핵협상은 빨라야 2017년 후반, 또는 2018년은 돼야 가능할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시간이 지연되면 북한은 내부적으로 핵능력을 강화할 수 있습니다. 핵무기를 더 많이 보유하면 요구 조건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협상의 반대 급부가 더 커진다는 얘기입니다. 북한 문제 전문가인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는 ‘외교와 도발 사이의 막간을 이용해 북한은 현대화된 첨단 핵 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중앙일보, 7.24.)고 지적했습니다.이란 핵협상에서 볼 수 있듯이 외부 압력이 강화될수록 협상 성공 가능성이 커집니다. 유럽과 미국, 러시아, 중국이 모두 관심을 가지면서 이란은 협상 테이블에서 철수할 수 없었습니다. 북한 핵은 조금 차원이 다릅니다. UN 안보리 상임이사국 중 영국이나 프랑스가 별로 관심이 없는 상황이고, 중국이나 러시아는 오히려 북한에 우호적인 국가입니다.

그렇다보니 미국과 한국, 일본 정도만 북한에 압력을 넣는 형국이 됐습니다. 이런 세력 판도가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으면 대북 협상은 성공을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주변국들이 모두 북핵이 위협적이라고 판단하면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서겠지만 아직은 그런 단계는 아닙니다. 역으로 생각해 보면 북한의 핵 위협이 커질수록 비핵화 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질 수 있습니다.

사실상 핵무기 보유국이라는 점, 협상 반대급부가 만만치 않다는 점, 북한의 비핵화를 실현시켜야 할 절박감을 가진 주변국이 적다는 점, 이런 점들이 이란과 북한의 차이입니다. 그 차이만큼 당연히 북한과 협상은 더 어렵고, 더 긴 세월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한때 미국의 부시 행정부가 악의 축이라고 규정했던 국가 중 이라크와 이란이 어떤 식으로든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거나 미국에 굴복했고, 이제 북한만 남았습니다.

이 시점에서 과연 북한이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북한의 요구를 어느 선까지 수용해야 하는지, 주변국들과 면밀한 협의가 우선돼야 합니다. 이런 협의의 기초는 특정 정권의 부침에 좌우돼서는 안 됩니다. 북핵 문제의 제 1당사국이라 할 우리가 북한을 어떻게 대할지, 대북정책의 목표는 무엇인지 명확히 한 뒤에 주변국들의 협조를 구하는 것이 순서일 것입니다. 북한은 이런 면을 역으로 노려 이른바 ‘통미봉남’ 정책을 계속 시도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는 중국이나 일본을 끌어들이는 방법을 쓸 수도 있습니다. 94년 합의처럼 미국과 북한의 합의를 지켜보면서 뒤늦게 부담만 지는 방식은 다시 되풀이돼서는 안 됩니다. 결국 상당한 부담이 우리의 몫일 수밖에는 없겠지만 그러려면 협상 과정에서 우리의 목소리가 분명히 들어가야 합니다.

시기가 이르든 늦든 분명히 북핵 협상은 진행됩니다. 먼 훗날 얘기, 또는 차기 정권의 과제라고 방기하지 말고 지금부터라도 정부 내 어느 부서에서는 협상 전략을 가다듬는 팀이 존재해야 합니다. 그 전략은 장기적이고도 우리의 목표인 통일을 앞당길 수 있는 방안이 함께 포함돼야 합니다. 어느 날 갑자기 미국과 북한의 접촉이 시작됐다며 호들갑을 떨면서 급히 대응책을 마련하는 모습은 이제 더 이상 보이지 않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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