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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롤러코스터' 당청 관계 속 김무성 앞날은?

조성현 기자

입력 : 2015.07.23 10:09|수정 : 2015.07.23 10:09

당청 관계 복원 뒤 노동 개혁 총대…순풍 언제까지


한 사람이 바뀌었을 뿐인데 분위기가 급변했다. 롤러코스터 같다. 유승민 전 원내대표 사퇴 이후 여권 분위기 얘기다. 유 전 원내대표의 거취를 놓고 전면전 태세였던 계파 갈등이 쑥 들어갔다. 대신 새 원내지도부 출범→박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회동→최고위원 만찬→고위 당정청 협의가 숨가쁘게 이어지며 갈라진 당청 관계가 급속도로 복원됐다. 당 회의장에서 '개XX' 발언이 나올 정도로 엉망이었던 당내 분위기도 당직 인선 등을 거치며 안정됐다. ▶ [비디오머그] 소리치고 욕설하고…새누리 최고위 '난장판'

회복된 당청관계를 바탕으로 박근혜 대통령은 공공 노동 금융 교육를 포함한 4대 개혁의 완수를 다시 들고 나왔고,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응수했다. 총대를 멘 형국이다. 최우선 대상은 4대 개혁 가운데 가장 난이도가 높다는 노동 개혁.

국정원 해킹 논란으로 정국이 뜨겁게 달아올랐지만 김무성 대표는 논란 자체를 입에 거의 올리지 않았다. 당내 회의에서도 원유철 원내대표 등 원내지도부나 다른 의원들이 언급할 뿐 김 대표는 며칠째 노동개혁 담론을 꺼냈다. 회의에서 언급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잇따라 현장을 찾고 있다.

최근에는 2차례 여의도서 천막 농성 중인 한국노총 위원장을 직접 찾아갔다. 어제는 자신에게 선물로 들어온 멜론 두 상자도 한국노총 천막 농성장에 전달했다. 공무원연금 개혁 때 여러 공무원 단체를 국회로 불러 간담회를 하던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간 모양새다. 노동 개혁을 하려면 노사정 위원회를 복원해야하고, 그러려면 지난 4월 위원회를 뛰쳐나간 한노총을 노사정위에 다시 데려와야한다는 게 김 대표 생각이다. 그 명분을 주기 위해 김 대표는 농성중인 한노총 위원장에게 허리 숙여 인사했다.새누리당 안팎에선 유승민 정국의 가장 큰 수혜자는 김무성 대표라는 평가가 나온다. 순망치한이라던 유승민 전 원내대표가 물러나면서 김 대표 혼자 남는 듯했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과 대척점에 선 친박계와 관계가 복원됐다. 한 친박계 핵심의원의 전언. "김 대표가 유승민 정국에서 오락가락했다는 평가도 있지만 이 정도면 조정자 역할을 훌륭히 수행했다"

친박계와 거리를 좁혔고 (한 때 친박 핵심 좌장이던 김 대표가 이런 평가를 듣는 처지에 놓인 것 자체가 아이러니다), 유승민의 퇴장으로 새로 구성된 최고위원단에 자신의 우군을 집중 배치했다. 원유철 원내대표가 합의추대 되는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해 사실상 원 원내대표와 한배를 탔고, 정책위의장 또한 자신을 형님으로 부르는 측근 의원이다. 만에 하나 당내 특정 계파의 김무성 흔들기가 시도된다고 해도 최고위에서 자신 편을 들어줄 우군이 늘어났다.김 대표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권 후보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다. 소통 면에서는 낙제점이라는 데 시중 여론의 이견이 없는 박 대통령을 대신해 현장 행보를 이어가면 평균 정도의 소통만으로도 대중에겐 좋은 점수를 딸 것이다. 여기에 모레 시작되는 미국 방문을 통해 차기 지도자 행보를 더욱 공고히 만들 수 있다. 여기까지 보면 위기 뒤에 기회가 온다는 말이 틀리지 않은 것 같다. 당내 분란이 정리된 뒤 일은 착착 진행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런 순풍이 언제까지고 계속되리라고 보는 눈은 많지 않다. 당장 올해 연말, 내년 초 본격적인 20대 총선 공천 경쟁이 벌어지면 갈등은 금세 재연될 수 있다. 잠복한 계파 갈등은, 총선 공천을 즈음해 다시 고개를 들 게 명약관화다. 김 대표가 정치 생명을 건 오픈프라이머리가 과연 성사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거기에 국회 선진화법 하에서의 여야 협상도 내내 짊어져야 할 숙제다.

요즘 김 대표의 표정은 밝다. 여유가 넘친다. 하지만 불과 2~3주 전, 유승민 정국 때 김 대표는 노심초사하고 불안해했다고 주변에선 전한다. 위기 뒤에 기회가 오듯, 기회 뒤엔 위기가 오기 마련이다. 김 대표의 여유와 웃음을 곧이 곧대로 볼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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