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사 執事 butler 주인 가까이 있으면서 그 집 일을 맡아보는 사람.
요즘엔 같이 사는 사람을 아랫사람 대하듯 하는 고양이의 습성에 빗대 사람이 고양이의 '집사'라는 유행어가 만들어지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엉뚱한 곳에서 집사를 부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구치소에 갇힌 부자들입니다.
이들이 부리는 '집사'는 좀 특별합니다.
모두 변호사입니다.
변호사는 자신이 담당한 의뢰인이 구치소에 있으면, 변호 받을 권리 보장 차원에서 횟수나 시간제한 없이 접견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재력가나 유력 인사들이 쾌적한 구치소 생활을 위해 이 제도를 악용해 변호사를 '집사'처럼 고용하는 것입니다.
접견을 핑계로 '집사 변호사'를 불러 구치소 방보다 편안한 변호사 대기실에서 머물기도 하고, 일부 변호사들은 수감자 편지를 휴대전화 카메라로 찍어 외부로 전달해주기도 하고, 심지어 육포나 과자 사탕을 몰래 들여오다가 적발되기도 합니다.
이런 사람들은 도대체 집사를 얼마나 자주 찾느냐고요? 예컨대, 중국으로 밀항하려다 구속된 김찬경 전 미래저축은행 회장은 178일 수감 생활 동안 변호사를 360번 불렀습니다.
임병석 씨앤그룹 회장의 변호사 접견 기록은 무려 1,407회나 됩니다.
더 중요한 건 면회시간입니다.
변호사 접견은 시간제한이 없어서 시간당 20~30만 원, 하루에 200~300만 원 정도를 주면 하루 종일 구치소 방에 돌아가지 않고 쾌적한 특별 접견실에서 머물 수 있습니다.
그저 돈 많은 수감자의 호사가 문제의 전부는 아닙니다.
한정된 구치소 내 변호사 대기실을 누군가 오래 차지하다 보니, 정말로 꼭 필요해서 온 다른 변호사들의 변론 준비를 위한 접견에 방해됩니다.
그러나 변호사 시장이 점점 어려워지다 보니 집사 변호사 일을 기꺼이 맡는 변호사의 수는 날로 늘고 있습니다.
보다 못한 법무부가 최근 집사 변호사 역할을 해온 변호사 10명의 명단을 대한변호사협회에 통보했습니다.
대한변협은 명단이 통보된 변호사들로부터 소명서를 받아 검토한 뒤, 징계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합니다.
나쁜 일을 한 혐의가 있을 경우 자유를 제약당하는 것은 돈이 있든 없든 평등하게 적용되어야 하는 원칙입니다.
힘이나 돈이 있다고 해서 남들보다 쾌적하게 벌을 받을 권리가 부여되는 것은 아닙니다.
돈 있는 사람의 편법에 편승해 돈을 벌려 드는 사람들은 '법조인'이라는 직함을 사용해선 안 되는 것 아닐까요?
취재: 박하정 기획/구성: 임찬종 그래픽: 박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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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뉴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