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목한 시골마을을 갈라놓은 분쟁을 해결한 검찰의 형사조정 과정이 흥미롭습니다.
검찰총장은 마을회관에 시계를 기증하고, 지검장은 떡을 돌려 주민들의 분쟁 해결노력에 화답했습니다.
광주지검에 따르면 지난 3월 18일 오전 전남 영광군 백수읍 천기마을 주민 A(67)씨가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가 길가에 쌓인 비료 포대를 들이받아 숨졌습니다.
비료 포대를 쌓아둔 B(75)씨 등 3명은 사망 사고의 원인을 제공한 책임으로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를 받게 됐습니다.
경찰 조사 끝에 기소 의견으로 사건이 송치되자 광주지검 형사 2부(조기룡 부장검사)는 형사 조정위원회를 열기로 했습니다.
형사 조정이란 실질적인 화해를 도출할 수 있도록 각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된 조정위원들이 당사자간 화해를 유도하는 제도입니다.
광주지검은 올해부터 검찰청사가 아닌 분쟁 현장을 직접 방문해 조정을 시도하는 '찾아가는 형사조정' 제도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조정위원들은 당사자들이 고령인 점을 고려해 지난달 24일 영광군 백수읍사무소로 직접 달려갔습니다.
검찰에서 시골 마을을 방문한다는 소식을 들은 한 유족은 광주지검에 "보이스피싱 아니냐"는 문의를 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B씨 등 3명과 숨진 A씨의 아들이 조정에 응한 읍사무소는 이날 한때 고성이 오가기도 했지만, 대화가 계속되면서 분위기가 차츰 누그러졌습니다.
2시간 30여 분간 중재 끝에 B씨 등 3명이 900만 원을 합의금으로 주고, 범죄피해자지원센터는 장례비 300만 원을 지원하는 내용의 합의가 이뤄졌습니다.
B씨 등의 사과를 받은 유족 측은 "사과로 만족한다"며 합의금을 받지 않겠다는 뜻을 검찰에 밝히기도 했습니다.
검찰은 B씨 등 3명에 대해 기소유예 처분을 내리고 사건을 마무리 지었습니다.
갈등 봉합 소식을 보고받은 김진태 검찰총장은 지난 17일 마을회관에 '화합의 시계'를 기증하고 김해수 광주지검장은 떡, 돼지고기, 막걸리를 선물했습니다.
김희준 광주지검 차장검사는 "주민들이 한발씩 양보해 화합을 되찾은 데 대한 축하와 감사의 의미로 알고있다"며 "형사처벌보다는 당사자간 원만한 합의로 실질적 분쟁 해결에 접근할 수 있는 사안에 대해 형사조정을 폭넓게 활용하도록 위원회 활동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