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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때도 보장받는 양심적 병역거부"vs"한국의 현실성 고려해야" 공개 변론

권지윤 기자

입력 : 2015.07.09 17:24


생명을 존중하는 양심에 따라 무기를 들지 않겠다는 이들을 처벌하는 건 양심의 자유 침해다, 남북 대치상황이라는 한국의 특수성에 따라 기본권 제한은 불가피하다.

해묵은 숙제이자 뜨거운 논쟁거리인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공개변론을 열었습니다.

지난 2010년 이후 두 번째 공개변론으로,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처벌과 대체복무제 도입을 둘러싼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습니다.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대체복무 기회를 주지 않고 형사 처벌하는 병역법 조항에 대해 헌법소원을 낸 청구인 측은 "매년 6백여 명씩 양심의 자유를 따르는 이들이 전과자가 되고 있다"며 문제의 조항은 위헌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청구인 측 대리인은 "양심적 병역거부자는 타인과의 무력충돌 상황에서도 타인의 생명을 박탈하지 않겠다는 양심을 따르는 것으로 이는 개인의 정체성과 인간의 존엄과 직결되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양심에 따라 병역을 거 부한 것은 헌법상 보호해야 할 인간의 존엄이자, 기본권이라는 겁니다.

반면, 피청구인인 국방부 대리인은 "병역자원의 확보와 병역부담의 형평을 위한 입법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합헌 주장을 펼쳤습니다.

양심 실현의 자유와 병역의무가 충돌할 때 기본권 제한이 가능하다는 것으로, 국가 안보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겁니다.

하지만, 청구인 측은 병력 규모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대체복무제를 도입한다고 하더라도 국방력이 약화 되진 않는다고 반박했습니다.

청구인 측 대리인은 "얼마 전 정부는 고교중퇴자 대상자를 보충역으로 전환한다고 발표했다"며 "입영 대기자가 군 필요인력보다 많기 때문"이라며 대체복무제 도입과 병력 손실과 연관성은 낮다고 주장했습니다.

6천여 명이 보충역으로 전환되는 상황에서 매년 6백명으로 추산되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해 대체복무를 허용한다고 하더라도 병력에 극심한 손실은 초래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피청구인 측 대리인은 한국의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고 맞섰습니다.

남북이 대치상태인 유일 분단국이고, 핵무기 개발 등 북한의 군사적 위협이 현실적인 상황에서 대체복무제 도입 시 이를 악용하는 병역 기피가 만연해질 우려도 크다는 겁니다.

특히 피청구인 측 대리인은 "최근의 급격한 출산율 감소로 병력 자원이 감소 되고 있고, 앞으로 더 가속화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다만, 합리적 효율적 대체복무제 도입은 국회 입법을 통해 이뤄져야 하지, 병역법에 대한 위헌 결정으로 해결될 성질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지난 2010년부터 양심적 병역거부로 형사처벌된 이들은 9천9백여명에 이릅니다.

청구인 측은 이에 대해 "민주공화국은 다수의 지배가 아닌 소수에 대한 관용과 포용이 핵심"이라며 현행 병역법은 전과자만 양산하고 있다는 지적했습니다.

현재 법원에선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해 대부분 징역 1년6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있습니다.

1년6월 실형 이상이 선고돼야 현역 입대를 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으로, 수감 된 양심적 병역거부자들 대부분은 모범수로 생활한 뒤 출소하고 있습니다.

이를 두고 청구인 측 참고인으로 출석한 서울대 한인섭 교수는 "이제 대체복무를 구체적으로 모색할 단계가 됐다"며 더 이상의 무고한 형사처벌은 막아야 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교도소를 찾아가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생활을 보니까 이들에게 전과자 낙인을 없애고 차라리 교도소에서 대체복무를 시켜도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형벌 자체가 적합하지 않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피청구인 측은 한국의 특수한 안보상황, 심사의 어려움으로 대체복무제는 국가안보와 병역 의무의 형평이라는 공익 달성에 지장을 가져온다고 거듭 주장했습니다.

반면, 청구인 측은 "양심적 병역거부는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게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도 보호해야 한다"고 입장을 견지했습니다.

이어 "병역거부권은 전시, 전시에 준하는 상황에서도 보호되는 권리로, 미국은 베트남 전쟁 때, 영국은 세계 1차대전 한복판에서도 인정했다"며 "남북 대치상황이라고 달리 볼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2004년과 2011년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두 차례 합헌 결정을 내렸던 헌재는 오늘(9일) 공개변론을 토대로 숙의에 들어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