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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트럼프의 독설 카드 노림수는?…공화는 자중지란

김우식 국장

입력 : 2015.07.06 09:28|수정 : 2015.08.19 19:58


'一魚濁水' 물고기 한 마리가 물을 흐린다, 우리 속담으로 미꾸라지 한 마리가 강물을 흐리다는 말도 있는데 요즘 갈 길이 바쁜 미국 공화당은 대권출마를 선언한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 후보 때문에 연일 뒤숭숭합니다.

어쩌면 처음 미꾸라지 정도로 여겨졌던 트럼프는 계속된 독설 덕분인지 이제는 큰 물고기가 돼 당을 휘젓고 다니고 있는데요, 트럼프의 발언을 둘러싸고 공화당내 후보 간 옳다, 그르다 난타전이 벌어지고 있고 이를 지켜보는 힐러리 클린턴 후보 등 민주당은 흐믓한 미소를 짓고 있습니다.

● 졸부? or 성공한 CEO?

트럼프는 맨손으로 억만장자에 오른 부동산 재벌입니다. 트럼프 엔터테인먼트 리조트를 만들어 전세계에 호텔,콘도미니엄 사업을 하고 있으며 NBC 유니버설을 NBC와 공동 소유하고 TV쇼 진행을 하는 등 방송영역까지 진출했습니다. 1996년엔 미스 유니버스 조직회를 인수해 해마다 미스 유니버스 대회를 열고 있습니다.

직접 WWE,프로레슬링 대회에 나가고 "아카데미 시상식장에 글래머나 미녀가 없다"고 비아냥거리고 24살 어린 슈퍼모델 출신 부인을 두는 등 그의 기행과 독설은 부동산 투기로 떼돈을 번 졸부 이미지를 만들었습니다
반면, 그가 TV쇼 'Apprentice'(견습공)를 통해 선발한 젊은이를 자신의 회사에 채용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CEO로서의 면모, 그의 일생을 다룬 여러 권의 책들은 그런 가벼움 가운데서도 자수성가한 CEO의 특별함이 배어나오기도 했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 왜 불법체류자 문제 꺼냈나

트럼프가 출마선언에서 멕시코계 이민자들을 마약 범죄자와 성폭행범에 비유하고 미국으로 넘어오지 못하게 멕시코인들에게 돈을 걷어 국경에 벽을 쌓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멕시코는 물론 중남미국가와 미국내 히스패닉계의 거센 반발이 이어졌고, NBC는 미스 유니버스 방송 등 트럼프와 사업관계를 중단하고 대형 백화점 체인 (Macy's)메이시스도 동참하는 등 독설로 톡톡한 대가를 치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과는커녕 자신은 진실을 얘기했고 사업 관계를 중단한 회사완 소송에 나서는 등 트럼프는  한발도 물러서지 않고 있습니다. 왜 트럼프가 멕시코 불법체류자 문제를 그것도 대선 출마선언을 하는 자리에서 독설을 쏟아내며 꺼냈을까요?

불법체류자 문제는 보수성향의 공화당 지지자들이 공감하는 이슈였고 본선보다 당내 경선 승리가 무엇보다 중요한 트럼프 입장에서는 산토끼보다 집토끼를 잡는 게 급선무였다고 판단하지 않았을까요?

물론 자신의 발언으로 벌어질 시끄러운 논쟁도 노이즈 마케팅으로 활용하겠다는 복안도 갖고 있었겠죠? 그를 너무 과대평가한 것일까요?

● 출발은 일단 성공 

출마 선언 전까지 당내 10여 명의 후보가운데 트럼프의 지지율은 3% 안팎에 불과했습니다. 그의 불법이민자 비하발언은 예상대로 논란을 일으켰고 미국 언론은 앞다퉈 후속 상황을 상세히 전했습니다.10여 명의 다른 공화당 후보는 한동안 신문과 방송에서 사라졌고 트럼프가 뉴스의 중심에 선 것입니다.

이런 노이즈 마케팅의 효과는 곧바로 나타났습니다.출마선언 보름뒤 아이오와주 당원들을 상대로한 여론조사에서 트럼프는 10%지지를 받으며 2위를 차지했고, 최근 CNN조사에서도 젭부시 전 플로리다지사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지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미국의 일간지인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는 트럼프가 높은 지지를 받은 이유로 미국인들의 성공의 상징으로 여겨지고 있고 대중 인지도가 높다는 점을 꼽았습니다.

특히 공화당내 급부상하는 후보가 없는 가운데 트럼프가 논란성 발언을 내뱉으며 등장한 것은 대중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나 그의 인기가 오래가지 않을 것으로 보는 견해도 많습니다. 최근의 여론조사는 '최근 TV에서 가장 많이 본 공화당 후보가 누구인가?'를 묻는 것과 비슷하다며 거품이 빠질 것이란 정치전문가들의 전망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 공화당은 '자중지란'

그가 내뱉은 독설로 공화당은 자중지란에 빠졌습니다

당장 멕시코 출신 아내를 둔 당내 선두주자 젭 부시 후보가 공격 선봉에 섰습니다. 트럼프가 출마선언을 한 직후 옳지 않은 발언을 했다고 평가한 젭은 "사람들을 선동해 주의를 끌려고 한 말이라고 거듭 비판하며 공화당의 주류생각과 너무 떨어져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트럼프는 "젭 부시가 미국인과 동떨어져 있음을 다시 입증했다"며 "그가 국경치안에 관해 아무 것도 모른다"고 맞받았습니다. 쿠바계인 테드 크루즈 후보는 "트럼프는 진실을 말했고 불법이민 문제에 주의를 집중시킨 그에게 경의를 표한다"며 트럼프를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나서기도 했습니다.

2012년 오바마와 대선에서 맞붙었던 롬니 전 주지사까지 나서 트럼프의 발언은 "심각한 실수"라고 비판하는 등 당내 분란이 일고 있습니다.

● 웃고 있는 힐러리 클린턴

선거 초반 트럼프의 등장은 민주당에게는 분명한 호재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당장 힐러리 클린턴 후보는 "공화당 대선후보가 이민자를 마약 밀수범과 성폭행범 등 범죄자로 묘사했다"며 "경멸의 언어와 모욕 인신공격을 쫓아낼 필요가 있다"며 몰아부쳤습니다. 트럼프란 이름 대신 공화당 후보로 표현하며 그의 발언을 공화당 전체문제로 싸잡아 공세를 펼치고 있는 것입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3월 미국 히스패닉 특집판에서 'Minor에서 Major'라는 제목을 붙이며 급성장한 히스패닉이 곧 미국의 주류가 될 것으로 전망했는데요, 미국 인구중 히스패닉은 17.7%로 백인(62.6%)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아 이들을 배제한 정치나 정책은 어려울 것으로 진단한 것입니다.

히스패닉 뿐만 아니라 인종차별에 반발하고 있는 미국인들도 공개적으로 트럼프를 비판하고 있습니다. 영화배우 아메리카 페레라는 트럼프에게 감사하다고 밝혔는데요, "오만한 인종차별주의자의 멕시코 비하발언이 결국 더 만은 히스패닉들을 투표장으로 가게하고 당신 같은 인종차별주의자들과 싸우게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 'Maverick' Candidate?

트럼프의 발언은 본인의 당내 경선에선 힘이 될지 모르겠지만, 본선 승리를 위해 히스패닉계로 표 확산을 도모하고 있던 공화당과 당내 유력후보인 젭 부시에게는 악재로 작용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Maverick'(개성이 강한) CEO까지는 큰 거부감이 없었지만 개성이 강한 Candidate(후보)로 변신한 트럼프, 미국 유권자들은 트럼프에게 원래의 자유로운 모습을 원할까요? 좀더 신중해진 대권후보로서의 모습을 기대할까요?  트럼프는 사업가답게 분명 지금 그대로의 모습이 여러 면에서 유리하다고 계산한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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