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여 년 만에 '신식' 결혼식을 앞두고 턱시도 차림의 노병사와 흰색 웨딩드레스를 입은 백발의 아내는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여보, 60년 전 우리 결혼할 때 시골집 마당에서 구식으로 옷 빌려 입고 사진만 찍었는데… 나 이제 죽어도 소원이 없다."
"무슨 소리 하노. 이제 다시 결혼식 올렸으니 백년해로해야지."
가난해서 가마를 못타고 주위에서 마련해준 트럭을 타고 시댁에 갔다는 아내 홍종남(80)씨는 남편 손수덕(86) 씨의 말에 활짝 웃었다.
군대에서 만난 동기의 여동생을 아내로 맞이한 송규영(84)씨는 6·25 때 연락병으로 활약하다가 귀를 찢는 듯한 폭탄 소리에 청력을 거의 잃었다.
가슴에는 파편이 튀어 치료 끝에 큰 흉터가 남았다.
송 씨는 "귀가 잘 안 들리니 사회생활도 어려웠지만 아내와 아이들 고생 안 시키려고 농사, 일용직 노동 등 안 해본 일이 없다"며 "결혼식을 제대로 올리지 못해 마음에 걸렸는데 나에게 이런 행운이 오게 돼 정말 행복하다"고 말했다.
송 씨의 아내 김우순(71)씨 역시 "정말 고마운 일"이라며 "어제 밤잠까지 설쳤다"고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24일 낮 12시 부산시 부산진구 범천동의 한 웨딩홀에서 6·25 참전용사 부부 9쌍이 합동결혼식을 올렸다.
부산지방보훈청은 지난해에 이어 개인 사정과 시대 상황 등으로 결혼식을 제대로 하지 못한 고령의 참전용사에게 결혼식을 치를 기회를 제공했다.
결혼식에는 가족과 친지 등 200여 명이 참석해 이들에게 진심 어린 박수를 보냈다.
주례를 맡은 유주봉 부산지방보훈청장은 "오늘에서야 제대로 된 결혼식을 올린 어르신들이 앞으로도 서로 의지하면서 행복하게 사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뷰티아리랑봉사단, 행복동행, 국악밴드단, 웰니스병원, 자비콜, 구포부민병원, 온천로터리클럽, 포유웨딩이 보훈청과 함께 결혼식에 재능을 기부하거나 자원봉사자로 나섰다.
결혼식 축가로 인기 트로트 곡인 "내 나이가 어때서"가 울러 퍼져 9쌍의 늦깎이 신랑·신부와 하객이 함께 노래를 따라부르며 하나가 됐다.
결혼식을 마친 참전용사 부부들은 자비콜이 마련한 웨딩 택시를 타고 부산의 관광지를 둘러보는 신혼여행을 즐겼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