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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진의 SBS 전망대] "신경숙 표절 논란 처음 아냐…출판사도 문제"

입력 : 2015.06.18 11:46

대담 : 이택광 경희대 교수(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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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수진/사회자:

외딴방, 엄마를 부탁해 등으로 유명한 소설가 신경숙 씨가 표절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소설가 이응준 씨가 신경숙 씨 소설 속에 문장과 다른 작가의 작품 속 문장의 유사성을 짚으며 표절 의혹을 제기한 건데요. 따뜻한 문장으로 많은 독자들을 위로했던 신경숙 작가였기 때문에 독자들의 충격이 더 큰 것이 사실입니다.

신경숙 작가는 해당 소설 읽어본 적도 없다, 이렇게 공식적으로 밝힌 상황인데요. 어떻게 봐야 될지, 경희대 교수이자 문화평론가이신 이택광 교수님과 말씀 나눠보겠습니다. 이택광 교수님 안녕하세요.

▶ 이택광 경희대 교수(문화평론가):

안녕하십니까.

▷ 한수진/사회자:

표절 논란이 불거진 작품이 어떤 작품인가요?

▶ 이택광 경희대 교수(문화평론가):

신경숙 작가의 '전설'이라는 작품인데요. 일본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의 일부를 표절했다는 혐의가 제기되고 있죠.

▷ 한수진/사회자:

하필이면 일본 작가를, 하필이면 미시마 유키오를 이런 이야기가 나오던데 이 작가가 어떤 인물인데요?

▶ 이택광 경희대 교수(문화평론가):

미시마 유키오는 일본 전후 문학의 대표적인 스타일리스트로 알려져 있습니다. 물론 정치적으로는 극우파로 분류되고 있지만 이 사람은 노벨상에 3번이나 노미네이트 될 정도로 일본에 영향을 크게 미친 그런 탐미주의적 작가로 알려져 있죠. 물론 일본에 정치 운동에도 가담해서 결국 할복해서 죽게 되는데 일본에서 일단 전후 문학의 특징을 설명할 때 이 사람을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는 사람입니다. 한국의 이광수 같은 사람입니다. 굉장히 중요한 사람인데 이 사람의 작품 중에서도 '우국'이란 작품은 대표작 중에 나오는 일부를 신경숙 작가가 무단으로 '전설'에 가져다 썼다, 이런 고발이 있었죠.

▷ 한수진/사회자:

일단 사상이나 성향을 떠나서 문체나 글은 상당히 인정을 받는

▶ 이택광 경희대 교수(문화평론가):

특히 전후에서 일본의 수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킨 대표 작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런 작가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그게 표절 논란으로 불거졌는데. 저희가 잠시 소개를 해드려 보겠습니다. 청취자 여러분도 한번 들어보시고요 판단을 해주시길 바랍니다. 먼저 미시마 유키오 '우국'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미시마 유키오 '우국'>
두 사람 다 실로 건강한 젊은 육체의 소유자였던 탓으로 그들의 밤은 격렬했다. 밤뿐만 아니라 훈련을 마치고 흙먼지 투성이에 군복을 벗는 동안마저 안타까워하면서 집에 오자마자 아내를 그 자리에 쓰러뜨리는 일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레이코도 잘 응했다. 첫날밤을 지낸지 한 달이 넘었을까 말까 할 때 벌써 레이코는 기쁨을 아는 몸이 되었고 중위도 그런 레이코의 변화를 기뻐하였다.

▷ 한수진/사회자:

다소 에로틱한 표현입니다만 어쨌든 문학 작품 내용이니까요. 이게 미시마 유키오라는 일본 작가의 글이었고요. 그러면 신경숙 작가의 '전설'에 나오는 부분 들어보겠습니다.

<신경숙 작가 '전설'>

두 사람 다 건강한 육체의 주인들이었다. 그들의 밤은 격렬하였다. 남자는 바깥에서 돌아와 흙먼지 묻은 얼굴을 씻다가도 뭔가를 안타까워하며 서둘러 여자를 쓰러뜨리는 일이 매번이었다. 첫날밤을 가진 뒤 두 달 남짓, 여자는 벌써 기쁨을 아는 몸이 되었다. 여자의 변화를 가장 기뻐한 건 물론 남자였다.

▷ 한수진/사회자:

신경숙 씨 작품 가운데 그 대목 들어보셨는데. 교수님, 어떠세요? 보시기에 표절 같습니까?

▶ 이택광 경희대 교수(문화평론가):

제가 볼 때는 얘기 나오는 굉장히 중요한 키워드가 있지 않습니까. '기쁨을 아는 몸'이라든가 또는 그 설정 자체. 건강한 육체를 가진 주인들이었다, 또 소유자였다. 몇 가지 단어를 제기하면 거의 유사한 내용으로 기술이 돼 있다고 볼 수 있거든요. 특히 '기쁨을 아는 몸'이라는 표현은 이응준 씨가 이를 지적했는데 그냥 누구나 쓸 수 있는 말은 아니지 않습니까, 이게. 전체 문장에서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가 기쁨을 아는 몸이라고 알 수 있는데 이게 그대로 쓰이고 있다는 거죠. 이게 조금 전체적으로 표절이 아닌가 의혹이 제기될 수 있다고 봅니다.

▷ 한수진/사회자:

'기쁨을 아는 몸' 이것은 번역자의 표현이라면서요?

▶ 이택광 경희대 교수(문화평론가):

김후란 시인이 이 작품을 번역을 했는데요. 물론 미시마 유키오를 번역한 분이 많이 계시지만 김후란 시인이 특별하게 이 부분을 기쁨을 아는 몸이라고 번역을 했습니다. 아무래도 김후란 시인이 번역한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을 봤다고 추정을 할 수가 있죠.

▷ 한수진/사회자:

전체적으로 보기에는 분명히 표절의 혐의가 짙다 이렇게 보시는 거군요?

▶ 이택광 경희대 교수(문화평론가):

개인적으로는 표절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일단 신경숙 작가는 '우국'이란 작품을 본 적도 없고 그런 작품이 미시마 유키오에 있는 줄도 몰랐다고 그렇게 말씀 하셨어요.

▷ 한수진/사회자:

그렇게 입장을 밝혔죠.

▶ 이택광 경희대 교수(문화평론가):

정말 그렇다면 이건 미시마 유키오가 환생한 게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들죠. 그렇지 않고서는 어떻게 보지도 않은 작품에 나오는 특별한 단어를 쓸 수가 있을까. 당연히 일반인으로서는 당연한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 한수진/사회자:

환생한 게 아니냐. 그런 의문이 들 정도다?

▶ 이택광 경희대 교수(문화평론가):

그렇지 않고는 그 문장을 쓰기 어렵지 않나. 특히 이건 미시마 유키오가 환생했다기보다는 김후란 시인의 번역을 보지 않고 그대로 옮겨 쓴다는 게 말이 안 되지 않습니까?

▷ 한수진/사회자:

이택광 교수님께서는 그렇게 생각하신다는 건데. 일단 지금 이 소설을 출간한 창비 쪽에서도 입장을 밝혔는데 유사성 비교하기가 아주 어렵다. 표절로 판단할 근거가 약하다, 이런 입장을 밝혔네요.

▶ 이택광 경희대 교수(문화평론가):

사실 신경숙 작가도 문제지만 창비라는 출판사도 문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 한수진/사회자:

어떤 면에서요?

▶ 이택광 경희대 교수(문화평론가):

신경숙 작가와 같은 입장을 취하겠다는 건데 누가 봐도 어느 정도 한글을 아시는 분이 봐도 유사성을 알 수 있거든요. 그런데 이걸 표절로 판단할 근거가 약하다 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사실 예일대학에서 갖고 있는 표절 가이드라인이 있어요.

▷ 한수진/사회자:

기준이 있군요?

▶ 이택광 경희대 교수(문화평론가):

세 가지 정도 범주가 있는데 첫 번째가 인용 없이 있는 그대로의 단어나 언어를 그대로 표현을 그대로 가져오는 경우.

▷ 한수진/사회자:

단어를 가져오는 경우?

▶ 이택광 경희대 교수(문화평론가):

그렇죠. 인용 없이 그대로 단어를 가져오는 경우도 표절이고요. 두 번째는 어떤 특별한 언급 없이 그러니까 예를 들면 누가누가 말했다는 식의 언급 없이 정보를 그대로 가져오는 것도 표절이에요. 세 번째는 원본과 유사하게 풀어쓴 경우에도 표절이거든요. 세 가지 범주로 본다면 이 부분은 그대로 표절이죠. 예일대 규정으로 본다면.

▷ 한수진/사회자:

예일대 규정으로 보면 이 규정 세 가지 내용을 다 적용할 수 있다?

▶ 이택광 경희대 교수(문화평론가):

그렇다. 그 범주의 부분을 다 적용이 되는 것이죠.

▷ 한수진/사회자:

단어도 나오고 내용도 비슷하고 풀어쓴 것도 비슷하다, 전개도, 이런 말씀이시죠?

▶ 이택광 경희대 교수(문화평론가):

이런 세 가지 범주에 분명히 들어가는 문장들인데 이것이 유사하지 않다고 말한다면 눈 가리고 아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고요. 좀 더 합당한 해명이 있어야 한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교수님 말씀대로라면 상당히 표절 여부 혐의가 짙고 거의 분명하게 단언할 수 있을 정도인데 그런데 문단의 반응은 꼭 그렇지는 않은 것 같아요. 좀 쉬쉬하는 분위기인 것 같기도 하고요?

▶ 이택광 경희대 교수(문화평론가):

아무래도 신경숙 작가가 한국 문학에서 차지하는 위치가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고요. 이응준 작가가 문제 제기를 한 이유도 저는 거기에 있다고 봅니다. 신경숙 작가에 대한 개인적 감정보다도 기본적으로 신경숙 작가가 한국문학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보니까 이 문제를 짚고 넘어가지 않고는 우리가 도대체 잘못된 관행들을 바로잡기 어렵지 않겠느냐. 문단과 출판 자본의 카르텔 이런 부분들이 결국은 궁극적으로 본다면 한국문학을 망치는 거 아니냐 이런 문제의식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이런 문제를 제기했다고 보고요.

그래서 이건 단순하게 신경숙 작가나 창비라는 출판사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문단 전체. 이 문제를 지금까지 묻고 갔던 한국문학 문단 전체의 침묵 또는 거기에 대한 나름대로의 어떻게 본다면 나쁘게 말하면 약을 수 있는데 이런 부분을 조금 더 짚고 넘어가야 하는 거 아니냐, 문단이 나서서 자정해야 하는 거 아닌가, 이런 생각들을 들게 만들죠.

▷ 한수진/사회자:

이번에는 분명하게 이 문제를 규명해야 한다는 말씀이시군요? 사실 신경숙 씨가 표절 논란에 말려든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면서요?

▶ 이택광 경희대 교수(문화평론가):

그렇죠. 지금까지 꾸준하게 제기가 돼 왔었는데 공식적으로 제기된 적이 한 번 있습니다. '딸기밭'이라는 작품을 썼을 때 한겨레신문의 최정훈 기자가 이와 관련돼서 특정한 유고집이었죠. 자기 아들을 추모하는 유고집에 나오는 아버님의 서문이었습니다. 그걸 그대로 '딸기밭'이라는 작품에 신경숙 작가가 옮겨 썼는데 그게 90년대 후반쯤 됐어요. 지금부터 15년 전의 이야기네요. 그때도 사실 많은 분들이 그것이 표절이다 라고 단언을 했는데 신경숙 작가는 지금처럼 무시를 했죠. 인정하지 않았고 그리고 또 다른 출판사나 다른 평론가들도 그것이 표절로 보기 어렵다는 식으로 결정하고 지나갔습니다. 이미 그런 전례가 있는 거죠. 이번에도 아마 그런 식으로 대응하려는 것 같아요.

▷ 한수진/사회자:

그때 '딸기밭' 같은 경우는 인용을 한 거다, 라고 밝히기는 했다는.

▶ 이택광 경희대 교수(문화평론가):

본인이 추모의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서 인용을 하지 않았다 라고 했는데 그거는 어느 정도 어떻게 보면 해명이 될 수도 있겠지만 독자 입장에서는 엄밀히 말하면 그것도 궁색한 변명이라고 볼 수 있죠.

▷ 한수진/사회자:

그동안은 이 논란들이 이렇게 묻혀 왔는데 이번에 문제를 제기한 이응준 씨 같은 경우는 분명히 말했습니다. 침묵의 카르텔에 한국문학이 싸여있다. 평단의 건강성, 문단의 건강성을 위해서 치열한 논쟁이 필요하다. 교수님도 동의하시는 거죠?

▶ 이택광 경희대 교수(문화평론가):

당연하죠. 표절 문제라는 것은 외국사례를 보더라도 외국은 법정 소송까지 가서 큰 일이 되는 거거든요. 표절로 판명됐을 때는 전량 회수. 특히 문학작품이라든가 예술작품에서 표절이라는 것은 작가의 독창성과 관련돼 있기 때문에 명확하게 끊고 가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잘 들었습니다.

▶ 이택광 경희대 교수(문화평론가):

감사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경희대 이택광 교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