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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플러스] 감염병 보도 준칙에도 없는 "메르스 병원 비공개"

안현모 기자

입력 : 2015.06.08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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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쉬하던 정부가 어제(7일) 드디어 메르스 확진자가 거쳐 간 병원을 공개했습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조차 또 한 번의 오류가 있긴 했지만, 어찌 됐건 그동안의 정치권 대처에 대한 답답함이 조금은 풀리는 분위기인데요, 그렇다면 과연 언론의 대응은 어땠는지 심석태 기자가 취재파일을 통해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정부가 병원 명단에 대한 비공개 원칙을 고수할 때 SBS를 포함한 대부분의 언론사들은 정부의 방침을 철저히 지켰습니다.

이런 재난 상황에서는 정부 정책에 협조하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겁니다.

괜히 앞장서서 독자적인 취재 보도를 했다간 혼란만 낳았다는 비판을 받는다는 걸 세월호 때의 경험을 통해 학습한 탓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거의 유일한 준거 규정이라 할 수 있는 보건복지부 출입기자들과 한국 헬스커뮤니케이션학회가 공동으로 정한 감염병 보도 준칙을 살펴보면 그 어디에도 확진 환자가 발생했거나 치료를 받고 있는 병원과 지역을 공개하면 안 된다는 조항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오히려 치료에 필요한 의약품이나 장비를 갖춘 의료 기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확진자가 있는 병원을 공개함으로써 의심 환자들이 이 병원 저 병원 돌아다니지 않고 곧바로 제대로 된 병원을 찾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이 준칙의 취지에는 더 부합한다고 볼 수 있는 겁니다.

그런데도 정보를 꼭꼭 틀어쥐고 있는 정부에 언론마저 동조하며 가장 기본적인 정보제공 기능을 거부한 것은 급기야 일부 시민들로 하여금 스스로 정보를 모아 유통하게 만들었고 이는 이른바 제도권 언론이 사용자들로부터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지를 잘 보여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정부는 차치하고라도 언론부터 시청자와 독자를 절대적인 계몽과 교육, 통제의 대상으로 보는 접근법은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심 기자는 지적했습니다.

그리고 이번 메르스 사태가 진정되고 나면 투명성과 비밀주의 사이에서 언론이 가져야 할 바람직한 태도에 대해 진지한 사회적 논의가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 [칼럼] 병원 공개도 우왕좌왕…위기 대응 매뉴얼 재점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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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런 메르스 정국에서 국회법 개정안을 둘러싼 정치권의 갈등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대통령이 정치적 최강수인 거부권 가능성을 내비칠 정도로 개정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기 때문인데요, 어찌 된 일인지 딱 10년 전만 해도 대통령은 행정입법에 대해 지금과는 정 반대 주장을 펼쳤습니다.

김수형 기자의 취재파일 보시죠.

[박근혜 대통령/2015년 6월 1일 : 국정은 결과적으로 마비상태가 되고 정부는 무기력화 될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국회법 개정안은 정부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렇게 정부의 시행령까지 국회가 번번이 수정을 요구하면 정부의 정책 추진은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국회법을 바꾸는 것을 단호하게 반대했습니다.

하지만 정확히 10년 전인 2005년 당시 야당 대표였던 박 대통령은 이와는 180도 다른 발언을 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신문법 시행령을 개정하면서 한나라당이 삭제했던 조항을 마음대로 집어넣었다며 이를 좌시할 수 없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겁니다.

[2015년 5월 14일 : 한나라당이 신문법 개정안과 관련해서 이것은 독소조항이라고 강력하게 반대해서 삭제됐던 부분을 버젓이 시행령에 넣어 놨습니다. 이것은 국회의 입법권을 침해하는 어이없는 일입니다. 한나라당에서는 잘못된 독소조항이 들어간 시행령을 바로잡기 위해서 강력히 대처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이보다 더 앞선 1998년에는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국회법 개정안보다 더 강력한 국회법 개정안에 찬성표를 던지기도 했습니다.

행정입법이 법률에 배치되거나 법률의 위임범위를 일탈한다는 등의 의견만 제시되면 정당한 이유가 없는 한 중앙 행정기관의 장이 이를 따라야 한다는 법안이었습니다.

청와대는 그 당시 15대 국회에 처음 들어간 박 대통령이 단순히 서명만 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그렇게 찬성함으로써 법안 발의의 요건을 충족시켜준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 [취재파일] "독소조항 시행령 바로잡겠다"던 박 대통령의 변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