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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色으로 학교 디자인'…학생들에게 '숨 쉴 공간' 되길

정혜진 기자

입력 : 2015.05.26 15:14|수정 : 2015.05.26 15:14


방송 뉴스를 하다 보면 2분 내외의 방송 시간이 부족하다 싶을 때가 종종 있습니다. 특히 영상이 주는 메시지가 큰 기사일 때 그런 경우가 많은데요. '色을 입은 학교' 아이템을 하면서 그런 생각을 또 하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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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빛 복도에 어두컴컴한 교실, 때가 꼬질꼬질 끼여 있는 벽면… 제 머릿속 학교 이미지입니다. 이런 잿빛 색감이 재미없고 지루한 한국 교육의 단면을 대변하는 건 아닐까 싶은데요, 아주 일부에서지만 우리 학교가 달라지고 있습니다. 환하고 경쾌한 색을 입은 학교, 방송에 다 담지 못한 학교들을 좀 더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서울시에서는 지난 2011년부터 학교 환경개선 사업의 일환으로 '컬러 컨설팅'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4년 동안 12개 학교가 '변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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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우신초등학교입니다. 색감이 뛰어나서 방송에 꼭 담고 싶었는데, '캐릭터'를 활용한 디자인이란 점이 '우장초'와 겹치는 점이 있어서 아쉽지만 사진으로 소개하게 됐습니다. 

벽면 알록달록한 캐릭터들 사이에 숨어있는 귀여운 캐릭터가 보이시나요? 학교 캐릭터로 개발된 '우신이'가 벽면 디자인 곳곳에 숨어서 아이들과 숨바꼭질을 하고 있는 게 핵심 디자인 포인트인데요. 조도가 낮아 어두웠던 학교 분위기를 개선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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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에 첫 시범사업 대상으로 선정된 서울 노원구의 녹천초등학교는 사진에서 보시는 것처럼 학교 중앙에 정원이 있는 '중정형 구조'입니다. 그러다보니 초등학교 1, 2학년 학생들이 건물 안에서 자기가 어디에 있는지 몰라 헤매는 경우가 많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학교 내부를 봄(연두색), 여름(녹색), 가을(갈색), 겨울(청회색) 네 가지 계절로 나누었습니다. 사진에서 보시는 별자리 그림은 가을 테마, 물고기와 바다는 여름 테마입니다. 컬러컨설팅 이후 이 학교에서 길을 잃는 학생들이 많이 줄었다고 전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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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어린 학생들을 고려해 초등학교의 경우 색감이 화려하고 귀여운 캐릭터를 활용했다면, 중학교의 경우 학생들의 지적 미적 발단 단계를 고려해 기하학적 원리나 추상적 그래픽을 기본으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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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옥중학교

금옥중학교의 경우 교과서에서 개념으로만 배우던 착시 현상을 복도에서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그래픽을 사용했습니다. 금옥중학교의 착시그래픽을 촬영한 사진은 개인적으로 꽤 인상적이어서 방송에서도 이미지 컷으로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길음중학교는 '길음'이라는 단어를 구성하는 초성, 중성, 종성을 디자인 요소로 활용한 특징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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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음중학교

이렇게 학교에 색과 디자인을 입혔더니, 학생들은 공격적인 성향이 줄어들거나 친구나 선후배 사이 싸움이 줄었다고 답하기도 했고요. 한 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뇌파를 측정해 학생들의 변화를 살펴봤더니, 학생들의 주의력은 40%, 집중력도 27% 높아졌다는 결과가 나왔다는 점은 8시 뉴스에서 알려드렸습니다. 

실제로 학생들 만족도가 높다보니, 학교 컬러 컨설팅 사업을 실시하고 있는 서울시는 올해에도 5개 학교로 사업을 확대 실시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이런 숫자로 된 효과나 조사결과에 더불어, 이런 작은 변화가 학교라는 공간 자체에 스트레스를 받을 지도 모르는 학생들이 숨 쉴 수 있는 곳(breathing space), 조금이나마 위안이 될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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