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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판서 압수된 돈도 사정 따져 판돈 여부 결정해야"

입력 : 2015.05.19 09:45


경찰이 불법 도박판을 덮치면 그 자리에 있는 돈 전부를 판돈으로 간주해 압수합니다.

호주머니에 넣었든 가방에 뒀든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법원은 모든 돈을 판돈으로 볼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사정을 잘 따져봤을 때 다른 용도로 가지고 있던 돈으로 볼 수 있다면 그렇게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서울 서부지법에 따르면 신 모(57·여)씨는 2013년 9월 어느 날 서울 마포구의 한 공원에서 도박인 '도리짓고 땡' 판을 벌인 김 모 씨 등 9명과 함께 경찰에 검거됐습니다.

신 씨는 이런 도박판이 벌어지면 커피를 파는 '이모'였는데 장사를 하면서도 틈틈이 도박판에 직접 끼기도 했습니다.

현장에서 판돈으로 압수된 돈은 600여만 원.

여기에는 신 씨가 가방에 지니고 있던 108만 5천 원도 포함됐습니다.

신 씨는 경찰에서 압수된 돈은 도박과 관련 없다고 항변했습니다.

현장에서 압수당한 108만 5천 원 중 5만 원권 20장으로 된 100만 원은 수술비로 쓰려고 모아 둔 돈으로, 집에 물난리가 나는 바람에 문을 열어둬야 해 집에 두지 못하고 가방에 넣어 다녔을 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신 씨는 함께 압수된 8만 5천 원 역시 커피를 팔아 번 돈이어서 도박자금이 아니니 몰수 대상도 아니라고 했습니다.

이에 대해 1심 재판부는 신 씨에게 벌금 50만 원을 선고하면서 신 씨가 지니고 있던 돈 전부를 판돈으로 보고 몰수했습니다.

법원은 판결문에 그 이유를 자세히 판시하지도 않았습니다.

신 씨는 억울하다며 항소했습니다.

2심은 신 씨 손을 들어줬습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1부(한영환 부장판사)는 "신 씨가 수술비라고 주장하는 100만 원까지 판돈으로 볼 근거가 부족하다"며 원심을 파기하고 8만 5천 원만 판돈으로 인정했습니다.

당시 도박꾼들이 각자 갖고 있던 판돈이 대부분 50만 원 이하였다는 점을 보면 형편이 어려운 신 씨가 108만 5천 원을 모두 도박에 쓰려 했다고는 보기 어렵다고 재판부는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100만 원이 도박에 쓰였음을 인정할 수 없고, 우연히 수술비로 보관하던 돈을 도박자금과 구분하지 않고 같이 가방에 넣었다가 압수됐을 개연성도 있다고 재판부는 판시했습니다.

재판부는 다만 신 씨가 도박을 한 사실 자체는 있다고 보고 원심 형량인 벌금 50만 원은 유지했습니다.

재판부는 신 씨가 기초생활수급자로서 형편이 여유롭지 않고 당시 도박판에 참여한 이들과 달리 도박 전과가 없는 점, 당시 커피를 팔다 이따금 도박판에 낀 정도라는 점 등을 고려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