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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판사, '대통령 정적' 세력 석방 판결로 구속

입력 : 2015.05.02 22:46|수정 : 2015.05.02 22:46


터키 판사 2명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정적인 이슬람 사상가 페툴라 귤렌의 지지자들을 석방하라는 판결을 내렸다는 이유로 구속됐다고 터키 언론들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스탄불 법원은 전날 이 법원 소속의 메틴 외즈첼릭 판사와 무스타파 바셰르 판사에 범죄조직 가입 혐의를 인정해 구속을 결정했다.

이들 판사는 지난달 25일 귤렌이 정권을 전복하기 위해 정부 안에 만든 무장 테러조직이라고 주장되는 이른바 '평행 정부'에 가입했다는 혐의로 구속된 경찰 간부 75명과 방송사 사만욜루TV의 이다예트 카라자 회장을 석방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그러나 정의개발당(AKP) 정부는 석방 판결 이행을 지연시켰고, 고등법원은 이 판결을 뒤집는 결정을 내렸다.

또 터키 사법부 최고 의결기구인 판사검사최고위원회(KSYK)는 판결 이튿날 이들 판사가 사법부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직무를 정지시켰다.

판사가 판결을 이유로 구속되는 전례 없는 사태를 두고 친(親) 귤렌 측 언론과 일부 반정부 성향의 언론들은 독재 정권이 적법한 판결을 처벌해 사법 독립성을 침해했다고 비난했다.

바셰르 판사는 전날 구속이 확정되자 트위터를 통해 "오늘 사법부는 사망했다. 터키 국민에 애도를 표한다"고 밝혔다.

제1야당인 공화인민당(CHP)의 뷸렌트 테잔 부대표는 전날 성명을 내고 판사들이 자신의 판결로 재판을 받아서는 안 된다며 판결에 잘못이 있다면 사법 체계 안에서 바로잡아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정의개발당 정부와 친정부 성향의 언론들은 '평행 정부'가 조직원들을 불법적으로 풀어주려는 작전을 펼쳤지만, 사법부의 애국적 인사들이 이런 시도를 막았다고 주장했다.

일간 사바흐는 외즈첼릭 판사는 다른 재판부가 담당한 사건의 피의자들을 석방하라고 판결한 것은 권한을 남용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으며 일부 법률 전문가들은 이들의 불법적 시도를 '자살'로 묘사했다고 보도했다.

아흐메트 다부토울루 총리는 이들 판사의 석방 판결은 '사법 쿠데타'라며 이들이 "미국 펜실베이니아에서 지시를 받았다"고 말했다.

펜실베이니아에서 자진 망명 중인 귤렌은 과거 에르도안 대통령을 돕기도 했지만 2013년 12월 검찰과 경찰이 에르도안 대통령 등 집권당을 겨냥한 사상 최대 부패사건을 수사한 것을 계기로 정적이 됐다.

당시 총리였던 에르도안 대통령은 귤렌의 사회운동인 '히즈메트'(봉사) 회원들로 구성된 '평행 정부'가 정권을 전복하려 기도한 쿠데타라며 사법부와 검찰에 대규모 인사를 단행했다.

지도부가 교체된 검경은 평행 정부에 가입했다는 혐의로 경찰관과 고위 공무원, 귤렌 측 언론사 경영진 등을 대거 체포했으며 인터폴에 귤렌의 체포를 요청했다.

그러나 일간 자만 등 귤렌 측 언론은 정부가 부패 문제를 덮으려고 구체적 증거도 제시하지 않고 실체도 없는 평행 정부를 만들어 냈다며 강하게 부인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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