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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방러 '불발'…중국은 이미 알고 있었다?

입력 : 2015.05.01 15:34|수정 : 2015.05.01 15:40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오는 9일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제2차 세계대전 승전 기념식에 불참하기로 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중국이 사전에 이를 알고 있었는지가 베이징 외교가의 관심거리로 등장했습니다.

러시아 당국자들이 수개월 전부터 공식, 비공식적으로 김 제1위원장의 방러 계획을 반복적으로 확인했음에도 중국 측은 이에 대해 '시종일관' 부정적인 전망을 유지해왔기 때문입니다.

김 제1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계획이 처음 알려진 것은 지난 1월의 일입니다.

당시 일부 언론은 러시아 대통령궁 공보실을 인용해 김 제1위원장이 5월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2차 대전 승전 70주년 행사에 참석해달라는 러시아 요청을 받아들였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김 제1위원장이 전통적인 혈맹인 중국에 앞서 러시아를 먼저 찾는 것이어서 중국의 일부 인터넷 언론은 즉각 "김정은이 결국 '원중친아'(중국을 멀리하고 러시아를 가까이한다)를 결정했다"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중국당국과 관측통들은 그의 방러 가능성에 시종일관 부정적인 전망을 유지했습니다.

중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과 자주 접촉하는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지난 3월 초 "중국 내 전문가들은 김 제1위원장이 4월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반둥회의나 5월 러시아에서 열리는 2차 세계대전 승전 70주년 기념행사에 방문한다는 소식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실제로 지난달 22일 반둥회의 개막에 앞서 인도네시아 측이 김 제1위원장의 회의 참석을 확인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이 회의에는 북한의 명목상 국가수반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참석했습니다.

최근 부임한 김장수 신임 주중 한국대사는 지난달 13일 한국 특파원들과 한 간담회에서 김 제1위원장의 방러에 대한 중국 측의 부정적인 전망을 좀더 분명하게 전달했습니다.

김 대사는 "러시아는 거의 확신하는 것 같지만, 중국은 끝까지 가봐야 안다고 얘기하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물론, 김 제1위원장의 방러 가능성에 대한 이 같은 중국 측 반응은 북한의 특수한 정치 체제를 고려해 끝까지 '신중한' 반응을 보인 것뿐이라는 해석도 있지만, 양측이 여전히 긴밀한 정치·외교적 채널을 유지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북한이 중국에 관련 사안에 대해 사전 통보했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더욱 주목할 부분은 이번 방러 불발로 김 제1위원장의 첫 외교무대 데뷔 장소가 역시 '혈맹'으로 불리는 중국이 될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는 점입니다.

북중관계에 정통한 베이징의 일부 관측통은 김 제1위원장이 올해 중국을 방문할 가능성이 80∼90% 이상일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또 중국이 오는 9월 베이징에서 열리는 2차 대전 승리 70주년 기념 열병식에 김 제1위원장을 초청한 것이 사실상 확인된 만큼, '9월 방중' 가능성에도 점점 무게가 실리고 있습니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김정은의 방중을 위해서는 북중 간 고위급 왕래가 필수적인데 아직 공식적인 동향은 감지되지 않고 있다"며 "그러나 물밑교섭이 이뤄지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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