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백수오 된서리'에 8조5천억 증발…개미 또 손실

'가짜 백수오' 논란에 코스닥시장이 된서리를 맞았습니다.

7년여 만에 지수 700 고지를 넘어섰다가 '백수오' 충격으로 휘청이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번 백수오 여파로 내츄럴엔도텍을 비롯해 코스닥시장에 뒤늦게 뛰어든 개인 투자자들이 또다시 손실을 볼 처지에 놓였습니다.

꾸준히 주식을 사들인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는 이번 사태를 핑계로 차익 실현에 나섰지만, 적잖은 '개미'들은 반대로 추격 매수에 나섰기 때문입니다.

오늘(30일) 코스닥 지수는 사흘째 약세를 이어가 어제보다 6.68포인트(0.96%) 내린 689.01로 마쳤습니다.

개장 초 코스닥은 가까스로 오름세를 보였으나 쏟아지는 매물을 이겨내지 못해 하락세로 돌아섰습니다.

장중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내츄럴엔도텍의 백수오 제품 재조사 결과 가짜 백수오 원료인 이엽우피소 성분이 검출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낙폭이 커졌습니다.

코스닥은 백수오 사태가 불거지기 전날인 지난 21일의 종가(714.52)와 비교하면 25.51포인트(3.6%) 하락했습니다.

같은 기간 코스닥 시가총액은 192조726억 원 183조6천223억 원으로 7거래일 동안 8조5천403억 원이나 허공으로 날아갔습니다.

특히 충격의 발원지인 내츄럴엔도텍은 개장하자마자 하한가로 직행하면서 52주 신저가를 기록했습니다.

주가는 3만4천100원으로 지난 16일 장중 기록한 사상 최고가(9만1천200원)의 3분의 1 수준으로 폭락했습니다.

거래량은 106만여 주로 어제보다 대폭 줄었으나, 하한가에 팔겠다는 매도 잔량만 수백만 주가 쌓였습니다.

주가 급락으로 내츄럴엔도텍의 시가총액은 지난 21일 1조6천743억 원에서 오늘 6천593억 원으로, 무려 1조150억 원이 증발했습니다.

시가총액 순위도 9위에서 42위로 주저앉았습니다.

이번 코스닥 조정은 백수오 논란이 시장 전반의 신뢰 추락으로 이어져 투자심리가 악화된 탓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여기에 백수오 논란이 차익실현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코스닥이 7년여 만에 지수 700을 돌파하면서 고점 인식이 확산하자 백수오 사태가 투자자들의 차익 실현 욕구를 자극했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이번 사태로 애꿎은 개인 투자자들이 피해를 봤다는 점입니다.

난데없는 가짜 논란으로 주식을 쓸어담아 온 개인은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내츄럴엔도텍의 주가(종가 기준)는 작년 말 4만5천550원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한약재 백수오가 여성 갱년기 장애와 면역력 강화에 효능이 있다고 알려지면서 관련 제품을 생산하는 내츄럴엔도텍의 주가는 이달 16일 장중에 9만1천 원까지 뛰었습니다.

주가가 종가 기준으로 9만 원을 넘어선 것도 이달 15일과 17일로 백수오 논란이 불거지기 직전이었습니다.

그러나 백수오 논란이 터지자 주가는 17일 종가 대비 열흘도 안 돼 62.5%나 급락했습니다.

이번 사태가 불거지기 전까지 외국인과 기관은 내츄럴엔도텍 주식을 꾸준히 사들였고, 개인은 '매도 우위' 기조를 유지하면서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올해 백수오 사태가 나기 전날인 21일까지 내츄럴엔도텍 주식에 대해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382억 원과 355억 원어치 순매수했지만, 개인은 717억 원 순매도했습니다.

개인은 코스닥에 대한 낙관론이 확산하자 뒤늦게 내츄럴엔도텍 추격 매매에 나섰습니다.

실제 4월 이후 거래만 보면 개인은 내츄럴엔도텍 주식을 389억5천만 원어치 순매수했습니다.

같은 기간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63억700만 원과 347억2천200만 원 순매도로 돌아서 차익을 실현했습니다.

백수오 충격에 휩싸인 22일 이후의 거래만 보면 개인은 내츄럴엔도텍 주식을 556억 원어치 순매수했고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237억 원과 355억 원 순매도했습니다.

손실은 내츄럴엔도텍 투자자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충격이 도미노처럼 번지면서, 코스닥시장이 약세로 돌아서 뒤늦게 코스닥 시장에 뛰어든 다른 개인들도 손실을 봤습니다.

올해 개인들은 쌈짓돈을 쏟아부으며 코스닥을 '거품 영역'까지 올려놨습니다.

올해 들어 코스닥시장에서 개인은 1조3천735억 원어치를 순매수했습니다.

그러나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4천525억 원과 2천813억 원 순매도했습니다.

외국인과 기관이 시장에 내놓은 물량을 개인이 고스란히 쓸어담은 셈입니다.

백수오 사태가 불거지고서도 외국인과 기관은 '팔자'에 나섰지만 개인은 꾸준히 코스닥 주식을 사들였습니다.

4월 22일부터 29일까지 코스닥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1천824억 원, 1천974억 원 순매도했으나 개인은 3천860억 원 규모의 순매수를 기록했습니다.

김형렬 교보증권 매크로팀장은 "이번 사태가 성장주의 신뢰에 흠집을 낸 이슈로 작용했다"며 "사실 내츄럴엔도텍에서 시작됐지만, 성장주의 실적에 대해 고민을 하던 코스닥시장 입장에선 한 번은 겪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단순한 개인의 선호 정도와 정보, 기대감만으로 그동안 투자에 나섰다면 앞으로는 실체가 있는 종목과 그렇지 않은 종목 간 옥석 가리기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