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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혜의 논픽션] "서울이 낯설다?"…'어벤져스2' 한국 묘사의 견해차

김지혜 기자

입력 : 2015.04.30 14:42|수정 : 2015.04.30 14:42


어쩌면 '무엇을 상상했던 그 이하'였던 것이 당연할지도 모른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그것도 현재 세계에서 가장 큰 브랜드 파워를 자랑하는 '어벤져스'시리즈에 한국이 나온다고 했을 때 국내 관객의 설렘은 상상 이상으로 컸다. 영화가 공개되기도 전 '혹시나'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던 것도 너무 높은 기대치 때문이었다.

지난 23일 개봉한 이래 '어벤져스2'는 엄청난 속도와 위력으로 흥행몰이 중이다. 개봉 7일 만에 400만 관객을 돌파했고, 한국 극장의 전체 스크린의 80%를 장악하고 있다.

인기와 더불어 안팎의 이슈도 화제를 모으고 있다. 가장 큰 화두 중 하나는 한국에 대한 묘사일 것이다. 세빛섬을 위시해 마포대교, 강남대로, 상암동 DMC, 문래동 철강단지 등 영화에 등장한 서울 곳곳의 모습은 익숙하면서도 낯설었다.

영화에 등장한 5개국 23개 도시 중 서울 분량은 20분 남짓. 분량 자체는 길지 않았으나 울트론이 탄생하는 곳으로 소개됐다. 어벤져스 군단은 울트론의 음모를 저지하기 위해 서울을 찾았고 캡틴 아메리카, 블랙 위도우, 스칼렛 위치, 퀵실버는 곳곳에서 올트론과 대적했다.

서울 촬영분에 실망한 관객의 대다수는 '볼품없어 보인다'는 것을 지적했다. 실제로 그랬을까. 캡틴 아메리카는 허름한 주택 옥상 위에 떨어져 서울을 처음으로 바라보게 된다. 낡은 주택 단지 너머엔 유전자공학연구소로 설정된 세빛섬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미지울트론과 어벤져스가 대결을 펼치는 주요 장소는 자동차로 꽉 막힌 강변북로, 간판 천국 강남대로와 계원예술대 인근 사거리였다. 대부분의 촬영이 고가도로와 대교 등에서 이뤄졌기에 혹자는 "'57분 교통방송'을 보는 줄 알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우리나라만의 개성이 부족했다는 지적을 곱씹어 보자. 그렇다면 한국적이라는 것은 무엇일까라는 자조 섞인 질문도 해보게 된다. 한국의 색깔이나 정서를 담으려면 광화문, 경복궁, 북촌, 인사동 등을 노출해야 했을까. 그것이 타국의 로케이션과 차별된 풍경을 선사할지언정 서울의 현재라고 할 수는 없다. 잘 보존된 한국적 풍경이나 문화일 뿐이다.

'어벤져스2' 제작진이 한국을 로케이션지로 활용하면서 고민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있다. 조스 웨던 감독은 촬영 전 서울에 대해 "최첨단 기술과 독특한 아름다움을 가진 최적의 장소"라 말했다. 그의 의도대로 서울은 최첨단 기지로 등장했고, 한국 배우 수현 역시 세계적인 유전공학자로 설정돼있었다. 

수현은 "내가 익숙하게 보고, 다녔던 장소들이 나오니 신기했다"고 영화에서 서울을 본 첫 소감을 전했다. 또 묘사가 실망스러웠다는 일부 지적에 "만약에 한옥들이 나오고, 그러다가 화려한 빌딩이 나오면 오히려 더어색할 것 같다. 이번 영화에서처럼 서울의 뒷골목도 나오고, 한강도 나오고 여의도도 슬쩍 나오고 이 정도가 자연스러운 모습이지 않나 싶다"고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이미지곰곰이 생각해보면 영화 속 서울 묘사는 꽤나 사실적이었다. 주상복합빌딩과 허름한 주택가가 공존하는 도심, 복잡하게 설계된 고가도로, 빌딩숲 속 유흥가 등은 우리가 매일 봐왔던 익숙한 풍경이다. 급속도로 산업화가 진행된 서울은 잘 정돈 계획도시도, 전통과 역사를 잘 간직한 미의 도시로 분류하기도 애매한 공간이다. 그것이 서울의 특수성이다.

영화에서 장소는 중요한 역할을 차지한다. 장소나 환경으로 인해 사건이 유발되기도 하고 인물간 갈등이 불거지기도 한다. 그러나 블록버스터 영화는 조금 다르게 활용된다. 액션의 격전지로서의 공간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마블의 히어로 시리즈의 경우는 말할 필요도 없다. 1편에서 쑥대밭이 됐던 뉴욕을 떠올려보라. 또 2편의 소코비아(가상의 도시)도. 그점을 간과한 우리의 과도한 기대감은 아니었을까.

무엇보다 이 큰 실망감은 설레발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 영화진흥위원회는 미국의 ‘마블 스튜디오’와 촬영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어벤져스2' 촬영을 지원했다.

서울 로케이션이 확정된 후 한국관광공사는 2조 원의 경제 효과를 언급했고, 영화진흥위원회는 그보다 현실적인(?) 876억 원의 경제 효과를 예측했다. 그러나 영화를 본 사람 중 누구도 그 정도의 효과를 기대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이 예상한 홍보효과를 얻고자 했다면 애초 조스 웨던이 아닌 우디 알렌 감독과 손을 잡고 '미드나잇 인 서울'나 '제주 위드 러브'를 찍었어야 했다. 
이미지'어벤져스2'의 총제작비는 2,700억 원. 제작진은 한국에서 약 100억 원의 제작비를 썼다. 이 중 영화진흥위원회는 외국 영상물 국내 로케이션 지원 제도에 따라 30억을 환급한다. 이 정도 규모의 제작비를 지원하고 20분이 나왔다면 투자 대비 많은 분량을 확보한 것이다.

한 편의 상업영화가 창출하는 유·무형의 효과는 크다. 그것이 세계적인 흥행을 거두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라면 더더욱 말이다.

하지만 영화 속 장소로 등장했다는 이유만으로 2조 원의 경제효과를 언급하는 건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애초에 현실 가능성 없는 계산법으로 설레발을 친 탓에 실망감만 커졌다.

(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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