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꼭 숨어라? 이건 코미디가 아닙니다.

 
위 사진을 유심히 봐주시기 바랍니다. 무엇이 보이시나요? 나무와 풀이 울창한 숲 속에서 악기를 연주하는 4명의 악단 단원들만 보이시나요? 

사실 이곳에는 6명의 악단 단원들이 더 있었습니다. 이들은 수풀처럼 위장한 채 숨어있다가 자신이 연주할 시점이 되자 '짠~'하고 나타납니다. 

이렇게 '위장'하는 것은 뮤직비디오나, 몰래카메라는 물론이고, 우스꽝스러운 상황을 연출하거나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데 사용되며 코믹한 소재로 이용됩니다.  


하지만 이것은 단순한 '위장'이 아니라 '특수한 옷'입니다. 그 이름은 길리 슈트(ghille suit)인데 스코틀랜드 영어로 사냥꾼 안내인을 의미하는 길리(ghille)에 옷을 의미하는 슈트(suit)를 결합해 만든 합성어로 자신의 몸을 보호 또는 은신시키기 위해 나뭇잎 같은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을 이용하여 의류에 붙이는 것을 이야기합니다. 

단어의 뜻에서도 알 수 있듯이 길리 슈트는 코믹 소재로 쓰기 위해 탄생된 것이 아닙니다. 길리 슈트의 목적은 전쟁에서 저격수들이 적에게 들키지 않도록 위장하는 것입니다. 

길리 슈트가 공식적으로 등장한 것은 1914년 1차 세계 대전 때입니다. 독일군 저격수에게 공격을 당했던 영국이 스코틀랜드 지방 산림감시대원을 불러 독일군 저격수와 맞붙게 했는데, 이때 산림감시대원들이 입은 길리 슈트가 지금 길리 슈트의 시초였습니다.

이렇게 100여 년 전부터 사용한 길리 슈트는 은신을 하게 될 곳의 지형에 따라 그 형태가 조금씩 달라집니다. 사막에서는 모래색과 유사한 색을, 삼림 지대에서는 풀색을 차용합니다. 이끼가 많은 곳에선 이끼와 비슷한 녹색, 나무가 많은 지역에서는 밝은 색의 슈트를 입어 주변 환경과 비슷하게 만듭니다.

위에 사진을 꼼꼼히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길리 슈트를 입은 군인의 모습이 보이시나요? 주변에 있는 흙, 풀, 낙엽 등과 어우러져 육안으로는 쉽게 구분할 수 없을 정도 효과를 보이는 길리 슈트. 
 
살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빈틈없는 길리 슈트의 모습이 우습다고 생각했다면 더 이상 웃지 마세요. 길리 슈트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밤낮없이 고생하는 군인들이 적에게 들키지 않게 하는 생명의 옷이니까요.

(SBS 스브스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