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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변신에 나선 유명 의류…매장 앞 '근육남' 퇴출

박정은

입력 : 2015.04.29 15:56|수정 : 2015.06.09 15:59


"우리 회사에 뚱뚱한 사람을 위한 공간은 없다."
"미개인이 사는 아시아, 아프리카에는 입점하지 않는다."

[스브스]아베크롬비무슨 정신 나간 극단주의자가 지껄인 것 같은 이 말은 놀랍게도 한 의류 브랜드 CEO의 말입니다. 그것도 무려 123년 전통의 유명 의류 회사입니다.
[스브스]아베크롬비
사진=서울신문

아시아인에게 수치심을 안겨다 준 이 발언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첫 매장을 열던 날, 이 매장 앞은 사람들로 가득 찼습니다. 그날의 하이라이트는 상의를 벗고 빨래판 복근을 드러낸 남성 모델과의 '인증샷' 이벤트였습니다. 이 회사는 섹슈얼 마케팅 전략으로 이 모델들과 사진을 찍는 이벤트를 진행했습니다.

그런데 올 7월 말부터는 이러한 광경을 한국이나 미국 뿐만 아니라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게 됐습니다. 회사에서 상반신 노출 모델들을 모두 퇴출하기로 한 겁니다.
[스브스]아베크롬비
아베크롬비&피치(이하 아베크롬비)는 CEO의 문제적 발언 이외에도 여러 번 곤욕을 치렀습니다.

우리나라를 관광하던 홀리스터(아베크롬비 파생 브랜드) 모델들이 동양인을 희화화한 눈을 찢는 모습과 글을 SNS에 올려 논란이 불거진 적이 있었습니다. 
[스브스]아베크롬비또, 2008년 미국에서는 무슬림 여성이 히잡(헤어스카프)를 쓰고 아베크롬비 매장 판매직에 면접을 보러 오자, 매장에서 고용을 거부한 바 있습니다. 내부적 복장 규정이 그 이유였습니다. 이에 이 여성은 '종교차별'로 부당하게 고용 거부를 당했다며 아베크롬비에 소송을 걸기도 했습니다.

이런 외모, 인종, 종교 차별적인 논란이 일자 소비자들 사이에선 불매운동이 벌어졌습니다. 아베크롬비의 브랜드 이미지는 추락했고, 매출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실제로 아베크롬비는 11분기 연속 판매 실적이 감소했고, 지난해 이익은 전년 대비 77%나 줄었습니다. 판매 실적 저하의 책임을 지고 지난 22년간 CEO로 군림해온 마이크 제프리즈는 지난 12월 자리에서 물러났습니다. 
[스브스]아베크롬비
사진=SCMP Pictures, 뉴시스
 
문제의 CEO의 사임 후에야 아베크롬비는 그동안 고수하던 섹슈얼 마케팅을 버리고 이미지 변신에 나섰습니다. 그 첫걸음이 아베크롬비의 상징, 매장 앞 '근육남' 퇴출인 겁니다. 

외신에 따르면 최근 직원 고용정책에서 '외모와 스타일' 조건을 없애고, 쇼핑백에 인쇄된 반라의 모델 사진 교체하는 등 이미지 개선을 위한 본사의 방침이 있었다고 합니다.
[스브스]
사진=fashionn

하지만 이미 너무 많은 사람들의 뇌리에 박힌 외모, 인종, 종교적 차별 논란... 아베크롬비는 그동안의 부정적 이미지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CEO가 괴상한 '말'을 하고, '말' 근육을 가진 멋진 모델을 앞세워 '말'도 안 되는 마케팅을 한 이 회사. 이미지 변신을 하겠다고 선언을 했지만, 소비자들이 돌려줄 '말'은 별로 따뜻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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