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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산관광단지 '부산의 미래'에서 '비리 온상' 전락

입력 : 2015.04.27 23:49|수정 : 2015.04.27 23:49


동부산관광단지는 '부산의 미래'라고 불릴 정도로 부산시가 야심차게 추진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1999년부터 기장군에 4조 원을 투입해 국내 최대 도심형 해양 복합 리조트를 조성하는 초대형 사업이다.

그러나 개발 과정에서 사업을 총괄하는 부산도시공사의 전 사장, 지역 정치인, 경찰관, 공무원이 민간 사업자에게 특혜를 주거나 입찰 정보 등을 흘리고 대가를 챙긴 것으로 검찰 수사에서 속속 드러나 '비리의 온상, 복마전'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10년 넘게 끌어온 동부산관광단지 조성 사업이 또 한 번 큰 암초를 만났다.

◇ 금품 로비로 얼룩…10명 구속

부산지검 특수부(김형근 부장검사)는 동부산관광단지 비리 수사 시작 40여 일 만에 8명을 구속기소하고 2명을 구속했다.

동부산관광단지 내 푸드타운 시행사의 실제 운영자인 송 모(49) 씨와 송 씨에게서 거액을 받은 혐의를 받는 박인대(58) 부산시의원, 부산도시공사 전문위원 양 모(46) 씨, 기장군청 과장 김 모(56) 씨가 줄줄이 구속 기소됐다.

양씨에게 거액을 건네고 입찰정보를 빼낸 부동산업자 3명과 롯데몰 동부산점 전 현장소장 신 모(53) 씨도 구속돼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롯데몰에 교통 관련 편의를 봐주고 아내 명의로 점포를 임차한 현직 경찰 중간 간부도 구속됐다.

부산도시공사 직원도 양씨에게서 거액을 받은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특히 동부산관광단지 사업을 총괄했던 이종철 전 부산도시공사 사장까지 27일 구속됐다.

검찰은 이 전 사장에게 '부정처사 후 뇌물수수' 등의 혐의를 적용했다.

이 전 사장이 롯데몰 측에 각종 편의를 제공하고 퇴임 직후 가족 명의로 유동 인구가 많은 곳에 점포를 임차해 운영했는데 이를 특혜성이나 대가성이 짙은 뇌물로 본 것이다.

검찰은 또 이 전 사장에게 동부산관광단지 내 다른 사업장에 지인이 운영하는 감리업체를 소개해주고 이익을 보게 한 '제3자 뇌물수수' 혐의도 추가했다.

송 씨를 비롯한 민간 사업자들은 "사업이 원활하게 추진되게 도와 달라. 행정 편의를 봐달라. 부지 입찰 정보를 달라" 등의 청탁과 함께 5억원이 넘는 돈을 곳곳에 건넸다.

이런 로비는 대부분 성공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 관리부실, 제도적 허점에서 싹 튼 비리

이 같은 대형 비리가 싹이 틔울 수 있었던 데는 부산도시공사가 토지 분양이나 투자유치를 위한 전문가를 육성하는 대신에 외부 인력에 의존한 것도 한 몫을 했다.

부산도시공사는 1999년 동부산관광단지 사업계획 수립 후 10년 넘게 투자자 유치에 실패하자 2009년 투자유치 전문위원 6명을 계약직으로 뽑아 분양과 투자유치 업무를 모두 맡겼다.

그러다 보니 전문위원들이 성과를 내려고 투자자와 결탁하거나 유착될 우려를 안고 있었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관리, 감독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번 사건으로 구속기소된 전문위원 양 씨가 수년간 거액의 뒷돈을 받으며 민간 사업자에게 각종 특혜를 줬지만 내부 감사에서 한 번도 적발되지 않았다.

제도적 허점도 비리를 키웠다.

부산도시공사는 대규모 상가 등 핵심시설은 내부심사를 거쳐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는 협약 공급방식으로 민자를 유치했다.

그러나 소규모 상가나 주차장 부지 등은 최고가 입찰 방식으로 사업자를 선정하는 일반 공급방식을 썼다.

민간사업자에게서 수억원을 받고 내부 입찰정보를 흘린 양씨의 수법에 이 같은 공개 입찰방식은 '합법을 가장한 불법'의 도구로 전락했다.

◇ 무리한 사업 추진이 비리 개입 여지 만들어

부산도시공사는 동부산관광단지 조성이 민간자본 유치 실패로 10년 넘게 표류하자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해 비리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부산시 기장군 시랑리, 대변리 일대 366만2천725㎡에 조성하는 동부산관광단지 조성 사업은 1999년에 시작됐다.

실제 사업은 2005년 관광단지 지정으로 본격 시작됐지만 투자자 유치에 잇따라 실패하면서 애물단지가 됐다.

부산시는 동부산관광단지에 세계적인 테마파크를 유치하겠다며 야침차게 나섰지만 번번이 성과를 내는 데 실패했다.

2006년 미국 MGM, 2007년 영국 서머스톤사, 2008년 두바이 알알리그룹과 잇달아 양해각서를 체결했지만 결국 모두 무산됐다.

부산시는 대안으로 국내 대기업으로 눈을 돌려 CJ그룹을 끌어들여 테마파크를 짓기로 했지만 이 역시 흐지부지됐고 최근에는 다른 2개 대기업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테마파크를 조성하기로 하고 협약체결을 앞두고 있지만 각종 비리가 불거지면서 제대로 추진될지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는 형국이다.

이 같은 민자유치 실패는 도로 등 기반시설과 부지 조성, 토지보상 등에 1조원에 가까운 돈을 쏟아부은 부산시와 부산도시공사를 이자도 감당하기 어려운 '빚더미' 위에 올려놨다.

그러자 부산시는 2009년 동부산관광단지 사업추진을 부산도시공사에 완전히 넘겼다.

부산도시공사는 이 때부터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동부산관광단지 사업을 마무리하려고 무리수를 뒀다.

계약의 투명성, 민간 사업자의 투자능력과 사업지속 가능성 등을 면밀히 살피기보다 유치실적 올리기에만 급급해 각종 비리가 개입할 여지를 남겼다.

◇ 검찰 수사 어디까지?

동부산관광단지 사업을 통괄했던 이종철 부산도시공사 전 사장 구속을 구속한 검찰의 수사가 어떤 방향으로 어디까지 향할지 현재로선 예단하기 어렵다.

지금까지 드러난 혐의로 봐선 도시공사나 부산시 차원의 조직적인 비리보다는 개인적인 차원의 비리로 가닥이 잡히고 있지만 검찰의 추가 조사에서 예기치 못했던 부분이 불거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수사 초기 "수사가 어디까지 갈지 모른다. 의혹이 나오면 가리지 않고 파헤치겠다"고 밝힌 검찰은 아직 수사 마무리 여부에 대해 일체 언급하지 않고 있다.

실제로 일사천리로 이뤄진 롯데몰 동부산점의 환경영향평가나 도시공사 소유 부지를 롯데 측이 무상으로 사용한 부분, 부산시 등 인허가 관련 기관 공무원들의 특혜성 점포 임차가 드러난 것보다 더 많다는 소문 등 각종 의혹이 여전히 남아 있어 검찰 수사가 앞으로 상당기간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 투자자 발길 뚝 끊겨 사업차질 우려

검찰 수사가 장기화하면서 동부산관광단지에 투자의사를 보였던 국내외 투자자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실제로 투자 의사를 강하게 내비치던 프랑스 거대 자본이 최근 비리 사건 때문에 투자를 망설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부산시와 도시공사는 모처럼 살아난 부동산 경기에도 동부산관광단지 사업이 또 다시 장기간 표류하는 등 차질을 빚지 않을까 걱정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그러나 검찰은 썩은 부분을 도려내야만 동부산관광단지가 제 구실을 할 것이라는 입장을 견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동부산관광단지가 10년 넘게 표류한 것은 이런 비리가 독버섯처럼 기생해왔기 때문"이라며 "드러난 문제점을 모두 없애고 투명성을 확보하고 나서 사업을 추진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외부에서 영입한 직원 한명이 수억원의 뇌물을 받고 각종 비리를 저질러도 전혀 눈치채지 못한 허술하기 짝이 없는 부산도시개발공사의 내부 감시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쇄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부산도시공사가 토지분양 전문가와 투자유치 전문가를 자체적으로 육성해 검증되지 않은 인물의 개입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와 함께 사업 추진이 다소 늦어지더라도 민간 사업자의 투자 능력과 지속 가능성 등을 제대로 검증하고 나서 사업을 맡길지 결정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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