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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진상규명 '읍참마속' 확고"…'무조건 사과'는 선긋기

입력 : 2015.04.27 22:19|수정 : 2015.04.27 22:19


"박근혜 대통령이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정치개혁에 나서겠다는 의지는 확고하다" 중남미 순방을 마치고 돌아온 후 곧바로 박 대통령이 이완구 총리의 사표를 수리하자 청와대 핵심 관계자가 던진 말이다.

'읍참마속'과 '정치개혁'이라는 두 단어는 박 대통령이 향후 이번 성완종 사태를 어떻게 대처해나갈지를 가늠할 수 있는 열쇳말로 풀이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27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정치권에서 쏟아지는 박 대통령의 대국민사과 요구에 대해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비리 수사와 자살을 계기로 촉발된 이번 의혹은 진실규명의 대상이지 사과의 대상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사과 문제에 대해서는 '선긋기'를 한 셈이다.

청와대는 '성완종 파문'으로 불리는 이번 사태를 크게 3가지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이 필요한 상황으로 인식하고 있다.

3가지 의혹은 ▲금품수수 논란을 불러 일으킨 '성완종 리스트' ▲성 전 회장의 경남기업 인수과정 및 워크아웃 특혜 논란 ▲성 전 회장의 특별사면 관련 의혹 등으로 분류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이번 사건의 본질은 정권 차원의 불법정치자금"이라고 규정하며 박 대통령을 그 수혜자라고 주장하는 것과는 시각을 확연히 달리하는 것이다.

'성완종 사태'를 진상이 규명돼야 할 3대 의혹 사건으로 규정함에 따라 박 대통령의 해법은 '중단없는 정치개혁'이라는 접근법으로 자연스럽게 나아가게 된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성완종 파문이 여러 갈래 의혹으로 번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정치개혁 차원에서 3대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성완종 파문의 세갈래 의혹은 정치개혁 차원에서 분명하게 진상규명을 해야 한다"고 밝혔고, 다른 관계자는 "성완종 파문으로 박 대통령이 정치개혁을 들고나온 게 아니다. 박 대통령은 앞서 자원외교 비리 등에 단호히 대처하겠다는 개혁의지를 표명한 바 있는 만큼 정치개혁을 중단없이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완종 파문을 '비리기업인의 구명로비 실패'로 봤던 시각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성 전 회장이 자신의 기업을 키우고 정치권 입문 뒤 진행했던 각종 로비 의혹을 세 갈래로 정리하고, 향후 정치개혁 차원에서 이를 끝까지 파헤쳐야 한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박 대통령이 지난 15일 "과거부터 현재까지 문제가 있는 부분은 정치개혁 차원에서 완전히 밝힐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대목과 이어지는 맥락이다.

박 대통령이 중남미 순방 출국 전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를 면담한 자리에서 특검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다.

이러한 입장은 새정치연합이 '성완종 파문'을 친박 게이트 또는 권력형 비리로 규정하며 박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고, 4.29 재보궐선거를 앞둔 새누리당마저 박 대통령 사과를 요청하는 상황에서 성완종 파문에 대한 분명한 성격 규정을 통해 정국 대응의 해법을 마련하겠다는 뜻을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청와대는 박 대통령이 입장을 표명해야 할 부분과 진상 규명을 통해 실체를 밝혀야 할 의혹이 다른 만큼 여야 정치권의 무조건적인 박 대통령 사과 표명 요구는 옳지 않다는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성 전 회장의 과거 비리 의혹 등은 진실규명의 대상이지 사과의 대상이 아니다"며 "성완종 리스트 의혹도 구체적 정황과 더불어 검찰 수사 과정에서 진실이 드러나야 입장 정리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이날 사표를 수리한 이완구 총리 의혹의 경우 금품을 전달했다는 성 전 회장 주장과 이를 뒷받침하는 관련자들의 증언, 이 총리의 해명과정에서 말바꾸기 논란 등이 불거지며 국민적 불신을 초래한 만큼 박 대통령이 총리 임명권자로서 어떤 형태로든 유감의 뜻을 밝힐 것이라고 청와대 관계자들은 전했다.

박 대통령이 성완종 파문에 대한 구체적인 추가 해법과 메시지를 어떤 형태로 내놓을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박 대통령이 주재하는 공식회의 또는 정치권 인사 등을 초청해 중남미 순방결과를 설명하는 자리에서 구체적인 입장을 내놓을 것이라는 일각의 관측도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읍참마속' 심정으로 정치개혁에 나서겠다는 의지는 확고하다"며 "하지만, 어떤 형태로 박 대통령이 입장을 내놓을지는 전혀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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