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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열과 빈곤 얼룩진 역사에 또 수난

입력 : 2015.04.27 17:30|수정 : 2015.04.27 17:31


강인한 국민성에도 50년 이상 이어진 정치적 혼란 속에 최빈국 신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는 네팔이 이번 대지진으로 또 다른 수난의 역사를 이어가게 됐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26일(현지시간) 보도했습니다.

지난 25일(현지시간) 대지진이 강타한 네팔은 히말라야 산악 지대에 자리한 소국으로 면적은 한반도 3분의 2(14만7천181㎢) 정도이고 인구는 2천790만 명 남짓합니다.

하지만 험준한 산봉우리를 오르내리는 등반 가이드 '셰르파'나 1·2차 세계대전 등에서 용맹을 떨쳐온 구르카족 용병 등이 대표하듯, 네팔인들은 투지 넘치는 국민성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렇게 강하고 용감하기로 이름난 네팔인들이지만 정치·경제적 상황은 암울하기만 합니다.

1951년 왕정복고 후 입헌군주제를 표방했지만 오랜 독재가 이어졌습니다.

1990년대 정치 민주화 운동으로 국왕 권력 축소를 골자로 한 신헌법이 만들어졌음에도 혼돈은 계속됐습니다.

1996년부터 10년간은 마오주의 반군과 정부군 간의 내전까지 겪었고 2001년에는 왕세자의 총기 난사로 비렌드라 국왕 부부 등이 사망하는 참극이 빚어졌습니다.

뒤를 이은 갸넨드라 국왕 치세에서도 안정을 찾지 못한 네팔은 2006년 내전 종식과 함께 군주제 폐지와 헌법 제정을 결정했으나 주요 정당 간의 합의 실패로 아직도 헌법을 만들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혼란 속에 네팔은 유엔이 지정한 세계 최빈국 신세가 됐습니다.

1인당 국민소득은 700달러(약 75만 원) 미만이고 젊은이들은 돈을 벌려고 국외로 빠져나갔습니다.

NYT는 네팔 정부 자료를 인용, 일자리를 찾아 국외로 떠난 네팔인들이 1996년에는 하루 6명꼴이었으나 지난해에는 하루 1천500명으로 급증했다고 전했습니다.

이 신문은 지진 당시 수실 코이랄라 네팔 총리가 암 치료차 국외에 있던 현실도 이 같은 '정치적 마비'를 단적으로 드러낸다고 이 신문은 지적했습니다.

이번 지진에 따른 사망자가 3천 명을 웃도는 등 피해가 컸던 것도 네팔 정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 때문이라고 NYT는 전했습니다.

건축업을 하는 유라지 샤르마씨는 "기둥을 세우지 않거나 콘크리트 안에 철근도 넣지 않고 건물을 짓는 경우를 숱하게 봤다"며 이번 재해가 인재라고 성토했습니다.

진원지 근처 오지마을 출신으로 인도 뉴델리에 사는 네팔인 비마 라마 씨는 간헐적으로 연결된 가족과의 전화통화를 통해 "외부에서 마을로 들어와 도움을 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한다"고 호소했습니다.

NYT는 이밖에 네팔에 부족이 125개에 달하고 이들이 쓰는 언어는 127개에 이르며 카스트(계급)도 여럿 존재하는 점 등이 정치적 혼란의 원인 가운데 하나라고 덧붙였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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