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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산속 고립 2주 만에 구조된 자매…어떻게 버텼나?

박병일 기자

입력 : 2015.04.27 09:39|수정 : 2015.04.27 09:39


이종사촌 지간인 56살의 라이트와 52살의 로이, 두 자매는 모처럼 함께 여행을 하기로 했습니다. 라이트는 오클라호마주에 살았고 로이는 네브라스카주에 살았는데 함께 미시간에 있는 친척집에서 만난 뒤 미시간 일대 여행지들을 함께 돌아보기로 했습니다. 지난 10일 두 자매는 미시간주 이쉬페밍이라는 시골 마을에 있는 친척집에서 만났습니다. 그 집에서 즐겁게 하루를 묵은 뒤 다음날 두 사람은 SUV 차인 포드 익스플로러를 타고 여행길에 올랐습니다.
 
두 자매는 하루 뒤인 11일 매키노시티라는 호텔에 투숙하기로 예약이 돼 있었습니다. 하지만 호텔에 두 자매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친척들이 여러 차례 두 자매와 휴대전화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산속이라 휴대전화가 뚫리지 않는가 보다 생각했지만 계속 연락이 되지 않자 친척들은 뭔가 사고가 난 것임에 틀림없다고 생각하고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경찰의 수색이 시작됐습니다. 두 자매가 친척들에게 얘기했던 여행 예정지들을 다 뒤졌지만 두 자매의 행방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두 자매는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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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된 여성 로이(52)와 라이트(56)  / 출처 : Daily Mail
 
라이트와 조이는 10일 밤, 친척 집에서 저녁을 먹은 뒤 모처럼 만난 친척들과 밤늦게까지 얘기를 나눴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여행지로 떠나는데 친척들이 바리바리 먹을 것을 싸줬습니다. 두 자매는 감사의 의미를 담아, 조카가 파는 '걸스카우트 과자'도 한 보따리 사줬습니다. 그리고 차를 몰고 예정된 숙소까지 차를 달렸습니다. 두 자매는 지름길을 통해가면 더 빨리 갈 수 있다는 생각에 '크리스프 포인트 로드'라는 외진 도로를 타기로 했습니다. 외지긴 했지만 2차선 도로인데다 산길의 정취도 즐길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습니다. 그런 선택이 큰 재앙이 될 것이라는 것을 전혀 모른 채 말입니다.
 
산 위로 오를수록 녹지 않은 눈길이 계속 이어졌습니다. 산등성이 숲길을 통과하는데 차가 갑자기 멈춰 섰습니다. 눈 때문에 바퀴는 계속 헛돌았고 결국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됐습니다. 사람 통행도 없는 산길에 고립되고 만 겁니다. 휴대전화를 꺼내 도움을 요청하려 했지만 산속이라 휴대전화가 뚫리지 않았습니다. 온 길을 걸어서 내려가볼까도 생각했지만 도움을 청하러 가려면 수십 킬로미터는 가야 하는데 두 사람의 연령을 생각하면 자칫 목숨을 건 모험이 될 수도 있었습니다. 일단 그냥 구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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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Mlive.com
 
그 사이 경찰은 두 자매의 행방을 계속 찾았지만 헛수고였습니다. 그야말로 연기처럼 사라져버린 것이었습니다. 두 자매가 실종된 지 열흘이 지나면서 사실상 어디서인가 사고를 당했거나 살해됐을 가능성도 염두에 둘 수밖에 없었습니다. 경찰은 헬리콥터 수색에 마지막 희망을 걸었습니다. 두 자매가 묵었던 친척집에서부터 두 자매가 숙박을 예약했던 호텔까지 향하는 여러 경로를 하나씩 하늘에서 수색해보기로 했습니다.  
 
숲길을 따라 상공을 날던 경찰 헬리콥터에서 오후 2시 반, 경찰서로 무전이 날아왔습니다. 숲으로 덮인 산속에서 희미하게 SUV 승용차를 발견했다는 겁니다. 하필 승용차는 흰색이라 눈 속에 가려 잘 보이지 않았지만 햇볕을 받아 뭔가 반짝이는 것을 헬리콥터 조종사가 놓치지 않았던 겁니다. 무전을 받은 지 20여분 만에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습니다. 이미 실종된 지 두 주가 다 된 터라 경찰은 그 두 사람이 십중팔구 숨졌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겁니다. 이미 차량의 연료는 바닥이 난 상태에서 영하 6도까지 떨어지는 밤을 버틸 수 없을 터이고 두 주나 굶고서는 50대 두 여성이 체력적으로 버텨내기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취재파일
출처 : Mlive.com
 
하지만, 경찰이 도착했을 때 두 자매는 비교적 건강한 모습이었습니다. 차 안에는 여행을 떠나면서 챙겨가지고 온 두꺼운 옷들이 가득했습니다. 옷들을 여러 겹 껴입고 추위를 이겨낸 겁니다. 그리고 두 자매는 든든한 비상식량도 있었습니다. 그것은 다름아닌 친척집에서 조카를 돕겠다며 사 들고 온 '걸스카우트 과자'가 여덟 상자나 있었던 겁니다. 두 자매는 또 눈을 녹여서 식수로 사용했습니다. 두 주 가까운 기간에 곰이 두 세 차례 차량에 다가왔지만 두 자매는 문을 잠그고 꼼짝 않은 채 숨죽인 채 곰이 그저 지나치기를 기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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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uff Post
 
영하 6도의 외진 산길에서 두 주나 두 사람을 버티게 할 수 있었던 것은 '걸 스카우트 과자 여덟 상자'와 반드시 구조될 수 있을 거라는 강한 믿음이었습니다. 두 사람을 구조한 경찰은 이렇게 말합니다. "저희가 차 문을 열었을 때 조이는 가방을 꽉 붙들고 있었어요. 라이트는 성경책을 들고 있더군요. 두 사람이 차에서 내리면서 모든 경찰을 한 사람 한 사람 모두 껴안더라고요. '감사합니다. 꼭 올 거라고 믿었어요'라고 하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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