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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업데이트] 막 오른 아베 방미…"역사 문제 직시하라"

이성철 기자

입력 : 2015.04.25 10:28|수정 : 2015.04.25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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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글로벌 업데이트시간입니다. 오늘(25일)은 미국 워싱턴을 연결해서 미국 정가 소식 들어보겠습니다.

이성철 특파원! (네, 워싱턴입니다.) 일본의 아베 총리가 다음 주 미국을 방문하죠? 미 의회에서 일본의 역사 문제에 대해 잇단 경고음이 나오고 있다고요?

<기자>

네, 요즘 워싱턴에서 뉴스의 '주인공'은 단연 일본의 아베 총리입니다.

주인공이라기보다는 역사 외면, 왜곡의 장본인이라는 게 더 어울리는 표현일 것 같습니다.

다음 주 일본 총리로서는 사상 첫 의회 상하원 합동 연설을 앞두고 아베 총리의 역사 인식에 대해 준엄한 경고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미 하원의원 25명이 4월 23일 자로 사사에 겐이치로 주미 일본 대사에게 보낸 연명 서한입니다.

파란색 글씨로 혼다와 이스라엘, 파스크렐 의원을 비롯해 25명 의원들의 자필 서명이 선명하죠?

우선 아베 총리가 의회 상하원 합동 연설이라는 역사적인 기회를 갖게 된 것을 축하했습니다.

하지만 핵심은 "역사와 정면으로 마주하라"는 데 있습니다.

의원들은 일본의 전 총리인 무라야마 도미이치와 관방장관 고노 요헤이가 표현한 결론을 공식적으로 재확인하고 그 유효성을 인정하라고 촉구했습니다.

1995년 '무라야마 담화'는 식민 지배와 침략을 인정한 것이죠.

1993년 고노 담화는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과 일본 정부의 개입을 인정한 것이었습니다.

의원들은 서한의 참조인으로는 아베 총리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을 적시했습니다.

혼다 의원을 비롯해 랭글, 이스라엘 의원 등은 앞서 하원 본회의장에서 특별 연설을 통해 "위안부" 문제 등 과거사 문제를 해결할 것을 육성으로 촉구했습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87살 이용수 할머니가 지금 워싱턴에 와 계신데요, 어제 기자회견에서 "나는 위안부가 아니다. 이용수다. 위안부는 일본군이 강제로 만든 것이다." 라며 일갈했습니다.

다만 의원들의 연명 서한에는 지난해 6월 27일 서한과는 달리 "위안부"라는 표현이 직접 들어가 있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고노 담화를 계승하라는 준엄한 권고에 그 뜻은 충분히 들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앵커>

네 그리고 이 의원들의 연명 서한에 사과나 사죄, 반성 같은 명확한 표현도 보이지 않는데요.

<기자>

네, 정치인들이 외국 정상을 의회에 초청해 놓고 공식 서한에서 "사죄하라"고 하기는 좀 그렇겠죠.

의원들은 다만 아베 총리가 역사 문제를 해소, 해결함으로써 '치유'와 겸허한 '화해'에 기초를 놓기를 바란다고 적었습니다.

'치유'와 '화해' 특히 두 단어가 눈에 띕니다.

백악관이 조금 전 언론들과 전화 회견을 했습니다.

역사 문제를 묻는 질문에 역시 '치유'라는 표현을 써서 답변했습니다.

백악관 당국자는 역사 문제는 치유를 촉진하는 정직하고 건설적이며 솔직한 방식으로 다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또한 최종적 해결에 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답변했습니다.

'healing' 치유와 'reconciliation' 화해라는 표현은 올해 들어서 미 행정부가 한일 간 역사 문제에 관해 일관되게 쓰고 있는 표현입니다.

카터 미 국방장관이 도쿄를 방문했을 때 기자회견에서 한일 간 군사 협력을 강조하면서 '치유'와 '화해'를 거론했습니다.

국무부도 역사 문제에 관한 질문이 나올 때마다 '치유'와 '화해'를 촉진하는 방향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답변했습니다.

2차대전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에 아베 총리가 공물을 봉납했죠.

또 정치인들이 줄줄이 참배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SBS 취재진이 국무부에 물었는데, "지역 내 국가들 간의 건설적인 관계가 평화와 안정을 증진시키고 이들 국가들과 미국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답변을 내놨습니다.

작년 브리핑에선 "이웃 국가들과 대화를 통해 우호적으로 역사 문제에 대한 우려들을 해소하기를 일본에 권고한다"고 딱 부러지게 답변했었습니다.

많이 달라졌죠.

"일본의 역사 문제 우려 해소"라는 직접적 표현은 사라지고, 그 자리를 '치유'와 '화해'라는 추상적이고 상징적인 표현이 차지한 것입니다.

<앵커>

네. 결국, 미국 정부는 아베 총리를 좀 예전과는 다르게 각별하게 맞이하는 그런 분위기군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지금부터 약 20개월 전인 2012년 2월에 아베 총리가 워싱턴을 찾아 오바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었습니다.

바로 이 시간을 통해서도 소개를 해드렸었는데요, 아베 총리는 "일본이 돌아왔다"며 큰소리를 쳤는데 사실 분위기도 냉랭했고 정상회담의 별 성과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은 다릅니다.

들어보시죠.

[존 케리/미 국무장관 : 전후 70년에 걸쳐 미국과 일본이 적에서 동맹으로 탈바꿈한 것은 양국 간 역사를 통틀어 가장 훌륭한 업적입니다.]

네, 존 케리 국무장관이죠.

어제 워싱턴의 싱크탱크, 애틸랜틱 하우스에 나왔습니다.

전후 70년 만에 미국과 일본이 적에서 동지로 탈바꿈하게 된 데 각별한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그리고 다자무역협정인 TPP, 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이 타결되면 그 버팀목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아베 총리는 미국 방문 일정을 보스턴에서 시작합니다.

케리 장관은 보스턴 자신의 집으로 아베 총리와 기시다 외무상을 초청했습니다.

백악관에서는 정상 회담과 국빈급 만찬이 예정돼 있습니다.

또 뉴욕에서는 미·일 국방, 외교장관이 이른바 '2+2' 안보회의를 열어서 17년 만에 미·일 방위협력 지침을 개정합니다.

이는 한반도와도 직결된 문제입니다.

오늘 백악관 앞을 비롯해서 워싱턴 시내에는 보시다시피 성조기와 함께 일장기가 휘날리기 시작했습니다.

아베 총리의 말 한마디, 또 그를 맞는 미국의 대응에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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