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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흑인시장 당선 후 경찰 줄사직 '인종 아닌 신뢰 문제'

입력 : 2015.04.25 02:54|수정 : 2015.04.25 02:54


미국 미주리 주 소도시 파마에서 처음으로 흑인 시장이 당선된 뒤 줄을 이은 백인 공무원의 사직 사태는 인종이 아닌 이 도시의 구조적인 문제에 기인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는 24일(현지시간) 현지 주민들을 취재해 이번 사태의 본질은 인종 갈등이 아닌 변화에 대한 욕구라고 소개했다.

여성 후보 타이어스 버드(40)는 지난 7일 치러진 시장 선거에서 현직 시장인 백인 남성 랜덜 램지(78)를 누르고 인구 700명이 사는 이 도시의 첫 흑인 시장으로 당선됐다.

그러자 시 경찰 6명 중 4명과 폐수처리장 감독관, 시 변호사와 사무원 등 백인 공무원들이 버드 시장의 취임 전 줄줄이 옷을 벗었다.

이를 두고 미국 언론에서는 인종 차별과 연관된 결과가 아니냐는 논란이 벌어졌다.

그러나 정작 파마 시 주민들은 그렇게 단순하게 볼 문제가 아니라는 반응을 보였다.

파마 시민 중 백인은 ⅔, 흑인은 ⅓을 각각 차지한다.

일부는 지나치게 백인 경찰에 의지해 시를 운영해 온 램지 시장의 정책에 불만을 토로하고 진작 이런 변화가 이뤄져야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종을 불문하고 경찰에 대한 불신이 큰 탓이다.

편의점을 운영하는 백인 여성인 마서 밀러는 "경찰이 이 도시를 지배하는 것을 싫어한다"면서 "흑백의 문제가 아니라 옳고 그름의 문제이고, 램지 시장이 일을 잘했다면 계속 시장직을 유지했을 것"이라고 했다.

사표를 쓴 리치 메들리 경찰서 부서장은 "버드 시장의 친척들에게서 반(反) 경찰 분위기를 감지하고 더는 업무를 수행할 수 없어 일을 그만 두었다"고 설명했다.

범죄 예방과 수사에 게으른 경찰의 태도에 주민들은 크게 분노했다.

또 다른 편의점 주인인 리사 커크는 지난 10년간 수차례 강도를 당했고 밀러 역시 지난해 여름 강도 사건을 겪었지만, 그때마다 경찰서의 전화는 불통이었다.

밀러는 "버드가 시장으로 당선된다면 경찰들이 '우리 다 관두겠다'고 했다"면서 "'좋다. 한 번 해보자. 우리도 개의치 않는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며 경찰 스스로 줄 사직을 자초했다고 평했다.

선거 한 달 전 경찰이 장난 전화를 한 흑인 소년을 무리하게 전기충격기(테이저건)로 제압해 검거한 사건마저 터지면서 흑인들은 자연스럽게 버드 시장에게 몰표를 던졌다.

파머의 토박이로 오랜 기간 시장으로 재직한 램지에게 주민들이 염증을 느꼈다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는다.

지난 1962년 처음 시장으로 당선돼 12년간 재임한 램지는 하수도를 깔고 폐수처리장과 구두 공장을 세우는 등 지역 경제 활성화에 앞장섰지만, 도시의 몰락을 막지는 못했다.

파머 시 인구의 40%는 극빈층으로 빈곤과 싸우고 있다.

결국, 허물어져 가는 건물을 허물고 공원과 농구장을 지어 아이들에게 안전한 도시를 만들겠다고 약속한 버드는 램지 시대의 종말과 함께 변화를 원한 유권자의 표심을 파고들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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