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뉴스

뉴스 > 생활·문화

찌를수록 세상은 따뜻해진다…'넛지 디자인'

박정은

입력 : 2015.04.25 11:29|수정 : 2015.06.09 16:04


[스브스] 옐로카펫
사진=interiordesignarticle

위의 이미지는 사진일까요, 그림일까요?
[스브스] 옐로카펫
사진=interiordesignarticle

이건 사진이기도 하고, 그림이기도 합니다. 무슨 싱거운 말이냐고요? 사실 이건 스페인의 한 식당을 찍은 사진입니다. 그런데 식당 입구에 그려진 노란 불빛은 진짜 불빛이 아니라 그림입니다. 저 식당은 진짜 같은 불빛 그림으로 유명해졌고,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았습니다.
[스브스] 옐로카펫
사진=국제야생동물기금

다른 사진을 하나 더 볼까요? 이 휴지 케이스에는 남아메리카 대륙이 그려져 있습니다. 지구의 허파로 불리는 아마존이 있는 곳입니다. 평범해 보이는 저 케이스의 핵심은 휴지를 뽑아 쓰다 보면 알 수 있습니다. 휴지가 점점 줄면서 드러나는 검은 대륙... 맑고 아름다운 아마존이 검게 병들어 죽어가는 느낌이 듭니다. 휴지를 마구 쓰다가도 한 번쯤 손길을 멈칫하게 만드는 디자인입니다.

위의 식당과 휴지케이스. 이 둘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디자인 하나로 사람들을 생각하게 만들고, 그게 행동으로까지 이어지게 한다는 겁니다. 이른바 '넛지 디자인(Nudge Design)'입니다.
[스브스] 옐로카펫넛지(Nudge)는 영어로 '팔꿈치로 슬쩍 찌르다', '주의를 환기시키다'라는 뜻을 지닙니다. 여기서 착안한 '넛지 디자인'은 팔꿈치로 슬쩍 찌르는 듯한 부드러운 개입을 통해 타인의 행동을 유도하는 디자인을 말합니다. 즉, 디자인으로서 사람들을 자발적으로 생각하고, 변화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겁니다.

이런 넛지 디자인은 때로는 어린이의 소중한 생명을 지키는 멋진 일을 하기도 합니다.
[스브스] 옐로카펫
사진=국제아동인권센터

바로 서울 성북구의 어린이 안전지대, '옐로 카펫'입니다. '옐로 카펫'이라 이름 지은 이 노란 공간은 주변을 잘 살피지 않고 횡단보도를 건너는 아이들을 지키려는 아이디어에서 나왔습니다. 
[스브스] 옐로카펫[스브스] 옐로카펫
사진=국제아동인권센터

학교 주변 횡단보도에서 사고가 끊이지 않자, 주민들과 지역 아동센터 활동가들이 직접 나선 겁니다. 1,676명의 주민들의 투표로 동네에서 가장 위험한 건널목 세 곳을 선정한 뒤, 눈에 잘 띄는 알루미늄 재질의 노란색 스티커를 붙였습니다.
[스브스] 옐로카펫
사진=오마이뉴스

이 엘로 카펫은 앞으로 무작정 달려가려는 아이들이 안전한 공간 안에 머물고 싶게끔 만들어졌습니다. 운전자들도 노란 삼각형 속의 아이들을 주시하게 되었습니다. 작은 아이디어 하나로 아이들의 생명을 보호할 수 있게 된 겁니다.

사람을 바꾸고, 더 나아가 세상을 따뜻하게 만드는 아이디어. 이렇게 작은 아이디어 하나가 때로는 세상을 바꿉니다.

(SBS 스브스뉴스) 
SBS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