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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스맨' 콜린 퍼스, 커피 뒤집어 쓴 사연…'모범 홍보 대사'의 자세

김민영

입력 : 2015.04.26 08:00|수정 : 2015.04.26 08:00


병무홍무대사

2010년 법무부의 '법질서 캠페인 홍보 대사'로 위촉됐던 걸그룹 2NE1의 박봄. 그녀는 홍보 대사로 활동하던 당시 국내 반입이 금지된 마약류인 암페타민을 젤리류로 둔갑시켜 몰래 들여오려다 적발돼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습니다. 병무청 홍보 대사인 가수 상추도 복무 중 퇴폐업소를 출입한 사실이 드러나 영창 10일의 중징계를 받았습니다. 2009년 국세청이 모범 납세자로 선정한 송혜교도 그때부터 2011년까지 25억 원이 넘는 종합소득세 신고를 누락해 탈세자로 전락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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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지 않은 '연예인 홍보 대사'들이 얼굴마담 역할만 수행하는 데 그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고 실제 생활에서도 모범을 보일 생각까지 하는 연예인 홍보 대사는 많지 않습니다. 한 연예 기획사 직원은 "선행을 실천하는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될지만 생각하고 홍보대사직을 맡는 경우가 많죠. 공공기관에서도 그냥 연예인의 유명세만 보고 제안하고 있고요."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런데 국내 연예인들이 눈여겨봐야 할 모범 홍보 대사가 있습니다.

스타벅스
지난 2월 우리나라에서 개봉해 인기를 모았던 영화 '킹스맨'의 베테랑 요원 '해리 하트'를 연기한 콜린 퍼스입니다. 다음은 그가 홍보 대사를 맡고 있는 단체, 옥스팜의 캠페인 사진입니다. 하얀 티를 입은 콜린 퍼스가 있습니다.

스타벅스
잠시 후 그의 머리 위로 누군가 커피를 붓습니다. 

커피
계속 붓습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흠뻑 젖은 콜린 퍼스. 기관장과 웃으며 기념사진 촬영만 하는 국내 홍보 대사와는 사뭇 다른 모습입니다. 그는 무엇을 홍보하려 한 걸까요?

스타벅스
이 사진은 2004년, 빈민 구호단체 옥스팜(OXFAM)의 캠페인 포스터입니다. 다국적 기업들이 생산 원가에도 못 미치는 가격으로 커피 재배농들에게 커피를 사들이는 실태를 고발하고 공정무역을 실천하는 단체입니다. 다국적 기업들이 자신에게 유리한 무역 규칙으로 빈곤 국가를 더 빈곤하게 만들어 마치 '버리는(dumped on)'는 느낌을 준다는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커피를 콜린 퍼스에게 부어버리는(dumped on)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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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영국 런던에서 공정무역 카페 '프로그레소(Progreso)'의 감독관으로 활동한 콜린 퍼스. 그는 2005년 직접 에티오피아로 갔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커피 재배농들에게 약속 하나를 했습니다. 

'당신들의 말을 세상에 전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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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2006년 그는 직접 스타벅스에 편지를 썼습니다.
 
"작년에 에티오피아를 방문하면서 저는 프로그레소에 커피를 공급하는 농협 조합원들과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어요. 제가 도움이 될만한 것이 있는지 묻자 그들은 이렇게 부탁했습니다. '다국적 기업에게 우리가 얼마나 열심히 일하는지, 우리 커피가 얼마나 질이 좋은지 꼭 전해주세요. 우리 커피를 사갈 때 합리적인 가격을 지불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도 전해주세요'라고 말입니다... (중략)... 저는 그 나라의 농부들이 자신이 마땅히 받아야 할 몫을 가질 수 있도록 스타벅스가 다시 한번 생각하고 할 수 있는 것을 해주시길 촉구합니다." 

- 콜린 퍼스가 스타벅스에 보낸 편지 중에서-

스타벅스
이런 그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라는 영화 '킹스맨' 대사가 떠오릅니다. 자신이 직접 나서 공정무역으로 수입된 커피 사용을 몸소 보여준 콜린 퍼스. 2006년 브뤼셀의 저명한 주간지 '유럽의 목소리'는 그를 빈곤 국가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올해의 운동가로 선정했습니다. 한두 해 '얼굴마담' 역할만 하고 마는 홍보 대사들과는 달리 콜린 퍼스는 10년 넘게 공정무역 홍보활동에 힘쓰고 있습니다.

킹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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