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뉴스

뉴스 > 정치

[한수진의 SBS 전망대] 표창원 "홍콩, 싱가포르처럼 반부패수사기구 도입 필요"

입력 : 2015.04.24 09:31|수정 : 2015.04.24 09:57

* 대담 : 표창원 소장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동영상

▷ 한수진 / 사회자 :
<표창원의 사건과 사람들> 시간입니다. 소장님, 어서오세요.

▶ 표창원 소장 / 범죄과학연구소 :
네, 안녕하세요?

▷ 한수진 / 사회자 :
성완종 리스트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데, 여러 가지 말이 나옵니다. 오늘 이것 좀 살펴보죠, 한동안 우리 사회를 풍자해서 “부패 공화국”이란 말이 유행했던 적 있잖아요, 그 말이 기억난다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 표창원 소장 / 범죄과학연구소 :
네, 1980-90년대 부정부패가 너무 심각해서요, 처음에 행정학회 중심으로 부패문제를 집중 탐구하다가 “한국 부패학회”라는 학술단체가 별도로 설립되기도 했는데요, 당시 한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논문에서 대한민국을 ‘ROTC, Republic Of Total Corruption’ 이라고 표현했었죠. ROTC, 참 명예로운 이름인데, 이걸 따서 “총체적 부패공화국”이라고 한 거죠. 저도 학회 회원으로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 한수진 / 사회자 :
참 큰 문제네요.

▶ 표창원 소장 / 범죄과학연구소 :
지금까지 이어진다는 게 문제인데요, 그동안 역대 정권이 ‘부패척결’을 공언하고 대대적인 사정작업을 벌이기도 했지만, 결국 대한민국은 국제투명성위원회가 매년 발표하는 세계 청렴도 순위에서 여전히 43위 수준에 머물고 있는 부패국가입니다.

▷ 한수진 / 사회자 :
원인이 뭐라고 보세요?

▶ 표창원 소장 / 범죄과학연구소 :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한가지로 줄이자면 ‘진정성’의 부족이죠. 역대 정권마다 ‘부패척결’을 내세우지만, 정치보복이나 국면전환의 수단으로만 삼았지, 제 살 깎는 노력과 근본 원인 제거, 반부패 인프라 구축 등 진정성 있는 노력은 제대로 기울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 한수진 / 사회자 :
그러고 보면, 그동안 부패척결이다, 사정이다 하면 늘 괘씸죄니 표적수사니 이런 말들이 따라다녔죠?

▶ 표창원 소장 / 범죄과학연구소 :
그렇죠, 기업은 말 안듣는 기업 길들이기라는 얘기도 있었고요, 그 중심에 있었던 것이 검찰과 경찰, 국세청, 감사원 등 소위 ‘사정기관’들입니다. 국민들은 이 기관들을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움직이는 권력의 도구, 사병 같은 조직이라 인식을 하죠. 이들이 독립이나 중립을 지켰다면, 아마 우리나라는 지금쯤 아주 청렴한 나라가 되어 있을 것입니다.

▷ 한수진 / 사회자 :
그동안 검찰의 중립성 확보다, 경찰의 수사권 독립이다, 공약으로 내세운 정권은 많았지만 제대로 지킨 정권은 없다고 봐야죠?

▶ 표창원 소장 / 범죄과학연구소 :
그렇다고 봐야죠. 경찰이나 검찰, 법원 등 수사, 기소 및 사법기관과 감사원 등 행정감찰기관들이 제 역할을 하는 나라들은 ‘부패도 범죄’이기 때문에 다른 범죄처럼 수사하고 기소하면 되죠. 별도의 대안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다만, 범죄에 이를 정도가 확실하지 않은, 행정 혹은 민사 책임 문제에 해당하는 부패행위에 대한 신고를 접수하고, 신고자를 보호하며 독립된 조사를 실시하는 옴브즈만이나 독립된 특별감사기구 등을 두는 예들은 있죠. 북유럽이나 아일랜드 등이 옴부즈만이 특별히 활성화되어 있는 나라들이구요, 미국의 경우엔 FBI 등 수사기관 외에 각 행정단위별로 ‘Inspector General’이라는 감사기구를 두고 있습니다.

▷ 한수진 / 사회자 :
그럼 우리나라처럼 수사기관의 중립성이 떨어지거나, 수사기관 스스로가 부패문제에서 자유롭지 않은 경우는요?

▶ 표창원 소장 / 범죄과학연구소 :
그 경우, 수사기관으로부터 독립된 반부패 수사기구를 둡니다. 홍콩과 싱가포르, 호주 등이 대표적인 사례죠. 이들은 모두 과거에는 우리 못지않게 부패문제가 심각했지만, 반부패 수사기구를 설치한 뒤 급속도로 청렴도가 개선되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제투명성 위원회 발표 국가 청렴도 순위에서 싱가포르가 7위, 호주가 11위, 홍콩이 17위였죠. 우리나라는 43위구요.

▷ 한수진 / 사회자 :
홍콩이나 싱가포르의 경우 우리와 같은 동양 유교문화권인데요, 우리나라보다 훨씬 깨끗하군요.

▶ 표창원 소장 / 범죄과학연구소 :
깨끗해진 이유는 반부패수사기구라고 말합니다. 홍콩은 1974년, 싱가포르는 1952년에 반부패 수사기구를 신설했습니다. 그 전에는 우리 못지않게 부패가 심각했고요, 폭력조직 ‘삼합회’가 마약이나 도박, 성매매 등 지하경제에서 거둬들인 막대한 돈을 정관계에 뇌물로 뿌리고는 사회 전체를 지배할 정도였죠.

하지만, 당시 식민지였던 두 나라의 영국총독부에서 강력한 의지로 기존 수사기구와 정치권 등의 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반부패수사기구를 신설해서 강도 높은 사정활동을 벌였습니다. 그 결과 경찰청장이 체포되고, 고위 정치인들과 공직자들이 줄줄이 쇠고랑을 찼죠. 수백명의 부패공무원들이 형사 처벌을 받거나 사직을 하기도 했고요. 그 과정에서 반부패수사기구 ICAC와 CPIB 수사관들이 암살 당하기도 하고, 청부폭행을 당하기도 했지만, 굴하지 않았습니다. 두 나라는 독립된 이후에도 반부패수사기구를 존속, 발전시켰죠.

▷ 한수진 / 사회자 :
우리나라도 이런 노력 했으면 좋았을 텐데요?

▶ 표창원 소장 / 범죄과학연구소 :
우리도 지난 2001년, 부패방지위원회를 설립하면서 홍콩이나 싱가포르 같은 독립 반부패수사기구를 신설하려고 했었죠, 저도 당시 그 과정에 참여했었고요. 그런데, 검찰과 법무부의 강력한 반대로 결국 수사기능이 제외된 반부패 정책기관만 탄생을 했죠.

그나마 신고접수 및 접수된 신고에 대한 예비조사는 할 수 있게 했어요, 초기 부패방지위원회 조사관들이 열심히 뛰었습니다. 그래서 고위 검사들이 연루된 대형 부패사건에 대한 기초 조사를 한 뒤 검찰에 고발했지만 검찰이 불기소처분을 내렸죠. 그러면서 조사 못하는 기관으로 전락했습니다.

▷ 한수진 / 사회자 :
최근에 발생한 스폰서 검사, 김학의 전 법무차관 성 접대 사건처럼 제 식구 감싸기였군요.

▶ 표창원 소장 / 범죄과학연구소 :
그렇습니다. 당시 이 사건은 방송 탐사 프로그램에서도 심층보도해서 여론의 반향도 있었는데요, 결국 권력을 가진 검찰이 이겼죠. 부패방지위원회는 이후 조사기능이 완전히 박탈된 국가청렴위원회로 바뀌었다가, 국민고충처리위원회와 합치면서 국민권익위원회로 흡수되어 사라져버렸죠. 우리나라는 반부패기구가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 한수진 / 사회자 :
그동안 고위공직자 비리수사처 얘기도 있었잖아요?

▶ 표창원 소장 / 범죄과학연구소 :
여야 막론하고 과거에 다 나온 이야기죠. 하지만 국회의원들 스스로 실제 입법과정에서 꼬리 내려버리죠.
법은 국회에서 만들지만, 국회의원들도 국민 앞에서 말만 부패척결 외치지, 검찰의 눈치를 보는 사람들이죠. 검찰의 이익에 반하는 입법은 대한민국에서 이루어지기 어렵습니다.

▷ 한수진 / 사회자 :
그 결과가 청렴도 세계 43위의 부끄러운 모습, 세월호 참사를 부른 해운비리 적폐, 방산비리, 자원외교 비리, 4대강 비리, 교육비리 등 ‘부패공화국’이 된 것이군요.

▶ 표창원 소장 / 범죄과학연구소 :
지금도 그 모든 비리사건의 수사를 검찰이 하고 있죠? 늘 ‘죽은 권력이나 약자에겐 가혹하고, 살아있는 권력이나 강자에겐 비굴할 정도로 약한 모습을 보인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검찰인데요, 우리나라 국가기관 중에도 늘 청렴도 꼴찌를 달리는 게 검찰이죠. 아무리 수사팀이 열심히 성실히 수사한다 한들, 그 결과에 대해 국민과 사회가 신뢰할 지 의문이 드는 이유입니다.

▷ 한수진 / 사회자 :
네, 표창원 소장님, 오늘이 마지막인데요, 아쉽습니다. 그동안 함께 하면서 어떠셨어요?

▶ 표창원 소장 / 범죄과학연구소 :
<어린왕자>에 이런 말이 나오죠, “당신이 4시에 온다면 나는 3시부터 행복해 질 거야”, 그 말처럼 저는 청취자 분들을 만나면서 목요일부터 행복했습니다.

▷ 한수진 / 사회자 :
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표창원 소장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
 
SBS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