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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소, 왜 중국인 멤버들만…장밋빛 중국 시장 탓인가

입력 : 2015.04.23 11:25|수정 : 2015.04.23 11:31

중국인 멤버 4명 중 3명 탈퇴 잡음…"K팝 시스템·문화적 차이 극복 어려울 수도"


벌써 이번이 세 번째입니다.

그것도 모두 중국인 멤버들입니다.

데뷔 3년 만에 최고의 그룹으로 자리잡은 엑소의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12인조로 출발한 엑소는 중국인 멤버 4명 중 2명이 팀을 이탈했고 1명이 탈퇴를 암시했습니다.

지난해 5월과 10월 크리스와 루한이 잇달아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전속계약 무효 소송을 내고 중국으로 돌아가 독자적인 활동을 펼치더니 이번엔 이들이 떠날 때 "신의를 저버린 행동"이라고 비난했던 타오가 화제의 인물로 떠올랐습니다.

타오의 아버지는 웨이보에 올린 장문의 글에서 SM이 독자적인 활동을 지원해주지 않으며 되레 아들이 다치고 상처받는 모습을 더이상 참을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아버지는 "한국에서 아이돌을 하는 것과 타오의 건강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망설이지 않고 타오의 건강을 택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타오는 지난 1월 한 예능 프로그램 녹화에서 다리를 다쳐 지난달 엑소의 콘서트와 새 앨범 '엑소더스' 활동에 참여하지 못했습니다.

앨범 기자회견에서는 부상 후 우울했다고 속내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아이돌 그룹 멤버들이 연습 또는 실전 무대, 방송 촬영 중 크고 작은 부상을 입는 사례가 다수여서 단지 아들의 건강 문제가 팀 탈퇴로 이어진다는 것은 설득력이 부족해 보입니다.

더불어 타오의 아버지가 "회사가 중국에서 타오의 활동을 관리하는 전문적인 팀을 만들어 준다고 했지만 다른 멤버의 기획을 먼저 발표했다"며 "타오가 회사의 지지도 받지 못하고 그저 부상만 입어온 것이라면 우리가 참아온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나타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활동 지원에 대한 불만, 건강상의 문제란 주장은 앞서 크리스, 루한의 소송 제기 이유와도 유사합니다.

크리스 측은 "SM이 연예인으로서의 비전을 제시하기보다는 부속품이나 통제의 대상으로 취급했다"며 "그 과정에서 개인 의사와 건강상태는 전혀 존중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탈퇴 전 건강 문제를 들어 잇달아 공연에 불참했던 루한도 데뷔 초기 (한국에서 활동하는) 엑소-K는 지원을 받았지만 (중국에서 활동하는) 엑소-M은 활동이 없는 상태에서 지원받지 못했다며 수익 배분 문제까지 제기했습니다.

사실 크리스와 루한의 이탈 이후 엑소는 나머지 중국인 멤버의 탈퇴설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이미 슈퍼주니어 출신 한경이 중국어권에서 톱스타로 활동 중이고, 크리스와 루한도 SM과 분쟁 중이지만 중국에서 활동 반경을 넓혀가고 있어 '한국에서 만들어진 중국인 가수들'에게 롤 모델이 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가요계는 이처럼 유독 중국인 멤버들의 이탈이 중국 엔터테인먼트 시장의 성장과 위력이 커진 데 따른 것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거대한 시장과 자본을 갖춘 중국은 공격적으로 K팝 콘텐츠에 눈독을 들이고 있고, 한국의 트레이닝 시스템을 거친 중국인 멤버들은 아시아권의 인기 스타로 성장한 만큼 중국이란 대형 시장에서 승부를 보는 게 한층 장밋빛 길이란 것입니다.

특히 자국으로 '유턴'한 중국인 멤버들이 별다른 제약 없이 활동을 펼치고 있는 상황.

국내 기획사가 재발을 방지할 법적인 장치가 없다는 의미입니다.

같은 사례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SM이 최근 중국인 멤버 레이의 개인 활동을 지원하는 전담 매니지먼트 업체 '레이 워크숍'을 설립했다고 발표했지만 이탈을 막기엔 역부족처럼 보입니다.

중국 에이전시의 한 관계자는 "중국인 멤버들이 한국에서 성공하면 부와 명예를 크게 누릴 것으로 여겼지만 수익과 활동 지원 측면에서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며 "아시아권에서 인기를 얻었으니 차라리 시장이 넓고 개런티가 높은 자국에서 활동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한경과 크리스에 이어 루한도 현재 광고 모델과 잡지 촬영 등으로 부지런히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한경 때와 달라진 건 이 같은 사례가 반복되자 중국 팬들의 시선도 곱지 않다는 점"이라며 "같은 방식으로의 탈퇴가 잇따르자 한국 기획사의 잘못으로만 치부하기보다 이들이 수익 등 다른 측면을 고려한다는 인식이 생겨났다. 이들의 활동도 한경처럼 활발하진 못하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중국인 멤버들의 한국의 K팝 제작 시스템과 문화적인 차이를 극복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연습생 중 중국인이 있는 한 음반기획사 대표는 "중국인 멤버들은 언어, 정서 등 문화적 차이로 인해 팀 안에서 소외감을 느끼기도 한다"며 "숙소 생활과 짜인 스케줄, 국내외를 오가는 육체적으로 힘든 일정이 버거울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엑소 팬들의 우려가 커진 가운데 아직 타오의 탈퇴는 결정되지 않았습니다.

앞서 타오의 탈퇴설을 '사실무근'이라며 거짓 해명한 SM은 "타오의 아버지와 대화를 통해 발전적인 방향을 모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타오 측이 크리스, 루한 때와 달리 SM을 상대로 법적 분쟁을 제기한 상태도 아닙니다.

또 타오의 아버지 글에서 "(타오를) 간곡히 설득해봤지만 아직도 타오는 이런 이기적인 아버지를 이해해주지 않는 것 같다"며 아들과 의사가 다르다는 걸 암시하고 있어 해결점을 찾을 여지는 남아있는 셈입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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