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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토지법 반대 시위 도중 농민 자살…경찰 '방관' 논란

입력 : 2015.04.23 03:23|수정 : 2015.04.23 03:25


인도 수도 뉴델리에서 22일(현지시간) 토지수용법 개정에 반대하는 시위 도중 한 농민이 나무에 목을 매 자살했다.

시위를 주최한 야당 보통사람당(AAP)은 자살 사건 이후에도 시위를 강행해 비난을 받고 있으며 현장에 있던 경찰도 그의 자살을 적극적으로 막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대규모 개발 사업을 위한 토지 수용을 쉽게 하고자 개정안을 낸 나렌드라 모디 정부도 당혹스러운 처지에 처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인도 NDTV 등에 따르면 이날 뉴델리의 의회 인근에 농민 수천 명이 모여 시위를 하던 중 라자스탄 주 출신 가젠드라 싱 라지푸트(41)가 나무 위로 올라갔다. 

그는 20여 분간 나무 위에서 소리치다 갑자기 스카프를 나뭇가지에 걸고 목을 맸다. AAP 당원 등 몇 명이 그를 제지하려 따라 올라갔지만, 그는 결국 사망했다.

그가 남긴 유서에는 자신이 세 아이의 아버지이며 지난달 이례적인 폭우로 작물을 모두 잃었다고 쓰여있었다. 

그를 구하러 나무에 오른 한 AAP 당원은 "주변에 있던 경찰관에게 도와달라고 외쳤지만 웃기만 했다"고 현지 언론에 말했다.

AAP 당수인 아르빈드 케지리왈 델리 주 총리도 "경찰에 그를 구하라고 말했지만 (중앙정부 산하인) 경찰은 우리 통제 밖이었다"고 경찰을 비판했다.

모디 총리는 자신의 트위터에 "가젠드라의 죽음은 국가적 슬픔"이라고 글을 올려 가족들에게 애도를 나타냈다. 하지만, 그는 시위의 원인이 된 토지수용법 개정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채 "농민들은 어떠한 때에도 혼자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농민의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 협력하고 있다"고 밝혀 개정안을 양보할 의사가 없음을 나타냈다.

모디 정부는 지난해 말 도로·철도 등 산업 회랑을 비롯해 대규모 기반시설 건설을 위해 토지를 수용할 때 종전과 달리 주민 동의와 사회영향평가를 받지 않아도 되도록 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하고 이를 법제화하기 위해 법안을 제출했다.

야당은 "농민의 땅을 대기업에 주려는 것"이라고 비판했으며 농민들도 올해 초 인도 북부 지방의 이례적 폭우로 작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이 법안에 대한 반감이 크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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