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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낙석사고 '아찔'…"영동 와인터널 이전 잘했네"

입력 : 2015.04.22 09:01|수정 : 2015.04.22 09:01


최근 충북 영동에서 발생한 잇단 낙석 사고가 와인터널 이전을 둘러싼 논쟁의 종지부를 찍게 했습니다.

아찔한 낙석을 경험하면서 400m 깊이로 굴을 파는 대규모 와인터널 사업을 중단한 영동군의 결정에 "선견지명 있는 합리적 판단"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어제(21일) 영동읍 동정리에서는 편도 1차로의 도로 옆 절개지서 집채 만한 바위와 돌무더기 50여 톤이 무너져 내리는 사고가 났습니다.

낙석이 발생한 곳은 애초 와인터널을 뚫으려던 용두공원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입니다.

다행히 붕괴 조짐을 감지한 시민의 신고를 받은 공무원들이 서둘러 교통을 통제하는 바람에 큰 화는 면했지만, 자칫 인명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던 아찔한 순간이었습니다.

지난 2월 22일에도 영동군 상촌면 물한리의 절개지에서 차량이 오가는 도로 위로 40여 톤의 돌무더기가 쏟아지는 사고가 났습니다.

전문가들은 잇단 낙석의 원인을 이 지역의 특수한 지질에서 찾고 있습니다.

땅속 지질 중 쉽게 쪼개지는 셰일(shale)층이 많다는 것입니다.

용두공원 지하를 굴착하려던 와인터널 구상도 이 같은 특수 지질이 확인되면서 발목을 잡혔습니다.

와인터널은 한국지반공학회가 지질조사 뒤 붕괴 등을 막기 위한 대책과 공법 보강을 주문하면서 안전성 논란에 휘말렸습니다.

고심하던 영동군은 행정·재정적인 부담을 감수하면서 터널의 위치를 바꾸는 '결단'을 내렸습니다.

1년 전 착공식까지 한 상태였지만, 안전에 대한 부담을 떠안으면서 공사를 강행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와인터널은 전임 군수시절부터 추진되던 사업입니다.

이 때문에 뒤늦은 위치 변경을 두고 '전임 군수 흔적지우기'라는 곱지 않은 시선이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비판적인 여론에도 박세복 군수는 안전이 최우선이라며 의지를 꺾지 않았고, 결국 충북도를 설득해 위치 변경을 이끌어냈습니다.

지하 터널을 파기로 했던 애초의 공법도 바꿨습니다.

땅을 굴착하는 종전의 방식 대신 움푹 팬 지형에 맞춰 구조물을 설치하고 그 위에 흙을 덮어 인공터널을 만드는 것으로 계획을 수정했습니다.

군의 한 관계자는 "공법 변경도 연약한 지질을 감안하고, 공사비를 줄이려는 조치"라고 설명했습니다.

위치와 공법 변경 결정이 난 뒤에도 이를 둘러싼 논란은 쉽사리 사그라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최근 잇따른 낙석 사고를 겪으면서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우선 반신반의했던 공직사회 안팎에서 "잘 한 결정"이라는 긍정적 여론이 형성되고 있습니다.

한 공무원은 "해빙이나 적은 비에 거대한 절개지가 힘없이 무너져내리는 걸 겪으면서 와인터널 이전이 안목 있는 행정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이전을 둘러싼 불필요한 논란이 수그러들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터널 이전을 주도한 박 군수의 입지나 리더십이 견고해지는 계기가 됐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영동군의회의 한 군의원은 "전임 군수의 결정을 뒤엎은 터널 이전 결정은 박 군수에게 적잖은 정치적 부담이었을 것"이라며 "절묘한 시기에 발생한 낙석 사고가 박 군수에게 힘을 실어주는 격이 됐다"고 말했습니다.

영동 와인터널을 건설하는 데는 충북도 균형발전사업비 등 100여억 원이 투입됩니다.

이 공사는 올해 하반기 착수돼 2017년 완공될 예정입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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