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뉴스

뉴스 > 정치

인사특위 구성 슬그머니 발 뺀 새누리 속사정은

입력 : 2015.04.21 16:57|수정 : 2015.04.21 16:57


새누리당 충북도의원들이 새정치민주연합 이시종 지사의 인사권을 문제삼아 추진했던 인사특별위원회 구성을 전격 철회한 배경에는 복합적인 속내가 작용했다.

우선 인사특위 구성의 적법성 논란이 발목을 잡았다.

자치단체장의 인사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점에서 출발선부터 공연한 트집잡기 아니냐는 비판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전북도의회가 지사의 인사권 견제를 위해 제정을 추진한 '전북도 출연기관장 인사 검증 조례'가 전북도의 집행정지 신청 인용에 따라 효력이 정지된 바 있다는 점도 새누리당으로서는 부담이었다.

도의회 과반이 넘는 수적 우세를 앞세워 인사특위 구성을 강행하더라도 집행부가 전북도를 롤 모델로 삼아 정면 대응에 나선다면 승산 없는 법적 분쟁에 나서야 하는 상황을 맞을 수 있다.

집행부야 전담 공무원들이 조직적으로 대응할 수 있지만 새누리당 도의원들로서는 마땅히 기댈 언덕이 없는 처지다.

최악의 경우 대법원 판결로 이어지는 지루한 법적 공방에서 승리를 점치기 어려울뿐 아니라 설령 이기더라도 '상처뿐인 영광'이 될 공산이 크다.

이 지사의 인사권이 법적으로 중대한 결격 사유가 있었던 건 아니기 때문이다.

반면 만에 하나 집행부와의 법적 분쟁에서 패배한다면 새누리당으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여론의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집행부 발목잡기 공세 아니었느냐는 비판 여론이 비등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법적 근거도 충분히 살피지 않고 지나치게 강공 드라이브를 걸었다는 비판이 당내에서 나왔던 이유도 이 때문이다.

새누리당의 임병운 원내대표는 21일 인사특위 철회 방침이 확정된 후 마련된 기자간담회에서 "지사의 발목을 잡는다는 도민의 비판 여론이 부담됐던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인사특위 공방이 예기치 않은 곳으로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우려도 자진 철회 요인으로 작용했을 법하다.

이미 도청 공무원들 사이에서 "낙하산 인사는 민선 4기 때 오히려 심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민선 4기는 새누리당 정우택(청주 상당) 국회의원이 지사로 재임하던 시절이다.

지금이야 수면 밑에서 볼멘소리를 하는 정도이지만 인사특위가 구성돼 도와 도의회가 전면적인 힘 겨루기에 들어간다면 민선 4기 때 낙하산 인사 논란이 훨씬 구체적으로 불거져 나올 수 있다.

낙하산 인사, '선피아' 논쟁이 민선 4기까지 확대된다면 새누리당으로서는 오히려 득보다 실이 될 수 있다.

새누리당이 겨냥한 이 지사보다 당장 내년 총선을 치러야 하는 정 의원에게 오히려 악재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이승훈 청주시장도 예기치 않게 덤터기를 쓸 수 있다.

인사 문제에 관한한 통합 청주시 출범 이후 시청 공무원들의 불만이 더 큰 것이 현실이다.

새누리당 소속 김태수 청주시의원이 최근 설문조사 한 결과 시 공무원 10명 중 3명 이상이 통합시 출범 후 인사가 공정하지 않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한권동 전 농업정책국장이 명예 퇴직해 청주시 시설관리공단 이사장에 취임한 것을 두고 낙하산 인사 논란까지 불거지고 있다.

이 시설관리공단이 인사혁신처에 의해 공직자 취업제한기관으로 선정되면서 한 이사장의 취업이 적격한지를 도 공직자윤리위원회가 따져야 하는 상황까지 됐다.

결국 새누리당으로서는 이 지사를 흠집 내려다가 자칫 아군인 정 의원이나 이 시장에게 정치적 짐을 지우는 악수를 둘 수 있다.

제 눈의 들보는 못 보면서 남의 눈의 티만 찾아낸다는 비판 여론에 직면할 수도 있다.

인사특위 철회 조건으로 요구했던 이 지사의 입장 표명이 만족스럽지 못한 '원론적, 수사적' 표현에 그쳤음에도 새누리당이 이를 명분 삼아 발을 뺄 수밖에 없었던 데는 이런 현실적인 고민이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체면만 구긴 모양새가 되면서 인사특위를 주도했던 '강경파' 의원들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이들의 당내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당내 분위기는 내년 7월로 예정된 후반기 의장단 선출을 둘러싼 내부 경쟁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SBS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