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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미국 "개혁 안하면 지원없다"…그리스 "불장난 하지마라"

입력 : 2015.04.20 10:25|수정 : 2015.04.20 10:25


유럽연합(EU) 등 국제채권단과 미국이 그리스에 개혁을 요구하는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지만 그리스는 버티기를 하는 모습이다.

20일 국제 금융시장에 따르면 그리스와 채권단은 최근 구제금융 분할금 72억 유로(약 8조4천억원) 지원을 위한 실무협상을 재개했다.

채권단의 실무진은 이번 협상에서 그리스가 제출한 개혁안을 평가해 24일에 열리는 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유로그룹) 회의에 보고한다.

구제금융 분할금 지원과 관련해 유로존과 그리스와의 협상 마감 시점이 다가오면서 채권단은 그리스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유로그룹의 예룬 데이셀블룸 의장은 "(채권단과 그리스가) 치킨게임에서 벗어나기를 바란다"며 "채권단의 지원을 얻을 수 있는 포괄적인 개혁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의 비타스 바실리아우스카스 이사도 "그리스에 대한 ECB의 긴급유동성지원(ELA)은 올해 여름까지만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도 그리스 압박에 동참했다.

제이콥 루 미국 재무장관은 그리스의 위기가 유럽과 세계경제에 불확실성을 증대시킬 것이라며 그리스가 개혁에 속도를 내야한다고 촉구했다.

루 장관은 지난 1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유로존 재무장관들과 만난 후 "그리스는 예산조치를 자세히 검토한 후에 구체적인 계획과 함께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말과 수사(修辭)만 갖고는 상황이 해결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도 유동성 축소를 피하려면 그리스 정부가 더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은 "그리스는 세금을 걷고 관료제를 축소하고 유연한 노동시장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채권단과 미국의 요구에 그리스는 별다른 입장 변화가 없는 상태다.

기아니스 드라가사키스 그리스 부총리는 현지 언론 토비마와의 인터뷰에서 그리스가 국제채권단의 추가 긴축 요구를 수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천명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그는 "이미 설정된 금지선(red lines)을 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채권단과의 협상 교착이 계속되면 조기총선이나 국민투표를 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야니스 바루파키스 그리스 재무장관도 스페인 TV 라섹스타와의 인터뷰에서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그렉시트)이 유럽에 파급 효과를 몰고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바루파키스 재무장관은 "나머지가 무사할 것이라고 기대하면서 유로존 일부를 잘라내려는 생각을 재미 삼아 해보는 이들은 불장난을 하는 것"이라며 "사람들의 머리에 통화동맹이 영원하지 않다는 생각이 한번 들어서면 다음은 누군지를 묻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루파키스 재무장관의 인터뷰는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가 그렉시트 발생 시 완충 장치가 마련돼 있다는 언급을 하기 전에 녹화된 것이다.

현재 양측이 각자의 입장을 굽히지 않는 상황이라 24일부터 예정된 협상 전망은 밝지 않다.

특히 채권단이 강하게 요구하는 노동시장 유연화와 연금 개혁에 그리스는 노동시장 보호, 기초 연금 확대로 맞서고 있다.

협상이 불발로 끝나면 그리스의 채무불이행(디폴트)과 그렉시트 우려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다만 채권단의 압박 속에서도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구제금융 분할금 지급 협상을 낙관해 극적 타결 가능성도 남아 있다.

치프라스 총리는 노동 부문과 연금, 부가가치세율 인상, 민영화 등 4개 부문에서 채권단과 이견이 있다면서도 "유럽은 의견충돌을 통해 결합하고 전진해왔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여전히 합의가 이뤄질 것으로 단호하게 낙관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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