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뉴스

뉴스 > 사회

[취재파일플러스] 공무원시험 열풍…잔인한 4월의 청춘들

안현모 기자

입력 : 2015.04.20 08:18|수정 : 2015.04.20 10:50

동영상

지난 주말 전국적으로 국가직 9급 공채 필기시험이 치러졌습니다. 경쟁률이 어마어마했는데요, 최고로 높은 분야는 10명을 뽑는데 7천340명 이상이 지원했습니다.

단순히 공무원이 인기가 많아서일까요? 김용태 기자의 취재파일 보시죠.

국가를 위해 봉사하는 공무원, 좋습니다. 안정적인 직장이죠. 그런데 정말로 이 많은 젊은이들이 모두 공무원이 '꼭' 되고 싶었던 걸까요? 더 역동적이고 도전해볼 만한 직장도 있을 텐데 솔직히 갈만한 정규직이 얼마 없기 때문이기도 할 겁니다.

김 기자가 취재를 위해 둘러본 대학 캠퍼스에는 화려하게 꽃이 만개한 봄날과는 어울리지 않게 그늘이 드리워져 있었습니다. 여러 곳에 인턴 원서를 넣고 연락을 기다리는 학생, 취업 준비를 위해 서른 살이 되도록 졸업을 미룬 학생, 또 취업 스터디에 들어가기 위해 별도로 공부를 하는 학생까지 통계에서 본 수치보다 현장은 더 심각해 보였습니다.

시험을 앞두고 들러본 노량진 고시촌에서도 팽팽한 긴장감이 감도는 가운데 서서 컵에 담긴 밥으로 끼니를 때우는 청년들을 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내수든 수출이든 장사가 되지 않아 취업 문이 점점 좁아지고 있는 겁니다. 실제로 전경련이 30대 그룹의 올해 신규 채용계획을 취합한 결과 지난해보다 6.3%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청년들로 하여금 구직을 포기하거나 미루게 하는 또 하나의 장벽은 바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로 대표되는 노동시장의 이중적인 구조입니다. 노사정 대타협마저 결렬되고 말았습니다.

아프니까 청춘이라고는 하지만, 우리 청춘들에게 4월은 참 잔인한 계절입니다. 지난달 15년 만에 최악의 청년실업률 통계가 나온 날 정부는 기저효과 때문이라고, 즉 작년에 좋았기 때문에 올해 상대적으로 나빠 보이는 거라고 설명했는데요, 이 말이 맞길 진심으로 기대합니다.

---

중국에서는 최근 한 여성의 고독한 죽음이 무거운 사회적 문제를 던지고 있습니다. 인간이 말년에 겪는 가장 처참한 형벌이 고독사라는데 이 여성은 자신의 고독은 채 느낄 새도 없이 마지막 순간까지 손녀딸에 대한 걱정에 시달리다 눈을 감았습니다. 우상욱 특파원이 취재파일을 통해 전했습니다.

지난달 18일 안휘성 쑤저우시에서 한참 더 들어가면 나오는 한 작은 시골 마을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44살 후 모 씨가 자기 집 거실 바닥에 쓰러져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딸이 며칠째 전화를 해도 받지 않자 이웃들이 현관문을 강제로 열고 들어가 본 겁니다.

사인은 뇌출혈이었는데 더 끔찍하게도 그녀의 시신 옆에는 이제 겨우 한 돌이 된 갓난쟁이 손녀가 함께 쓰러져있었습니다. 얼굴과 손이 거의 검게 변한 채 말입니다. 엄마, 아빠가 모두 도시로 나가 일을 하느라 아이가 혼자 사는 할머니의 손에 맡겨져 있었던 겁니다.

다행히 읍내 병원으로 옮긴 뒤 체온 유지기에 넣고 영양 수액을 투여하자 아기는 며칠 뒤 생명의 고비를 넘기고 안정을 되찾았지만, 이 사건은 중국 내 수많은 이들에게 자신에게도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일로 다가왔습니다.

중국의 농민공 수는 2억 5천만 명에 이르고 이 때문에 고향에 남겨진 어린이의 숫자는 8천50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는데 이 중 상당수가 젊은이가 하나도 없는 가정의 조부모의 손에 자라기 때문입니다. 이 집만 단순히 운이 나빴던 게 아니라는 뜻입니다.

이 할머니는 세상을 떠나며 아마 마음속으로 본인을 살려달라고 외치기보다는 손녀딸을 제발 살려달라고 외쳤을 겁니다. 걷지도 못하는 손녀딸은 또 흔들어도 꿈쩍도 않는 할머니 옆에서 얼마나 목이 터져라 울었을까요? 빠른 도시화 이면에 쓸쓸히 남겨진 독거노인과 부모 없이 커가는 아이들의 문제는 세계 양강 중국이 풀어야 할 숙제입니다.

---

다음으로 문화부 취재파일입니다.

요즘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듣는 방법 중에는 스트리밍이 대세가 됐습니다. 음악을 다운로드 하지 않고, 실시간으로 재생만 하는 서비스를 말하는데요, 한 달에 몇천 원만 내면 무제한으로 들을 수 있어서 편리하긴 하지만, 음악가들에게 돌아가는 수익이 지나치게 적다는 지적이 잇따랐습니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거물급 가수들이 나서서 아예 음원 유통 플랫폼을 직접 설립했다는 소식 얼마 전 8시 뉴스에서 전해 드렸는데요, 과연 어떤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곽상은 기자가 분석했습니다.

올 초 미국 힙합계의 슈퍼스타 제이지가 스웨덴의 한 음원 서비스 업체의 지분 90%를 우리 돈 600억 원 정도에 인수했습니다. 그리고 지난달 말 자신의 아내인 비욘세는 물론 알리샤 키스, 리한나 등 세계 정상급 뮤지션들과 함께 새로운 음악·엔터테인먼트 유통 사이트를 전격 오픈했습니다.

한 달 스트리밍 요금이 기존의 두 배가 훌쩍 넘는 2~3만 원에 달하지만, 대신 무손실 음원과 고화질 동영상 서비스를 제공하고 무엇보다 음악 창작자들에게 더 많은 수익을 배분하겠다는 계획입니다.

그렇지만 업계 전망은 엇갈립니다. 실제 미국의 한 방송에서 행인들에게 휴대폰으로 무손실 음원과 일반 음원을 들려줬지만, 대부분은 두 소리의 차이를 구분하지 못했고 심지어 일반 음원이 더 듣기 좋다고 답한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요즘은 주로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는데 한 달에 1만 원 넘게 추가 비용을 내면서까지 소비자들이 굳이 비싼 음원을 이용하려 할지 회의론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사실 현재의 스트리밍 값이 헐값인지 제값인지, 또 이런 고급 모델이 성공할지는 단정 지어 말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스트리밍 시장이 음악인들에게 치명적인 변화를 가져왔다는 점입니다.

신곡을 발표해도 며칠 만에 순위권 밖으로 밀려날 정도로 음악의 생명은 현저하게 짧아졌고, 또 곡 자체로 이익을 내기가 어려워지다 보니 너도나도 자극적인 퍼포먼스와 비주얼, 행사에만 열을 올리는 바람에 진지하게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점차 사라지고 있습니다.  
SBS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