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뉴스

뉴스 > 사회

'중국 대지진 영웅' 경찰관 돌연사…업무상재해 불인정

입력 : 2015.04.19 07:11|수정 : 2015.04.19 07:11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앓다 숨져…법원 "사망-공무 인과부족"


2008년 중국 쓰촨(四川)성 대지진 현장에서 우리 교민 안전에 헌신하다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얻은 경찰관이 귀국 후 돌연사했지만 업무상 재해를 인정받지 못했다.

서울고법 행정9부(이종석 부장판사)는 고 이모 경감의 유가족이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이 경감의 사망과 공무의 인과관계가 부족하다며 원심과 같이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19일 밝혔다.

이 경감은 중국 쓰촨성 청두(成都) 총영사관 부영사로 있던 2008년 5월 규모 8.0의 '쓰촨성 대지진'을 겪었다. 당시 8만7천여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되는 등 인명 피해가 극심했다.

교통·통신이 마비된 현장에서 이 경감은 교민과 관광객의 안전을 위해 백방으로 뛰었다. 교민 안전이 확인되자 시설 복구와 구호물품 보급을 지원했다.

언제 여진이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그는 묵묵히 재난 현장을 오갔다. 

피해가 수습될 즈음부터 이 경감은 극도의 긴장감과 공포감에 시달렸다. 가슴이 답답해지고 손발이 떨리는 등 심한 불안 증상이 나타났고 악몽도 자주 꿨다.

2009년 서울의 일선 경찰서로 복귀한 그는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을 접하고 증상이 더욱 심해졌다. 터키, 칠레 등의 지진 보도에도 상당히 괴로워했다.

뒤늦게 찾은 병원에서는 이 경감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앓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경감은 2012년 5월 질병휴직을 하고 치료·요양에 전념했지만 11월 호흡곤란 증세를 보이다 만 50세로 돌연사했다.

그의 별세 소식이 전해졌을 때 주변에서는 쓰촨 대지진의 숨은 영웅이 세상을 떠났다며 안타까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그러나 공무원연금공단은 "망인의 질병은 대지진이 아닌 체질적 요인 때문"이라며 보상을 거부했고 이에 유족은 소송을 냈다.

유족 측은 이 경감이 돌연사한 원인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1년간 복용한 치료제의 부작용이라고 주장했다.

이 경감을 진료한 병원 측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그가 겪은 대지진 경험 때문에 생겼다고 밝혔다.

그러나 1심은 "부검을 하지 않아 사인이 명확지 않으며, 망인이 20년간 담배를 하루 20개비 피우고 음주를 주당 1회 5잔 정도 한 것이 건강에 악영향을 미쳐 돌연사에 이르게 했을 수 있다"며 공단의 손을 들어줬다.

2심도 "망인의 사인 자체가 명확하지 않을 뿐 아니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돌연사 사이의 상관관계를 뒷받침할 별다른 근거가 없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연합뉴스)
SBS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