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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글씨 '입춘대길' 편지…협박일까 선의일까

입력 : 2015.04.13 07:38|수정 : 2015.04.13 08:00


지난해 2월 김 모 씨는 집으로 온 편지를 열어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편지에는 '입춘대길'이란 네 글자만 빨간색으로 쓰여 있었습니다.

발신인은 1년 전 자신을 때려 입건된 박 모(45)씨였습니다.

박 씨는 재판 끝에 서울 남부구치소에 수감된 상태였지만 김 씨의 주소를 입수해 이런 편지를 보낸 것입니다.

편지를 받은 건 김 씨뿐이 아니었습니다.

같은 재판에서 증언대에 섰던 다른 폭행 피해자 4명도 똑같이 빨간 글씨의 '입춘대길' 편지를 받았습니다.

검찰은 박 씨가 재판에서 불리한 증언을 한 이들에게 앙심을 품고 '석방 후 보복하겠다'는 의도로 편지를 보냈다고 보고 그를 추가 기소했습니다.

그러나 박 씨는 재판에서 전혀 다른 주장을 펼쳤습니다.

빨간 펜으로 입춘대길이라 쓴 편지를 보낸 건 사실이지만 "입춘(봄)을 맞이해 김 씨 등에게 선의로 보냈다"며 항변했습니다.

박 씨는 편지에 보복을 예고하거나 협박을 하려는 목적이 없었다며 김 씨 등이 오해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피해자들은 편지를 본 순간 생명, 신체 등에 해악을 가할 수 있다는 공포심을 충분히 느꼈을 것"라며 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또 박 씨가 소송기록을 열람해 얻은 김 씨 등의 주소를 악용한 점을 들어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보복 협박 및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징역 2년을 선고했습니다.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등법원 형사5부(김상준 부장판사)는 '협박성이 인정된다'며 박 씨의 항소를 기각했습니다.

재판부는 "범행 수법이 대담하고 죄질이 좋지 않다"며 "그럼에도 현재까지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지 않는 점 등을 종합해 엄한 처벌이 마땅하다"고 밝혔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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