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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고된 타향살이"…카자흐 고려인 구직난 심해

입력 : 2015.04.13 07:37|수정 : 2015.04.13 07:37


옛 소련의 강제 이주로 카자흐스탄에서 살게 된 고려인 동포들은 여전히 구직 기회 등에서 차별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남대 세계한상문화연구단 선봉규 연구교수는 13일 한국민족연구원 학술지에 게재한 논문 '체제 이행기 카자흐스탄 사회의 변화와 고려인의 적응'에서 이같이 밝혔다.

논문에 따르면 올해 1월 카자흐스탄에 거주하는 고려인 159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일부 분야에서는 소수 민족으로서 겪는 차별이 여전한 것으로 분석됐다.

응답자들은 '고려인은 마땅한 일자리를 찾기 어렵다'는 항목에 5점 만점에 평균 3.23점을 매겨 구직난을 가장 큰 애로 사항으로 꼽았다.

'고려인은 능력에 상관없이 적절한 대우를 받지 못한다'(2.69점), '고려인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쉽게 얻거나 이해하기 어렵다'(2.65점)는 불만도 많았다.

선 연구교수는 "전반적으로 고려인들이 겪는 사회적 차별의 수준은 보통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그러나 일자리 문제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고려인들이 카자흐스탄 주류 사회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국가어로 지정된 카자흐어(語) 구사 능력을 높여야 하며, 민족 대표 단체인 고려인협회의 역할을 제고하는 노력도 기울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실제로 고려인의 카자흐어 구사 수준은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 응답자 가운데 카자흐어를 '매우 못한다'는 답은 45.9%, '조금 못한다'는 답은 46.5%에 달했다.

고려인이 구사하는 언어는 대부분 러시아어(매우 잘함 81.8%)였다.

그럼에도 고려인은 지역 사회 구성원과 소통하며 현지 문화를 받아들이는 데 적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사이에선 '내가 사는 지역의 생활 풍습이나 생활양식에 익숙해져야 한다'(4.13점), '카자흐인과 고려인의 문화적 차이를 이해하려는 태도가 중요하다'(4.09점)는 인식이 높았다.

일상생활에서도 '주변 사람들의 경조사가 생기면 서로 축하나 위로를 해준다'(4.11점)거나 '주변 사람과 오락, 취미 생활, 쇼핑 등 여가 활동을 함께한다'(4.02점)는 고려인도 많았다.

선 연구교수는 "1937년 스탈린의 지시로 고려인들은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당하는 수모를 겪었으나 특유의 근면함과 성실함, 높은 교육 수준으로 거주국의 발전에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그러나 소련 해체 이후 토착 민족주의의 부상으로 고려인들은 거주국에서 영향력 있는 지위를 상실하거나 주류 사회 진출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이에 대한 고려인 사회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카자흐스탄 인구는 지난해 기준 1천716만여 명이며, 이중 고려인은 10만5천여 명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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