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뉴스

뉴스 > 국제

서로에게 '솔직한 사람'…훈훈했던 오바마-카스트로 만남

입력 : 2015.04.12 16:14|수정 : 2015.04.12 16:14


'악수, 미소, 한 시간이 넘는 솔직한 대화'

11일(현지시간) 파나마 수도 파나마시티에서 이뤄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의 역사적인 첫 정식 회동을 요약한 단어들입니다.

냉전 시대를 거치며 50년 넘게 서로를 앙숙으로 여겨 온 두 나라의 정상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격의없이 이야기를 주고 받아서였습니다.

미주기구(OAS) 정상회의가 열린 파나마시티 컨벤션센터의 한 작은 방에서 마주한 양국 정상의 모습은 소속 국가의 차이만큼이나 대조적이었습니다.

50대 초반의 젊고 키가 큰 오바마(53) 대통령과 80대의 키 작은 노인인 카스트로(83) 의장은 푸른색 양탄자가 깔린 방에 들어와 손을 맞잡고 반짝반짝 윤이 나는 나무 의자에 마주 앉았습니다.

두 나라의 국기조차 없고, 작은 탁자 한 개만 놓여있을 정도로 단출한 분위기에서 만난 오바마 대통령과 카스트로 의장은 서로를 향해 상체를 기울이며 긴밀한 대화를 나눴습니다.

취재진이 지켜보는 사이 두 번의 악수를 한 양국 정상은 서로에 대한 덕담도 아끼지 않았습니다.

먼저 발언을 한 오바마 대통령은 "이것은 분명히 역사적인 만남"이라고 말문을 연 뒤 카스트로 의장에게 "열린 마음과 예의범절의 소유자"라고 칭찬했습니다.

카스트로 의장은 자신의 OAS 정상회의 연설 내용에 대한 오바마 대통령의 언급에 미소를 보였고, 오바마 대통령이 "두 나라가 인권 등 여러가지 이슈에 대해 계속 차이를 보일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고 했을 때도 웃음 띤 얼굴을 했습니다.

앞서 카스트로 의장은 OAS 정상회의 연설 중 오바마 대통령을 가리켜 "솔직한 사람"이라고 표현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습니다.

자신의 형인 피델 카스트로 전 국가평의회 의장이 십여 명의 미국 대통령과 티격태격해온 것을 고려하면 파격적인 발언으로 평가됩니다.

회동에서는 카스트로 의장이 "미국과 쿠바의 (협상) 대표단이 각자의 대통령 지시를 더 잘 들었으면 좋겠다"고 가볍게 농담을 하자, 오바마 대통령이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습니다.

다만 양국의 생각이 엇갈리는 주제에 대해서는 여전히 각자 반대 입장을 고수하며 서로를 회유하려는 모습도 보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두 정상은 비공개 부분을 포함해 한 시간 넘게 대사관 재개설 등 당면 현안에 대해 거침없이 이야기를 나눈 뒤 헤어졌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회동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솔직하고 유익한 대화였다"면서도 민감한 문제인 쿠바의 인권과 민주주의에 대한 우려를 전달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고 강조했습니다.

카스트로 의장은 "오바마 대통령의 말에 동의하지만, 이는 서로 의견이 다른 부분이 있다는 것까지도 인정한다는 말"이라며 "모든 것을 논의하고자 하지만 인내심이 많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SBS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