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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 경찰서죠? 저희 오빠 좀 살려주세요"

안수지

입력 : 2015.04.12 15:07|수정 : 2015.06.10 14:42


 
경찰
▲본 이미지는 기사와 무관합니다.
 
지난 3월 말, 강남 경찰서에 한 여성 박모 씨로부터 다급한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저희 오빠가 항암치료를 받다 위험한 상황에 처했어요. 수혈이 꼭 필요한 상황인데 도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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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이미지는 기사와 무관합니다. 
 
박씨의 오빠는 백혈병에 걸려 항암치료를 받고 있었는데 최소 5명에게서 수혈을 받아야 했습니다. 친척과 지인 도움으로 수혈할 사람을 4명까지는 구했지만 1명이 모자랐습니다. 최근 서울로 이사 온 탓에 더 이상 부탁할 사람이 없자 B씨는 무작정 경찰서에 전화를 했던 것이었습니다.
 
"저희 오빠는 초등학생 자녀 둘이나 있는 가장이에요. 오빠 좀 살려주세요"
 
경찰
▲사진=류유석 경위 제공
 
수혈할 사람 찾는 일은 본래 경찰관의 업무는 아닙니다. 하지만 이런 절박한 사연으로 전화가 왔다는 소식을 들은 강남 경찰서 방범순찰대 소속 류유석 경위는 박 씨의 오빠를 돕기 위해 발 벗고 나섰습니다. 혈액형이 B형인 의경 중 '자발적으로' 수혈을 하고자 하는 대원을 모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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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류유석 경위 제공

이재연 이경, 엄성환 일경, 한지훈 상경, 안준형 이경 총 네 명의 혈액형 B형의 대원들이 자발적으로 수혈을 하겠다고 나섰습니다. 류유석 경위와 네 명의 대원들은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한 생명을 살리고자 강남성모병원으로 향했습니다. 하지만 백혈구 수혈의 절차는 생각보다 쉽지 않았습니다. 사흘이나 할애해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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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류유석 경위 제공
 
대원들 모두 피를 뽑아 백혈구 수혈이 가능한지 검사해 최종적으로 이재연 이경이 수혈을 하게 됐습니다. 이 이경은 백혈구 수치를 높이는 촉진제를 맞으며 수혈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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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류유석 경위 제공
 
류유석 경위와 방범순찰대 대원들의 도움으로 박 씨의 오빠는 현재 상태가 호전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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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서울 경찰청 '칭찬합니다' 게시판 캡쳐
 
이에 감동받은 박 씨는 후에 서울 경찰청 '칭찬합시다' 게시판에 대원들의 이름과 류유석 경위의 이름을 언급하며 '평생 감사하며 살겠다'라고 글을 남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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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류유석 경위 제공
 
만약 류유석 경위가 이 사연을 모른 체했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또 만약 자발적으로 수혈을 하겠다고 참여한 대원들이 없었다면 어땠을까요? 스브스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류유석 경위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저도 평소에 헌혈에 관심이 많아 38번 정도의 헌혈을 했어요. 남을 도와줄 수 있는 게 경찰이니까.. 우리는 도와주는 걸 업으로 하는 직업인걸요.. 앞으로도 이런 연락이 온다면 또 도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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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류유석 경위 제공
 
류유석 경위는 수혈에 참여한 대원들도 한 가장의 생명을 구한 것에 대해 많은 뿌듯함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경찰서에 전화한 박 씨는 오빠와 골수가 일치해 다음 달 초 오빠에게 골수를 기증하는 이식수술을 받을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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