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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추모비 기사 보고 통영 찾은 전 일본인 기자

입력 : 2015.04.10 19:11|수정 : 2015.04.10 19:11

"연합뉴스 기사 보고 위안부 고향 '토영'이 통영이구나 했다"


"위안부 추모비라고 해서 팔을 들고 구호를 외치는 투쟁적인 이미지를 생각했는데 평화적인 모습이라 깜짝 놀랐습니다."

일본 나라현 일간지 나라신문사(奈良新聞社)에서 1971년부터 1984년까지 13년 동안 기자로 근무한 가와세 순지(67)씨.

기자생활 5년차 때인 1975년 8월에 작성한 취재노트 일부를 복사한 자료를 든 그가 10일 경남 통영시에 왔다.

40년 전 기억을 더듬게 된 이유는 당시 인터뷰한 재일조선인 강정시(姜正市·당시 65세)씨가 '토영'이라는 지명을 언급한 게 떠올랐기 때문이다.

'토영'은 통영을 의미하는 지역 사투리다. 한국 사람도 낯선 이 지명을 기자 초년생이 의미를 두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취재내용은 당시 신문에 연재됐지만 통영의 의미는 40년 동안 거의 잊혀졌다.

가와세씨는 13년 기자 생활 이후 저널리스트로 '야나기모토 비행장 안내판 철거를 생각하는 모임'에서 활동하게 됐다.

이 모임은 이 비행장 공사에 조선인 남성과 여성 위안부가 동원됐다는 내용 등을 담은 안내판을 한 공원에 설치했는데 덴리시가 갑자기 철거한 것을 두고 각종 비판적인 활동을 벌이고 있다.

그러던 중 동료 활동가가 참고 자료로 출력해둔 기사를 우연히 보게 됐다. 지난해 가을이었다.

연합뉴스가 통영 위안부 추모비인 '정의비'(正義碑) 건립 소식을 2013년 4월 일본어로 송고한 것이었다.

정의비는 위안부 할머니와 함께하는 통영거제 시민모임(대표 송도자)이 각계각층의 모금으로 통영 남망산 조각공원 입구에 세웠다.

가와세씨는 "젊은 시절에 한국 지명이 낯설어 큰 의미를 두지 않았는데 이 기사를 보고 '토영'이 '통영'을 의미한다는 것을 직감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통영 방문을 결정했다. 가와세씨는 시민모임의 도움으로 '소원'을 풀었다.

그는 통영시청에서 자신의 취재노트 일부를 공개한 데 이어 생존 최고령 위안부 피해자인 김복득(98) 할머니를 만났고 정의비를 직접 봤다.

가와세씨는 김 할머니가 입원한 경남도립 통영노인전문을 방문해 "밥은 잘 드세요?", "제게 궁금한 것은 없으세요?" 등의 질문을 쏟아냈다.

유창하지는 않았지만 상당한 수준의 한국어 실력도 과시했다. 만남이 진행되는 내내 녹음기를 들고 김 할머니의 말을 녹취했고 사진도 남겼다.

이어 남망산 조각공원 입구에 세워진 정의비 앞에서 송도자 시민모임 대표의 설명을 듣고 상당히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현장에 동행한 송도자 대표는 "정의비 모습은 일본이 사죄를 하면 우리는 언제든지 화해하고 용서하겠다는 의미로 두팔을 벌린 채 웃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와세씨는 "팔을 들고 구호를 외치는 투쟁적인 이미지를 생각했는데 평화적인 모습이라 깜짝 놀랐다"라고 말했다.

그는 오는 15일 서울 광화문에서 예정된 세월호 참사 1주기 문화제 등 국내 행사에 참석하고 오는 19일 출국할 계획이다.

이번 한국 방문 때 수집한 자료를 정리해 다시 책으로 펴낼 것으로 알려졌다.

(통영=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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