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뉴스

뉴스 > 사회

'불청객' 괭생이모자반 제주해안 점령

입력 : 2015.04.10 17:01|수정 : 2015.04.10 17:01


"조업까지 포기하고 괭생이모자반을 치우고 있습니다."

제주시 구좌읍 평대리 해안에 엄청난 양의 괭생이모자반이 밀려들어 마을 해녀들이 이를 치우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습니다.

해녀들은 낫을 들고 일일이 갯바위에서 모자반 더미를 꺼내고, 꺼낸 모자반을 한쪽에 쌓아 중장비가 옮길 수 있도록 포대에 담았지만 좀처럼 양이 줄지 않아 애를 태웠습니다.

물에 젖은 모자반을 두 손 가득 꺼내오던 평대리 해녀 홍선옥(60)씨는 "어제(9일) 아침부터 밤사이에 엄청난 양의 모자반이 밀려들어 마을 해안을 완전히 뒤덮었다"며 또 이런 일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했습니다.

이들이 수거한 모자반은 오늘 하루에만 5톤 덤프트럭 4대를 가득 채운 분량입니다.

그런데도 해안 곳곳에는 아직도 치워야 할 모자반이 많이 남아서 해녀들은 당분간 일손을 놓아야 하는 형편입니다.

제때 모자반을 치우지 않으면 썩어 악취가 풍기고 항포구를 드나드는 소형어선 등의 스크루에 모자반 줄기가 감겨 조업에도 지장을 주기 때문입니다.

마을 해녀 김명순(73)씨는 "지난 겨울 제주시 조천읍과 용담, 애월 등 평대리에서 볼 때 서쪽 마을 해안으로 괭생이모자반이 밀려오더니 이번에는 평대리부터 동쪽 마을인 종달리 해안까지 피해를 봤다"고 말하며 울상을 지었습니다.

이곳뿐만이 아니라 제주 남쪽 마을인 서귀포시 예래동 해안에도 모자반이 밀려들어 주민이 수거작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괭생이모자반은 주로 전남 신안 해역에 밀려 와 양식장에 피해를 주다가 지난 1월 제주시 한경면 해안에서 관측된 후 한림, 애월, 이호, 조천, 구좌 해안까지 밀려드는 등 제주 해안에서도 날로 확산하고 있습니다.

괭생이모자반은 제주 토속음식인 '몸국'을 만드는 참모자반과는 달리 먹을 수 없습니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지난 2월 26일 제주 연안에 다량으로 유입된 괭생이모자반의 유전자를 확인한 결과 중국 저장성 남부 난지섬에 서식하는 종과 동토우섬의 유조(바위나 암반에 붙어 서식하던 해조류가 바람이나 파도에 의해 떨어져 나와 바다 표층에 떠다니는 것)와 일치하는 것으로 확인했습니다.

이에 따라 국립수산과학원은 국내 괭생이모자반이 중국 산둥반도 해역에서 유입된 것으로 추정하고 정확한 유입 경로를 파악하고 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SBS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