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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예측 못한 과학자, 법적처벌 받아야 할까

입력 : 2015.04.10 14:28|수정 : 2015.04.10 14:28

한림원 '과학기술자의 사회적 책임' 국제심포지엄


2009년 이탈리아 국립대재난위원회(GRC) 소속 과학자 6명은 중부 도시 라퀼라에서 대규모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을 예측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 전원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판결 직후 과학계는 "과학이 할 수 있고 할 수 없는 것을 근본적으로 오해한 것"이라며 규탄했고 결국 항소심에서 결과가 뒤집혀 무죄가 선고됐다.

이처럼 과학자들이 재난 예측을 잘못해 피해가 발생한 경우 법적 처벌을 받아야 할까.

또 자문활동에서 이들의 사회적 책임 범위를 어떻게 규정해야 할까.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은 10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과학기술자의 사회적 책임'이란 주제로 국제심포지엄을 열었다.

발제자로 나선 토머스 조던 미국 남가주대 부설 지진센터 소장은 지진예측(OEF)의 '재해 평가' 영역을 OEF 사용자의 '위험 분석'이나 '재해 경감' 영역과 분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과학자들의 재해 분석 외에 경제적·정치적·심리적 요인을 고려해 재해 경감과 대비를 위한 활동이 결정되기 때문에 재해를 평가하는 지진학자들의 역할과 자국민을 보호해야 하는 행정당국의 역할을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던 교수는 또 "신뢰 구축을 위해 공신력 있는 과학 정보를 국민에 공개하되 자연재해의 불확실성을 고려해 '발생확률'의 형태로 제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학수 서강대 교수는 과학자들이 자문활동을 하는 한 사회적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전제하면서 과학자들이 가져야 할 올바른 행동규범에 대해 의견을 제시했다.

김 교수는 라퀼라 사례에서 공식 회의를 시작하기 전 지진 전문학자가 아닌 공무원이 언론에 '거대 지진 위험이 없다'는 식으로 말한 점, 45분간의 짧은 회의를 진행하면서 회의록조차 남기지 않은 점 등을 들어 당시 GRC가 지진 외 영역의 전문성 부족으로 사회적으로 책임 있는 행동을 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과학 영역 외에 다른 분야 전문가들도 함께 참여하는 위원회를 재난 발생 이전에 미리 꾸려 협력체계를 공고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일부 참석자는 "과학자들이 아니라 정부 권력자들의 영역"이라거나 "지식을 활용해 양심껏 자문했으면 과학자의 모든 책임이 끝난 것"이라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복지 창출을 위한 과학기술자의 역할', '과학자-대중 간 사회적 신뢰 제고 방안' 등에 대해서도 참석자들이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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