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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적수사 억울" 강조하고 자살…급제동 걸린 사정정국

입력 : 2015.04.09 17:59|수정 : 2015.04.10 15:48


자원외교 비리 의혹에 연루돼 수사를 받은 성완종(64) 전 경남기업 회장이 9일 숨진 채로 발견되면서 부패척결을 앞세워 동시다발로 수사를 벌였던 검찰이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였다.

'표적 수사'의 희생양이 됐다는 취지로 주장했던 성 전 회장이 끝내 극단적 선택을 함에 따라 '정치 수사 논란'이 불거지면서 사정 드라이브에도 급제동이 걸릴 공산이 커졌기 때문이다.

자원외교 의혹 등 최근 시작된 수사를 둘러싼 정치적 해석을 차단하려는 정부의 뜻과는 정반대로 성 전 회장의 사망이 정치 수사 논란을 고조시키면서 적폐해소를 명분으로 막을 올렸던 부패척결 수사는 초반부터 동력을 잃을 위기에 처한 것이다.

성 전 회장은 8일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국민께 드리는 호소문'이라는 회견문을 내놓고 검찰 수사에 대한 '억울한 심경'을 토로했다.

특히 자신과 경남기업을 겨냥한 검찰 수사의 정치적 속성을 거론하면서 "저는 MB맨(이명박 정부 사람)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회견문 전면에 부각시켰다.

세간에서는 검찰의 수사가 이명박 정부 당시 핵심 인사를 표적으로 삼고 있다고 받아들이는데 반해, 성 전 회장 자신은 오히려 '이명박 정부의 피해자'라는 주장을 펼쳤다.

자신이 대주주인 경남기업이 이명박 정부에서 경영 위기를 맞았다는 점, 2007년 한나라당의 대선후보 경선에서 이명박 후보가 아닌 박근혜 후보를 도왔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특히 성공불융자금 횡령 등 검찰이 적용한 주요 혐의는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왜 제가 자원외교의 표적 대상이 됐는지, 있지도 않은 일들이 마치 사실인 양 부풀려졌는지 이유를 모르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검찰이 자신을 'MB맨'으로 오인한 가운데 사실과는 동떨어진 혐의를 적용해 구속수사를 시도했다는 취지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성 전 회장이 이런 심경을 털어놓은 다음 날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이번 수사를 둘러싼 정치적 논란이 커질 수 있는 상황이 됐다.

수사가 절차적 적법성을 지녔다고 해도 정치인이자 기업인인 한 사람을 죽음에 몰아넣을 정도라면 지나쳤던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정치권 일각에서부터 제기될 가능성도 있다.

박범훈 전 교육문화수석의 직권남용 혐의와 관련된 수사나 포스코그룹 비자금 수사도 모두 전 정권 인사들과 닿아 있다.

사정당국으로서는 가장 우려했던 상황과 맞닥뜨린 형국이다.

정치적 계산이 깔려있지 않다는 사정당국의 해명에도 성 전 회장의 사망 사건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면 검찰 수사에는 얼룩이 묻을 가능성이 크다.

당장 아프리카 니켈광산 사업을 둘러싼 광물자원공사와 경남기업의 유착 의혹 등 성 전 회장 관련 사건은 수사가 사실상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자원외교 비리 의혹이라도 성 전 회장과 무관한 사안이라면 흔들림 없이 수사한다는 입장이지만 정치적 외풍이 커지면 애초 계획했던 것보다 수사 규모가 축소될 수도 있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핵심 피의자가 숨지면서 관련 수사가 더 진행되지 못하는 차원을 넘어 수사의 명분까지 희석되는 상황이 온다면 검찰의 의욕은 많이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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