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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핵협상 타결에 러시아 '우려반 기대반'

입력 : 2015.04.09 15:15|수정 : 2015.04.09 15:15


이란의 핵무장을 막기 위한 주요 6개국(P5+1)과 이란간 핵협상이 지난 2일 스위스 로잔에서 극적으로 타결됐다.

이란이 핵 프로그램을 축소하는 대신 국제사회는 대(對)이란 경제제재를 푸는 것을 골자로 하는 잠정 합의안, 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을 마련한 것이다.

이 합의안에 따르면 이란은 우라늄(U-235)을 3.67% 이상 농축하는 것을 중단하며 20~50% 수준의 고농축우라늄을 폐기하고 우라늄 농축에 사용되는 새로운 원심분리기의 배치를 중단하기로 했다.

또 무기급 플루토늄을 생산할 수 있는 북서부의 아라크 중수로를 재설계해 이를 생산하지 않기로 한 것은 물론 북부의 포르도와 나탄즈 핵시설에 국제원자력기구(IAEA) 전문가들이 상주할 수 있도록 했다.

국제사회는 대신 향후 6개월내 이란에 새로운 제재를 취하지 않으며 IAEA가 이란이 합의안과 관련한 핵심 조처를 했다는 점을 검증하면 그동안 이란에 부과해 온 제재는 모두 해제하기로 했다.

이럴 경우 이란은 42억달러로 추정되는 원유 수출과 15억 달러 상당의 금 교역 등 연간 총 7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제재에서 벗어나게 된다.

그러나 이번 합의로 이란 핵문제가 모두 풀린 것은 아니다.

국제사회와 이란은 이번 행동계획을 토대로 6월 30일까지 세부적이고 기술적인 사항에 대한 최종 합의에 도달하기 위해 계속 협상할 예정이다.

그 과정에서 어떤 변수가 튀어나올지 모르는 상황이다.

또 이스라엘은 신형 원심분리기 연구 및 개발 중단, 원심분리기의 추가 감축, 포르도 지하 핵시설 폐쇄, 과거 이란의 핵무기 개발 활동 공개 등을 추가로 요구하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그럼에도 협상 당사국들은 물론 국제사회는 대체로 이번 합의를 크게 환영하고 있다.

다만 성과에 대한 해석은 조금씩 다른 것 같다.

이란은 핵무기를 휘둘러 마침내 서방을 굴복시켜 제재 해제를 이끌어냈고 미국은 '나쁜 녀석'을 잘 설득해 핵무기를 포기시켰다고 각각 자랑스러워하는 듯하다.

그러나 러시아의 속내는 좀 복잡해 보인다.

올해 들어 가뜩이나 낮은 유가로 인해 국가 수입이 급락하면서 다시 모라토리엄(채무지불유예) 상태에 처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고 이제 조금 안정세를 찾는 모양새지만 한때 달러당 30까지 상승했던 루블화 가치는 9일 현재 54.04로, 여전히 50선을 넘지 못할 정도로 폭락한 상태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란이 원유 추가 수출에 나선다면 국제 유가는 더 떨어질 게 분명하다.

실제로 이란 정부는 서방과 핵협상을 잠정 타결한 뒤 원유·천연가스 등 석유산업에 대한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란은 세계 4위의 원유 매장량과 2위의 천연가스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금수가 풀리고 유전재정비가 이뤄진다면 국제시장에 연간 5천만t의 원유를 추가 공급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이는 이탈리아의 연간 수요량이자 독일의 반년치 수요에 해당되는 양이다.

러시아 이타르타스 통신은 이럴 경우 국제원유가격이 배럴당 20달러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러시아 시사주간 '아르구멘트이 이 팍트이'(논거들과 사실들)는 8일자 인터넷판에 '석유의 유혹.

대이란 경제제재 해제가 러시아에 주는 위협'이란 제목의 전망 기사를 실었다.

러시아의 우려가 그만큼 크다는 점을 반영한 기사지만 결론은 러시아가 크게 손해볼 것은 없다는 내용이다.

전 유엔 이란대표부 대표인 다우드 게르미다슈 바반드 테헤란대학 교수는 이 잡지 인터뷰에서 "이란이 조만간 시장에 수백만 배럴의 원유를 쏟아내 '검은 황금'의 가격이 물값 보다 저렴해질 것이라는 분석들이 나오는데 좀 기이한 것 같다"면서 "이란은 현재 하루 285만 배럴을 생산해 이중 절반을 일본과 중국 등 파트너들에게 판매하고 있다. 그러나 누구도 유가가 배럴당 20달러로 떨어지는 것을 바라지 않기 때문에 이란 역시 더 나은 이익으로 눈길을 돌리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일 이란이 배당을 잘 받아서 예전 수준으로 원유수출을 늘리게 되더라도 이를 위해서는 폐쇄된 유전을 재개해야 하는 데 여기에만 최소한 3~5년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국가에너지안보재단의 이고리 유쉬코프 선임연구원은 여기에 더해 이란의 석유 수출선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이란이 누구에게 석유를 판매할 것인지도 불명확하다. 유럽시장은 이미 사우디 아라비아가 장악하고 있다"는 것이다.

바반드 교수는 하나 더 붙였다.

"자, 이제 7월 1일까지 한번 지켜보자. 지금 예멘 분쟁이 격화하고 있다. 예멘은 이란과 서방간 이해가 첨예하게 맞서는 곳이다. 예멘 사태의 탈출구는 불명확해 보인다." 실제 예멘 내전은 갈수록 심각해 지고 있으며 수니파 종주국으로, 미국의 맹방이지만 이란의 숙적인 사우디아라비아는 예멘의 시아파 반군을 겨냥해 공습을 퍼붇기도 했다.

반대로 시아파 종주국인 이란은 예멘의 시아파 반군을 지원하기 위해 병력과 장비를 지원할 움직임이다.

이란이 예멘 사태에 개입하면 할수록 서방이 다시 대이란 제재에 나설 가능성이 크며 이럴 경우 상황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분석인 셈이다.

러시아가 이득을 보는 부분도 있다.

이란 샤르크 신문의 에민 무함마디 편집장은 아르구멘트이 이 팍트이 인터뷰에서 "개인적으로 이란 제재가 해제되더라도 러시아에 문제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그 반대로 러시아가 수천억 달러를 벌어들일 수도 있다. 러시아는 이란에 여객기를 제공하고 철도들을 건설할 수도 있다. 엄청난 자금이 들어가는 (부셰르) 원자력발전소 건설도 잊지 마라. 여기에 더해 이란이 큰 흥미를 가지고 있는 S-300 방공미사일 등 러시아산 무기도 있다. 아마 스위스 로잔에서 핵협상이 타결될 때 러시아 외교관들 역시 틀림없이 바로 이런 것들을 염두에 뒀을 것이다"고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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