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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에 철심 박은 고양이…'진이' 이야기

스브스뉴스 권재경 PD

입력 : 2015.04.09 14:38|수정 : 2015.06.10 15:01


[스브스 스토리]▲출처 : 네이버 블로그(drkim81)

2013년 1월, 경기도 안양 인덕원 근처에서 절룩거리는 길고양이 한 마리가 발견됐습니다. ‘진이'라는 이름의 이 고양이는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한쪽 다리뼈가 부러져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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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네이버 블로그(drkim81)

뼈가 다섯 조각으로 부러져 있었던 '진이'는 곧바로 수술에 들어갔습니다. 

[스브스 스토리]다리에 철심을 박는 고된 수술을 끝낸 후 '진이'는 임시보호자 이 모 씨와 함께 지내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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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 : '콩이’,  출처 : 한국고양이보호협회

이 씨의 정성스러운 보살핌 속에 다행히 진이는 완쾌됐습니다. 그리고 길에서 발견된 지 일 년 만인  2013년 12월, 임시보호자 품을 떠나 또 다른 주인에게 입양됐습니다. 새로 만난 반려인은 용인에서 반찬가게를 하고 있던  A 모씨였습니다. A씨는 5살 된 고양이, '콩이'를 함께 기르고 있었습니다.

새로운 주인과 친구 '콩이'를 만나 행복하게 살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2015년 3월. 충격적인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진이'와 '콩이’ 두 마리  모두 누군가에게 잡아 먹혔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이 소식을 들은 이 씨와 동물보호단체가 A씨에 사실을 묻자 A씨는 두 고양이를 고향 부모님께 맡겼는데, 그 이후 고양이들이 사라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A씨를 믿을 수 없었던 이 씨의 지인은 A씨의 고향으로 내려가 부모님을 직접 만났고, 부모님들이 고양이들을 먹었다는 사실도 확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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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고양이보호협회 입양계약서

백번을 양보해서 고향에 계신 부모님들이 가축을 잡아먹던 과거 문화에 따라 큰 죄책감없이 두 고양이를 먹었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입양했던 A씨의 무책임한 행동입니다. A씨는 '고양이를 키우지 못할 사정이 생길 경우 반드시 입양 받은 당사자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내용의 입양 계약서를 작성하고 '진이'를 넘겨 받았습니다. 충분히 입양을 고려하지 않고 입양한 사람들 때문에 반려동물들이 피해를 보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A씨는 결혼준비로 고양이를 돌볼 시간이 부족해졌다는 이유로 입양한 지 1년 만에 '진이'와 '콩이'를 계약을 위반하고 고향집으로 보냈던 것입니다.
[스브스 스토리]탕 속에 '진이'의 어깨 쪽에 박혀있던 철심이 있었다고 말한 A씨의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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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한국고양이보호협회

한국고양이보호협회는 계약불이행과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A씨와 A씨의 부모님을 고소했습니다. 그리고 탄원서 및 서명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스브스 스토리]치명적인 부상을 안고 버려진 신세였던 고양이 '진이’. 따뜻한 손길을 받아 겨우 건강을 되찾았던 고양이였지만, '진이'는 몸이 완쾌된지 2년도 안 돼 안타깝게 목숨을 잃고 말았습니다 .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유기 동물들이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새 주인을 만나지 못하고 안락사의 길을 걷는 안타까운 동물들도 많은 상황에서 새 주인을 만난 유기 동물들은 행운아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행운은 책임감있는 주인을 만났다는 조건이 충족됐을 때 누릴 수 있는 행운일 겁니다.  

(SBS 스브스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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