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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 있는 아빠로부터 온 편지…'뭉클'

박정은

입력 : 2015.04.09 13:09|수정 : 2015.06.10 15:07


[스브스] 아버지
▲위 이미지는 내용과 관계없습니다.

2008년, 제가 결혼한 지 2년 만에 아내의 임신 소식을 접했습니다. 저와 아내는 뛸 듯이 기뻤습니다. 소중한 우리 아기를 만나는 날만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스브스] 아버지
▲위 이미지는 내용과 관계없습니다.

그런데 우리 아이가 세상에 태어나기 일주일 전, 저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아니 믿고 싶지 않은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피부암이 제 온몸으로 퍼지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오래 살 수 없다는 의사의 말... 제가 얼마나 살 수 있냐고, 아니 저를 좀 살려 달라고 의사 선생님께 애원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말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리고 어렵게 입을 뗐습니다. 

 "선생님, 저는 아이와 함께 걷고, 이야기할 수 있을 때까지만이라도 살고 싶어요. " 
[스브스] 아버지
▲사진=mariecurie

그러나 제 몸은 야속하게도 계속 나빠졌습니다. 같이 걷고 같이 이야기하고 싶었던 제 소원은 바꿀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저는 새로운 그리고, 마지막이 될 소원을 '아이의 첫 번째 생일을 볼 수 있게 해 주세요'로 바꾸었습니다. 
[스브스] 아버지
▲사진=mariecurie

그런데 하늘이 도우신 걸까요. 저는 병원에 입원해 꾸준히 치료를 받아 딸의 첫 번째 생일을 두 눈으로 볼 수 있었습니다. 함께 둘러앉아 음식을 만들어 먹고, 노래도 부르며 너무나 행복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해맑게 웃는 딸의 모습을 보면서 밀려오는 슬픔을 참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당장 다음 생일부터 아빠 없이 보내야 하는 내 딸...
[스브스] 아버지
▲사진=mariecurie

전 얼마인지는 모르지만 얼마남지 않은 시간동안 딸을 위해 편지를 쓰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저를 기억하지 못할 제 딸이 제가 쓴 편지로 저를 조금만이라도 기억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습니다. 

두 살이 되는 날, 세 살이 되는 날 그리고 16번째 생일까지 생일 카드를 미리 썼습니다. 더 많은 생일 카드를 쓰고 싶었지만, 뼈까지 퍼진 암세포는 저를 이해해주지 않았습니다. 펜을 잡기도 힘들어져 친구에게 받아쓰기를 부탁해 18번째 생일카드까지 마쳤습니다. 그리고, 21번째 생일 카드가 마지막 편지였습니다.
카드수정
▲위 이미지는 내용과 관계없습니다.

마지막 저에게 주어진 시간을 딸을 위한 편지쓰기로 마무리 한 것을 절대로 후회하지 않습니다. 제 딸이 일 년에 한번, 단 하루라도 제 사랑을 느낄 수만 있다면 그것으로 저는 만족합니다.

'내 딸, 생일 축하해. 아빠는 지금 하늘나라에 있지만, 여전히 너를 사랑하고 있단다.'

※ 위 내용은 사실을 바탕으로 브루스 맥컬로치(Bruce McCulloch)의 시점에서 재구성한 것입니다.
[스브스] 아버지
▲사진=데일리 레코드
 
지난 5일 영국 신문 데일리 레코드는 헌신적인 아빠 브루스 맥컬로치(Bruce McCulloch)의 사연을 보도했습니다. 브루스 맥컬로치는 딸의 첫 번째 생일이 2주가 지난 2010년, 결국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그의 나이 39세였습니다. 
[스브스] 아버지
▲사진=데일리 레코드

세월이 흘러 올해 6번째 생일을 맞이한 그의 딸 조이(Zoe)는 아빠가 남기고 간 다섯 번째 편지를 받았습니다. "이 선물들 중 아빠가 남기고 간 편지가 가장 특별해요!"


(SBS 스브스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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