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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이란과 미국이 손 잡으면, IS는 괴멸할까?

최효안 기자

입력 : 2015.04.08 18:32|수정 : 2015.04.08 20:02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기도 하는 것이 세상사라지만, 이란과 미국이 전격적으로 화해를 한 것은 참 놀라운 일임에는 분명합니다. 1~2년도 아니고 무려 30년 넘게 서로를 '악의 축'으로 규정하며 무너뜨려야 할 제1의 적성국가로 규정했던 관계가 단숨에 바뀌었으니 말이죠. 물론 국제 정세를 주의 깊게 지켜봐 온 이들에겐 미국과 이란이 손을 잡을 수밖에 없는 속내를 미리부터 짐작하고 있었지만, 상당수 사람들에겐 핵을 포기하는 이란과, 이스라엘 대신 이제 이란과 친하게 지내겠다고 선언하는 미국의 모습이 참 생경하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결코 합의점을 찾지 못할 것 같은 협상이 타결됐다는 것은 결국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다는 얘기이기도 합니다. 그만큼 서로에게 받아내야 할 것이 절실했다는 얘기겠죠. 그렇다면 '미제 타도'를 30년 넘게 외쳤던 이란에게 그들의 신념을 버릴 만큼 간절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그건 바로 '달러 통화권'으로 상징되는, 서방경제체제로의 편입입니다.

사실 1979년 이전만 해도 이란과 미국은 참 친한 사이였습니다. 당시 중동 어떤 국가보다도 일찌감치 서방의 문물을 받아들인 이란은 문화적으로는 놀랄 만큼 개방적이었고, 경제적으로는 서방과의 교역으로 달러가 넘쳐나 풍족했습니다. 이란 땅에는 전 세계 확인매장량의 10%에 해당되는 원유가 묻혀 있고, 천연가스 매장량 또한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어마어마한 자원 부국입니다.

그런데 미국 등 서방을 적대 국가로 규정한 1979년 호메이니혁명 이후 이 자원들의 수출길이 봉쇄됐습니다. 자신들을 적으로 규정한 이란에 대해 미국은 '악의 축'이라며 가혹한 경제제재를 가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기준으로 이란의 하루 원유생산량은 352만 배럴로 세계 6위 수준에 달합니다.

그러나 강력한 경제 제재로 원유를 팔길이 없어 현재 하루에 불과 110만 배럴밖에 수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은 전 산업분야에 걸쳐 마찬가집니다. 서방과 교역 자체가 안 되는 형국이 30년 넘게 계속되면서 경제는 악화일로에 빠졌습니다. 지난해 기준으로 35%에 달하는 인플레이션과 10.5%에 달하는 실업률 등 결국 36년간 서방과 대립으로 남은 것은 극심한 경제난입니다.

결국 이란 국민은 2013년 이념 대신 실리를 선택해 온건 개혁파인 로하니를 대통령으로 선출합니다. 로하니는 대통령 선출 직후부터 미국을 포함한 서방 주요 6개국과 대화를 시작했고, 결국 스위스 로잔에서 핵협상 타결에 합의합니다.

이란의 절실함이 경제난이었다면, '악의 축'과 손을 잡지 않을 수 없었던 미국의 다급한 사정은 무엇이었을까요? 그건 바로 무서운 기세로 중동에서 세력을 넓혀가는 이슬람 수니파 테러조직 IS 때문입니다. 같은 수니파 국가인 사우디 아라비아 등 상당수 중동국가들이 IS의 발호를 방관하는 사이, IS는 내전상태인 시리아를 기점으로 이집트 등지로 세력을 급속하게 넓혀가고 있습니다.
튀니지, IS 추가이란은 수니파에 대항하는 시아파의 종주국인 데다, 현 중동 정세상 IS와 맞서서 싸울만한 국가는 현실적으로 이란밖에 없습니다. 오랜 기간 미국은 석유 문제는 사우디 아라비아, 안보 문제는 이스라엘과 손을 잡고 중동에서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해왔지만, 중동에서 발호한 IS 문제는 사우디나 이스라엘이라는 기존의 우방으로는 전혀 해결이 되지 않는 상황에 직면한 겁니다. 결국, 오랜 우방이던 이스라엘과 관계 악화를 감수하고 미국은 이란과 손을 잡기로 한 겁니다.

일단 중동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는 미국과 이란이 힘을 합치면 IS 괴멸에 대한 가속도가 당연히 훨씬 빨라질 것이라 예상합니다. 그러나 단기간 중동 정세는 더욱 위험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국립외교원의 중동정치 전문가인 인남식 박사는 "미국과 이란이 같은 편이 됐다는 것은 IS에겐 테러를 일으키기 더없이 좋은 기회"라고 말합니다. IS는 기존에도 미국을 최대 적으로 규정했는데, 여기에 역시 적이었던 시아파 이란까지 미국과 같은 편이 됐다는 것은 IS가 무찔러야 할 적이 한층 업그레이드됐다는 얘기이기 때문입니다. 타도해야 할 적이 더욱 강력해진 만큼 IS가 기존보다 훨씬 높은 수위로 자신들의 존재감을 드러내며 중동에서 갖가지 악행과 테러를 일으킬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진 셈이기도 합니다. 

결국 미국과 이란이 단기적으로는 더욱 '강력한 테러 전술'을 펼칠 IS를 상대로, 얼마나 '효과적인 궤멸 전략'을 치밀하게 수행하느냐에 따라 중동의 평화가 달려있는 상황. 언제쯤이면 '세계의 화약고'라 불리는 중동에 평화가 찾아올까요? 

오래된 종교 갈등에 자원 문제, 그리고 중동 지역의 패권을 둘러싼 서방의 복잡한 이해관계까지 얽힌 중동에서 결코 '이뤄지지 않을 꿈' 같은 평화가, 이번에 극적으로 화해한 이란과 미국의 합의처럼 실현되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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