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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정보당국의 힘…문자 메시지 한 통에 징역 6년

입력 : 2015.04.08 15:20|수정 : 2015.04.08 15:20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의 위력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옛 소련 스탈린 시절 전 국민을 감시·수사·처형했던 내무인민위원회(NKVD)의 적통을 이어받은 국가보안위원회(KGB)의 후신답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KGB의 업무 증 해외첩보 업무는 해외정보국(SVR)으로 넘어갔으나 국내 문제에서만큼은 FSB가 러시아 최고의 정보권력기관입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 역시 KGB 출신입니다.

1999년 8월 말 FSB 수장을 지내던 중 보리스 옐친 당시 러시아 대통령에 의해 총리로 전격 발탁됐습니다.

그 직후 배럴당 10달러 선에서 등락하던 국제 유가가 천정부지로 오르며 러시아의 수입도 크게 늘어났고 푸틴은 이 자금을 바탕으로 제2 체첸전쟁을 주도해 탄탄한 입지를 굳혔습니다.

그리고 이듬해 당당히 대통령으로 선출됐습니다.

현재 러시아에서 푸틴의 영향력은 서방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막강합니다.

'열강 러시아'의 부활을 추구하면서 강인한 대통령상을 심어주고 있기에 국민들의 신뢰도 역시 높습니다.

FSB는 막강한 정보 권력기관이기 때문에 은밀하고 음험한 구석도 많습니다.

러시아 월간 '소베르센노 세크레트노'(극비) 6일자 인터넷판은 조지아(러시아명 그루지야) 출신 45세 여성의 기구한 운명을 소개했습니다.

조지아 출신의 예카테리나 하레바바 씨는 1990년대에 러시아 거주증을 취득하고 몇 년 전 남부 휴양도시인 소치에 정착해 시장에서 상인으로 생계를 이어가던 평범한 여성입니다.

고향에는 학생인 두 딸과 친척들이 있고 이들과 자주 긴밀히 교류해 왔습니다.

이런 하레바바 씨에게 날벼락이 떨어진 것은 2014년 2월 소치 동계올림픽을 앞둔 2013년 말.

발단은 그보다 훨씬 전인 2008년 봄, 조지아의 군대에서 근무하는 한 지인에게 보낸 SMS 한통이었습니다.

이 지인은 러시아 군부대의 이동 상황에 대해 알고 싶어했고 하레바바 씨는 '아무 생각없이' 군 장비들을 실은 군용열차들이 지나가는 것을 봤다고 답신했습니다.

이게 화근이었습니다.

2008년 당시에는 조지아와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조지아내 남오세티야 분리주의자들 간 분쟁이 한창이었습니다.

소치를 관할하는 크라스노다르주 FSB 요원들은 조지아 출신 인물과 이 지역 출신 무거주증 인물들에 대해 무차별적인 감시와 도청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법원의 도·감청 허용 명령서에는 판사의 서명도 없었다고 합니다.

그 결과, 크라스노다르 주 검찰은 2014년 말 러시아에서 첩보활동을 한 3명의 외국 특수요원과 1명의 공범에게 국가반역죄와 간첩죄가 적용돼 징역 6월에서 12년이 선고됐다고 발표했습니다.

그 한 명의 공범인 하레바바 씨가 받은 형량은 징역 6년입니다.

이 형은 최근 러시아 대법원에서도 확정 판결됐습니다.

하레바바 씨 사건의 내막은 현재도 비밀에 부쳐지고 있으며 심리와 재판과정도 비공개로 이뤄졌다고 합니다.

소베르센노 세크레트노가 취재한 결과, 소치에서 평범한 일상을 꾸려오던 하레바바 씨에게 FSB 크라스노다르 지부 요원들이 들이닥친 때는 문제의 SMS가 발송된지 몇년이 지나 조지아-남오세티야 분쟁이 다소 잠잠해진 2013년입니다.

하레바바 씨는 FSB 요원들의 질문에 모두 답했고 요원들은 철수했다가 수개월뒤 다시 돌아왔습니다.

다음 수순은 하레바바 씨의 구속이었습니다.

하레바바 씨의 변호인인 레오니드 예르첸코는 "(FSB)당국이 내 의뢰인에게 '국가기밀을 외국 특수요원에게 넘겼다'는 자백을 교묘히 유도한 것으로 보인다. 내 의뢰인에게 왜 범행을 자백했으며 SMS로 넘긴 사실이 국가기밀이라고 생각하냐고 물었더니 의뢰인은 '그래야 형이 경감될 거라면서 (FSB가) 그렇게 말하라고 시켰다'고 답했다"고 소개했습니다.

이어 "어떤 것이 국가 기밀인지 아느냐고 물었더니 그녀는 어떻게 그런 것을 알겠느냐고 답했다. 그런데 왜 그 것을 안다고 얘기했느냐고 물었더니 그녀는 눈물만 흘렸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는 만일 낮에 거리를 걷다가 제복 입은 사람을 보고 저녁에 친지나 친구에게 이를 발설했을 때에도 이런 경우에 처해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FSB를 성토했습니다.

소베르센노 세크레트노는 하레바바 씨에게 내려진 형량에도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간첩죄는 최저 12년에서 최대 20년형이며 국가반역죄는 최저가 징역 12년인데, 하레바바 씨에게 내려진 형량은 최저보다도 훨씬 적은 6년형이라는 점에서입니다.

이 잡지는 하레바바 씨 등이 실제로 스파이였지만 전향했기 때문에 짧은 형기만 끝내고 이중 스파이 역할을 맡기기 위해서거나 소치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이 사안을 '발설하지 않도록' 형량을 낮췄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습니다.

이 잡지는 특히 하레바바 씨의 이른바 '범행'은 이미 2014년 소치 올림픽이 있기 몇년 전 이뤄졌는데 이 사안에 대한 '파헤치기'는 소치 올림픽에 앞서 시작됐다는 점에서, FSB가 전 세계인의 스포츠 축제에 앞서 전문성과 열의를 보여주기 위해 사안을 키울 필요성을 느꼈을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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