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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일본 100살 노인의 반란…비결은 '관절'

권종오 기자

입력 : 2015.04.08 09:03|수정 : 2015.04.08 09:03


일본은 세계 최장수 국가로 유명합니다. 2014년 통계에 따르면 100살 이상 고령자가 무려 5만9천명이나 됩니다. 이 가운데 일본의 미야자키 히데키치 씨는 우리 겨레가 ‘경술국치’를 당하던 1910년에 태어났습니다. 100살이 넘은 나이에 육상 남자 100m를 29초83에 주파해 이 부문 세계기록을 보유했습니다. 2013년 10월에는 교토 마스터스 육상대회에서 34초10을, 만 104살을 눈앞에 둔 지난해 8월에는 38초35를 각각 기록했습니다. 귀가 어두워서 출발 총성을 잘 듣지 못해 스타트에서 이미 몇 초를 잃고 달리는 것이 그가 가장 아쉬워하는 부분입니다.

미야자키 씨는 103살이던 지난해 ‘지구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 우사인 볼트와 한번 붙어보고 싶다고 밝혀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그는 “나는 아직 젊기 때문에 기록을 더 단축할 수 있다. 볼트와 해볼 만하지 않는가”라고 유쾌한 농담을 던지며 “우사인 볼트와의 대결이 이뤄지면 볼트의 ‘번개 세리머니’를 따라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후 그에게는 ‘골든 볼트’라는 별명이 따라 다녔습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가 육상, 그것도 단거리 종목을 시작한 때가 90살 이후라는 것입니다.
일본 100살 노인지난 4일에는 올해 만 100살의 할머니가 1,500m를 다 헤엄치는 노익장을 과시해 세계적인 화제가 됐습니다. 주인공은 일본의 나가오카 미에코 씨. 그녀는 지난 4일 일본 마쓰야마에서 열린 마스터스 수영 쇼트코스(25m) 여자 1,500m 자유형 레이스에서 1시간15분54초39에 터치패드를 찍었습니다. 100∼104세 부문 선수로는 유일하게 출전해 40∼70대 선수들과 실력을 겨뤘는데 사상 처음으로 끝까지 레이스를 펼치는 이른바 ‘완영자’가 됐습니다. 배영으로 힘차게 물살을 가른 그녀는 관중의 환호 속에 경기를 마친 뒤  “105살 때까지 수영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나가오카 씨는 고령자 수영 부문에서 25번째 세계기록을 세웠고 조만간 기네스북에도 등재될 예정입니다.

나가오카 씨가 1,500m를 완영하자 일본 언론은 말할 것도 없고 중국, 미국, 영국 등 해외 주요 언론사들도 이 소식을 앞 다퉈 보도하고 있습니다. 나가오카씨도 82살에 무릎 재활 치료를 위해 수영을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물에 뜨지 않아 고생했지만 이왕 시작한 것 끝까지 해보자고 마음먹고 일주일에 2-3회씩 꾸준히 훈련해 마침내 결실을 맺었습니다. 그녀의 장남(74세)은 “어머니가 2차례 이 종목에 도전했는데 모두 중도에 기권했다. 그런데 포기하지 않고 세 번째 만에 성공해 정말 기쁘다”며 모친의 집념에 경의를 나타냈습니다.

그럼 미야자키 씨나 나가오카 씨가 80살이 넘은 고령에 운동을 시작해 100살 이후에도 놀라운 체력을 과시하는 비결을 무엇일까요? 이들은 특수한 유전자를 타고난 것일까요? 보통 사람들도 두 사람처럼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 가능할까요? 이런 질문에 대해 스포츠의학 전문의 은승표 박사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60대가 넘어가면 주민등록증 나이는 거의 의미가 없다. 신체 나이가 중요하다. 심폐지구력, 근력 다 중요하지만 고령자에게 운동의 핵심은 관절 나이다. 60대 밖에 안됐는데 인공 관절 수술을 받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젊은이 못지않은 사람도 있다. 미야자키 씨의 경우 무릎 관절 나이가 자신의 실제 나이보다 20-30년 젊다고 봐야 한다. 나가오카 씨처럼 100살이 됐는데도 장거리 수영을 할 수 있는 비결은 어깨 관절에 있다. 어깨 회전근개가 좋지 않으면 그렇게 오래 헤엄을 칠 수 없다. 어깨 관절이 60-70대 못지않은 것이다. 노인이 된 뒤에도 활발한 운동을 하려면 2가지 요건을 지켜야 한다. 우선 부상을 당하지 않아야 하고  연골을 지나치게 많이 사용해 손상을 입히지 않아야 한다. 특히 40대 후반이나 50대 초반에 자신의 체력이 20-30대인 줄 착각해 무리하게 운동 강도를 높이면 연골이 마모되기 쉽다. 40-50대에 관절에 손상을 당하면 70대 이후에 운동하는 것이 쉽지 않다.”

일본 프로스포츠에도 종전의 통념을 뛰어넘는 ‘노익장’을 뽐내는 선수들이 즐비합니다. 일본 프로야구 주니치 드래곤즈의 야마모토 마사는 올해 50살입니다. 1990년 대 ‘무등산 폭격기’인 선동열과 한솥밥을 먹어 한국 팬에게도 낯익은 그는 지난해 일본 프로야구 최고령 승리투수 기록을 세웠습니다. 일본 프로축구에서는 왕년의 스타 미우라 카즈요시(48세)가 지난 5일 골을 넣어 J리그 최고령 득점자가 됐습니다. 프로야구나 축구에서 50살은 일반인의 나이로 치면 80살 이상에 해당합니다. 100살이 넘은 미야자키 씨와 나가오카 씨, 그리고 지금도 현역 프로선수로 뛰고 있는 야마모토와 미우라를 보면 ‘건강은 관리하기 나름’이란 생각이 절로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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