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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그룹 전성기 이끌다 몰락…장진호 전 회장

입력 : 2015.04.05 14:33|수정 : 2015.04.05 15:24


오랜 떠돌이 생활 끝에 지난 3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심장마비로 숨진 장진호(63) 전 진로그룹 회장은 진로의 흥망성쇠를 함께 한 인물이다.

장 전 회장은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79년 진로에 입사했다.

선친인 장학엽 회장에 이어 1988년 제2대 회장에 취임해 진로의 사세 확장을 이끌었다.

진로그룹은 한때 계열사를 20개 넘게 거느리며 재계 19위까지 올랐지만 1997년 외환위기 속에서 자금난에 빠지면서 몰락하기 시작했다.

무리한 사세 확장으로 경영이 악화한 탓이었다.

진로의 모태는 1924년 고 장학엽 회장이 평남 용강에서 설립한 '진천양조상회'다.

이후 장씨 일가는 1951년 부산으로 내려와 '부산동화양조'로 상호를 바꾸고 '금련'이라는 소주를 생산하면서 남한에 터를 잡았다.

이어 1954년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에 '서광주조'를 발족해 전국적인 영업에 들어갔으며, 진로 소주의 상징인 두꺼비도 이때 탄생했다.

진로라는 상호는 1975년부터 쓰기 시작했다.

진로는 1970년 국내 소주시장 1위에 오른 이후 줄곧 시장을 석권해왔다.

국민과 희로애락을 함께 한 소주를 주력사업으로 해온 덕에 인지도도 높았다.

소주사업에 전념해 탄탄한 재무구조를 유지하던 진로가 부실의 수렁에 빠지기 시작한 것은 사업 영역을 급속히 넓히면서부터다.

장 전 회장은 그룹 총수 자리에 오르고서 이듬해인 1988년 서울 서초동 본사 인근에 아크리스 백화점을 열면서 종합유통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전선, 제약, 종합식품, 건설, 금융, 유선방송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해 종합그룹으로의 변신을 시도하다 결국 1997년 9월 부도를 맞았다.

1999년 자회사 진로쿠어스맥주가 오비맥주에 매각되고, 2000년 위스키사업이 진로발렌타인스에 양도됐다.

결국 진로그룹은 2003년 법정관리와 계열사 분할 매각으로 공중 분해됐다.

이어 하이트맥주가 2005년 진로를 인수했다.

이 과정에서 장 전 회장은 분식회계, 비자금 횡령 등으로 구속기소돼 2004년 10월 항소심에서 징역 2년 6개월,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검찰은 그가 1994∼1997년 자본이 완전히 잠식된 진로건설 등 4개 계열사에 이사회 승인없이 6천300억원을 부당지원하고, 분식회계를 통해 금융기관에서 5천500억원을 사기대출받은 혐의 등을 적용했다.

장 전 회장은 진로의 대주주였으나 2004년 4월 법원의 정리계획안 인가에 따라 진로 지분 전량이 소각됐다.

또 그의 재산도 대부분 법원에 의해 가압류됐다.

외환위기 와중에 진로그룹이 부도나면서 모든 것을 잃은 장 전 회장은 진로를 되찾으려는 의지가 강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외자를 유치하거나 자신이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다른 기업을 앞세워 진로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도 일각에서 제기됐다.

그러나 장 전 회장은 분식회계와 사기대출 등으로 거액의 공적자금을 낭비한 책임이 있는 범죄자인데다가 정서적으로도 다시 경영활동을 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경영인으로 복귀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고 진로를 되찾기도 어려워졌다.

결국 그는 집행유예로 풀려나고서 2000년대 중반부터 기약 없는 해외 도피 생활에 들어갔다.

장 전 회장은 10여년간 캄보디아, 중국 등을 떠돌며 생활했다.

외국에서 은행, 부동산 개발회사, 카지노 등을 운영하며 재기를 노렸지만 별 성과를 내지 못했다.

2013년에는 기업 회생을 위해 마련했던 거액의 자금을 횡령했다며 옛 진로그룹 임원을 검찰에 고소하기도 했다.

장기 도피 생활로 몸과 마음이 지친 장 전 회장은 평소 지인들에게 자신에 대해 잘못 알려진 점이 많다고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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