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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놈들은 훨훨 날고, 정보요원들은 설설 긴다"

입력 : 2015.04.03 15:39|수정 : 2015.04.03 15:39


"나쁜 놈들은 아무런 거리낌 없이 활개를 치지만 정보 요원들은 온갖 제약 때문에 활동에 지장이 많다." 영화 '007'의 주인공 제임스 본드가 소속된 비밀정보국(MI6) 등 영국 정보기관들은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와 알 카에다 등 테러범들에 맞서 힘겨운 "기술 전쟁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신임 MI6 국장이 실토했습니다.

지난해 10월 취임한 알렉스 영거 MI6 국장은 첫 공식 연설을 통해 MI6를 비롯해 MI5(국내정보국), GCHQ(정보통신본부) 등 영국 정보기관들이 영국에 해를 끼치려고 혈안이 된 테러범, 사이버 범죄자 등과 버거운 "기술 전쟁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윤리와 법을 도외시한 채 영국민에게 위해를 끼치려고 인터넷 기술을 악용하는 적들과 맞서고 있다"면서 "전통적인 인적 첩보는 갈수록 기술 공작(technical operations)과 뒤엉키는 양상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따라 정보기관들이 인터넷과 빅데이터를 통해 수집한 자료(정보)를 "합당하고 균형 있게 사용함으로써 정보요원들은 만나는 사람들의 성격과 접촉 장소에 대해 좀 더 상세하게 파악할 수 있다고 영거 국장은 주장했습니다.

그는 "그러나 반대 상황이라면 테러범 등 적들은 윤리적, 법적 제약 없이 우리가 하는 일을 소상히 파악할 수 있어 결과적으로 우리 국민과 정보 요원들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가디언, 데일리메일, 텔레그래프 등 영국 언론이 전했습니다.

영거 국장의 이런 경고는 미 국가안보국(NSA)에서 근무하면서 NSA에 의한 무차별 개인정보 실상을 폭로하고 러시아에서 도피 생활 중인 에드워드 스노든 사건으로 정보기관의 '합당한' 활동에 제동을 걸려는 일부 인사들에 대한 경고성 메시지로 풀이됩니다.

스노든은 NSA와 마찬가지로 GCHQ도 새로운 프로그램으로 대량정보 수집에 나서고 있다고 주장해 영국 내에서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통상 'C'라는 이니셜로만 알려질 정도로 베일에 싸인 MI6 국장의 공개적인 연설은 극히 이례적입니다.

영거 국장은 내부 발탁 인사로 최고직에 오른 인물이기도 합니다.

유럽, 중동, 아프가니스탄 등지에서 20여 년 동안 공작관과 지부장 등을 거쳤으며, 국장 취임 직전까지 알 카에다 등 테러조직에 맞선 비밀공작을 관장했습니다 .

육군 장교 출신인 그는 국내정보부 MI5와 감청 전문 정보기관 영국 정보통신본부(GCHQ) 등과의 협력 강화를 약속했습니다.

한편 정식 명칭이 비밀정보부(SIS)로 군사정보부 6과를 지칭하는 MI6는 해군부와 육군부의 공동 발의로 1909년 발족, 미 중앙정보국(CIA)·이스라엘 대외정보부(모사드)와 함께 세계 3대 정보기관으로 평가받습니다.

요원은 2천여 명이며, 해외 지부 등을 통한 일반 해외 정보 수집과 공작 활동 외에도 경제정보·마약·대테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임무를 수행합니다.

런던 템스 강 서안에 1994년 들어선 본부 건물의 문과 창문은 탱크와 미사일 공격에도 견딜 수 있을 정도로 견고하며, 해커 침입 방지용 보안 장치도 갖췄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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