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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가뭄 해결사로 나선 태풍…주말 또 단비

공항진 기자

입력 : 2015.04.03 13:51|수정 : 2015.04.03 13:51


조금 요란하기는 했지만 정말 귀한 단비가 내렸습니다. 꽉 막힌 듯 답답하기만 했던 먹구름 사이로 시원한 빗줄기가 쏟아지면서 가뭄 걱정을 크게 덜었습니다. 강수량도 예상했던 수준이어서 바짝 말라버린 강들이 조금씩 물살을 되살릴 것으로 기대됩니다.
 
사실 일주일 전부터 심각한 가뭄 지역인 경기북부와 강원영서북부에 비가 내릴 것이라는 예상은 했었지만 이 지역에 그동안 좀처럼 비가 오지 않았기 때문에 걱정이 컸습니다. 비를 갖고 있는 구름이 지나도 빗방울이 땅에 떨어지지 않으면 소용이 없기 때문이죠, 간절함 때문인지 지난 밤에 창문을 두드렸던 요란한 빗소리가 자장가만큼 부드럽지는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잠을 청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에 내린 비의 양을 살펴볼까요? 제주도 산간을 제외하면 가장 비가 많이 내린 곳은 충남 홍성군 홍북면으로 75mm의 비가 쏟아졌습니다. 평소 같으면 4월 한 달 동안 내릴 비가 단 하루 만에 내린 셈이죠. 경기도 남양주시 하도읍에도 64mm의 많은 비가 내렸고 철원군 외촌리에도 62.5mm의 강수량이 기록됐습니다.
 
중부지방의 주요 도시에도 봄비가 흠뻑 내렸는데요, 서울 31.5mm, 수원 43.9mm, 춘천 34.4mm, 인제 38.5mm, 홍천 38.5mm를 기록했습니다. 이 정도면 가뭄 해갈에 충분하지는 않지만 심각한 용수부족 현상은 어느 정도 덜 수 있는 수준입니다.
 
그런데, 어제 비가 오기 전에 무척 후텁지근하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으셨는지요? 마치 장마철처럼 습기가 많고 온도도 높아 이상한 느낌을 가진 분들이 많았는데요. 남서쪽에서 덥고 습한 공기가 유입되면서 생긴 현상인데 이 덥고 습한 공기 때문에 단비가 내렸고 강수량도 많았습니다.
 
이 덥고 습한 공기가 어디에서 왔는지를 추적해 보면 끝 부분에 태풍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제 4호 태풍 '마이삭'이 그 주인공인데요, 오전 9시 현재 중심기압이 945hPa로 중심부근 최대풍속이 시속 162km에 이르는 매우 강한 중형태풍입니다.
 
이 태풍은 필리핀을 향하고 있어 우리나라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태풍이 중국 남쪽해상을 향하면서 덥고 습한 공기가 우리나라 남서쪽으로 평소보다 많이 유입되고 있고, 이 덥고 습한 공기가 비구름이 발달하는데 큰 역할을 한 것입니다.

아직 봄철인 4월에 매우 강한 태풍이 발생하는 경우는 매우 드믄 현상인데요. 지난해에도 4월까지 다섯 개의 태풍이 발생했는데 올해도 이른 태풍 발생의 추세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가뭄이나 폭염 등 어려움이 닥칠 때마다 태풍이 해결사로 나선 경우는 이제는 낯설지 않습니다. 중요할 때 한 방을 터뜨리는 실력은 태풍을 따라올 것이 없거든요.
 
지난해에도 7월 10일 8호 태풍 '너구리'가 7~8m의 높은 파도로 해저 퇴적층을 뒤집어 산소공급 원할하게 함으로써 장흥과 고흥 등 득량만 일대에 퍼진 해파리 떼를 몰아냈고, 뒤이어 8월 초순에 잇따라 나타난 태풍 '나크리'와 '할룽'은 울산 일대에 140mm의 비를 뿌려 가뭄 해갈과 폭염의 예방 효과를 가져왔습니다.

특히 지난해 7월 말에 발생한 태풍 '마모트'는 장마전선을 활성화시켜 서울에 150mm 넘는 비가 내리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는데요, 이 비가 아니었으면 지난 해 장마가 최악의 마른장마로 끝날 가능성이 높아 큰 피해를 남길 뻔 했습니다.

지난 2013년 10월에도 15년 만에 나타난 10월 태풍 '다나스'가 포항시에 100mm가 넘는 비를 뿌려 최악의 가뭄으로 소방차까지 투입해 타들어가던 논에 물을 뿌렸던 포항시민들에게 큰 선물을 안기기도 했습니다.
 
이번 경우는 이들 경우와는 조금 성격이 다르지만, 큰 비가 내릴 만한 환경을 조성했다는 점에서 태풍의 해결사 능력을 평가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요, 태풍 '마이삭'이 소멸되기 전까지는 우리나라에 비구름이 자주 지나면서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됩니다.
 
토요일인 내일(4일)과 일요일인 모레(5일)도 비소식이 있습니다. 내일 낮에 제주도와 호남지방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해 점차 비가 전국으로 확대되겠고, 일요일 오전까지 비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기상청의 전망입니다.
 
주말 비는 어제와 오늘 내린 비 보다 강수량이 많지 않고 비의 강도도 약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비 때문에 길이 많이 미끄러울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번 주말에 한식을 맞아 성묘에 나서는 분들이 많을 텐데 모두 안전하게 다녀오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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